영화 '해어화' 한효주·유연석·천우희 인터뷰
2016-04-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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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어화' 주인공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 씨/ 이하 위키트리 "배우로서 살아가는 게

영화 '해어화' 주인공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 씨/ 이하 위키트리
"배우로서 살아가는 게 작품 안에서만 솔직한 거 같다. 작품 밖에서 오해도 많이 받고 거짓말이나 그런 척하는 건 아닌데...작품 안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어느새 데뷔 13년 차 배우가 된 한효주 씨가 말했다. 여러 작품을 지나 왔지만 그는 영화 '해어화' 속 모습이 유독 낯설고 생소하다고 말했다. 평소 잔잔한 역할을 맡던 그가 최근 개봉한 영화 '해어화'에서 다른 얼굴을 내보였다.
한효주 씨는 '해어화'에서 경성 최고 기녀인 소율을 연기했다. 둘도 없는 단짝 연희 역에는 영화 '뷰티인사이드'에서도 호흡을 맞춘 천우희 씨가 맡았다.
일제강점기인 1943년. 유연석 씨가 연기한 천재 작곡가 윤우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선의 마음'을 작곡하게 되고, 소율과 연희는 그 노래를 통해 '조선의 목소리'가 되려 한다. 음악과 사랑을 둘러싼 세 남녀의 엇갈린 선택이 영화를 끌고 간다.
4월 초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 씨를 각각 만났다. 첫 번째 인터뷰는 정인인 소율과 음악적 영감을 주는 '뮤즈' 연희 사이에서 갈등하는 윤우 역의 배우 유연석 씨다.
* 인터뷰에는 영화 '해어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 영화 ‘해어화’ 언론시사회 날 열애설이 났다. 당황하지 않았나.
언론 시사회 날 내 이름이 포털에 떠 있길래 영화 ‘해어화’ 때문인지 알았다. 하지만 (열애설이라) 조금 당황하기는 했다.
- 영화 '해어화'를 연출한 박흥식 감독은 전작 '인어공주', '협녀, 칼의 기억'처럼 여성이 이끌고 가는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해어화'도 두 여성이 중심이다. 자칫 두 여배우에게 끌려갈 수 있는 영화인데 왜 선택했나.
함께 작업하고 싶은 두 배우였다. '내가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란 생각은 없었다. '음악'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데에 흥미가 갔다.
- 극 중 윤우가 절친한 친구 소율과 연희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아서 때문일까. 영화를 보고 나온 순간 “이런, 나쁜 남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 번의 '악역' 인 건가.
각자가 절실한 상황에 놓이면서 엇갈리게 돼 (윤우를)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우가 연희를 만나고 마음이 변하는 시간이 짧았던 거 같다. 윤우는 연희라는 ‘뮤즈’를 발견하고 필연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연민과 마음을 주고받는 부분이 있었는데 편집되며 급하게 느껴진 거 같다.
- '뮤즈'라는 존재에 한순간 매혹되는 윤우 마음이 이해 가나?
평소 사진을 찍다 보니 자꾸 렌즈가 더 향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나도 모르게 더 눈이 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걱정될 수도 있고 마음이 쓰이는 건 있는 거 같다.
하지만 윤우는 굉장히 본능적인 사람 같다. 저는 본능적인 스스로를 다잡을 때도 있고 이성적일 때가 많다. 다만 작품 할 때는 이성적인 면모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무대 위 소율을 바라보다 연희로 시선이 변화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대본에서 "본인의 마음을 의심하는 윤우가 뒤돌아섰다가 다시 무대로 향한다. 시선이 연희에게 향하게 된다"고 쓰여 있었다. 대본을 보고 표정이 아닌 시선을 어떻게 연출할지가 궁금했다.
윤우가 바라보는 인물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돌아봤을 때 두 사람 자리가 자연스럽게 바뀌는 게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두 명이 자리를 바꾸면서 연희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머물게 됐다. 조금 더 필연적이고 운명적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 최근에 '위키드'와 ‘런닝맨’도 출연했다. 앞으로도 예능 출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까.
사실 ‘위키드’는 예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평소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을 참 많이 찍고 있더라.
요즘 아이들이 부를 만한 노래도 없고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도 대중가요나 애니메이션밖에 남아있지 않은 거 같다며 제작진이 섭외 요청을 했다.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했고 앞으로 행보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출연했다.
‘런닝맨’ 출연도 예능에 욕심이 있고 그래서는 아니다. 예능에서 보이는 '헐렁한 이미지'를 좋아해주시는 거 같다. 작품과의 차이가 커서 더 인간적인 부분이 있다고 봐주시는 거 같다.
- 연기가 아닌 유연석 씨로서 욕망이 있다면?
본명은 안연석이다. 인간 ‘안연석’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대중의 시선을 받음에도 자연인으로서 안연석의 삶도 행복해지고 싶다. 욕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그걸 포기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는 거 같다. 연예인도 개인적인 삶이 존중됐으면 한다.
- 최근에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1940년대 작품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됐다. 필름 사진이나 폴라로이드를 좋아하는 것도 너무 빨리 찍어서 사라지는 것보다 기다려보고 생각하는 걸 좋아해서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거나 팬들을 만날 때 나를 보는 게 아니라 카메라로 본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인간적으로 감정적인 교감을 하고 싶다.
두 번째 인터뷰는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조선의 마음'을 부르게 된 연희 역의 배우 천우희 씨다.

- ‘조선의 마음’을 노래하는 연희 역을 맡았다. 노래하는 연기가 힘들지는 않았나.
영화 ‘한공주’ 때도 노래를 했다. 그 노래도 좋아해 주셨다.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까지 연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화 속에서) 유능한 사람으로 선택받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될 만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부담이 있었다.
- 그런 부담 때문인가?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고사했다고 들었다.
노래가 가장 부담이어서 결정을 망설인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단순하게 '좋다','안 좋다'로만 생각하는데 선뜻 손대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노래로서 감정 표현을 하는 게 연기로 표현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연습 한 대로 ‘발성에 기본을 두고 성대를 울려야지’ 하면서 머리로만 생각하다 보니 감정적인 전달을 못 했다. 처음에는 가슴 아픈 이별 노래를 목석같이 불렀다.
노래 선생님이 “우희씨, 연기처럼 감정을 표현해봐요”라고 하셨다. 혼자서 연습하고 (잘 안 돼서) 울컥하고 또다시 연습했다. 가수분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화면에 담긴 결과는 만족스럽나?
노력한 결과물이 여실히 화면에 잡힌 거 같다. 잘한다고... 잘 들었다고 말씀해주셨다.
- 연희는 절친한 동무의 남자친구를 빼앗는 역할이기도 하다.
연희에 공감을 불러오거나 연민을 느끼는 지점이 적었다. 영화가 소율의 시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보니 한 선택인 거 같다. 영화 전체와 배역으로서 욕심도 났지만,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은 감독님이고 전반적인 걸 결정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 배우 한효주 씨와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영화 ‘해어화’에서는 두 사람의 역할을 바꿔봐도 잘 어울렸을 거 같다.
바꿔도 재밌을 거 같다. (한효주 씨와는) 초반에는 ‘으쌰으쌰’ 하자고 시작했다. 하지만 촬영이 지날 수록 본인 몸 건사하기도 힘들었다. 현장에서 본인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서로에게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지방 촬영 때는 같이 술 한잔 하고 마음을 다지기도 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 소율과 연희의 관계처럼 누군가를 질투한 적이 있나?
조금씩 부러운 면은 있다. 너무 좋은 연기를 보면 당연히 기본적인 시기나 질투를 느낀다. 하지만 (질투를 느끼면) 본인 스스로 너무 피곤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하려고 한다.
- 경쟁심이 아니라면 본인의 연기를 발전시키는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
스스로를 자학하는 편이다. 조금이라도 한 발짝이라도 조금씩 성장했으면 한다. 남들보다 늦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 ‘대신 머물러 있지 말자’,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성장하자’고 한다. 남들은 “괜찮았어’라고 해도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편이다.
- 평소 성격도 일할 때 같은가?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각을 세우고 모든 감각을 세우는데 그 외에는 무딘 편이다.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지 않는다. 남의 눈을 의식하다가 소모되는 인생일 거 같아서다. 원래 천성이 그런 부분도 있고 혼란스러운 시기도 있어서 그런 것에 대해서 편안해지려고 한다.
- 예능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배우로서 연예 종사자로서의 기대하는 부분이 있고 보여주고 싶고 욕심나는 부분이 있지만 배우니깐 작품으로 말했으면 좋겠다. 배우 아닌 영역에서 재능이나 정체성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모든 것에 다재다능한 편은 아니다. 연기나 작품의 인물로서 이야기를 잘할 수 있다면 좋겠다.
-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작품도 ‘한공주’, ‘써니’ 등 무거운 이미지다. 이에 대해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한공주 이미지 안에서 살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는 없다. 마음이 가는 대로 (작품을) 선택한다. 영화 '한공주' 이후 사람들의 시선이나 기대도 그렇고 나의 선택이나 생각도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 할 부분이 있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
마지막으로 조선 최고 예인이지만 노래와 우정, 사랑도 모두 잃은 소율을 연기한 배우 한효주 씨와 인터뷰다.

- 영화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거 같다.
한번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지금까지 잔잔하고 밝은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소율은 극에 치닫기 때문에 다르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화에서 새로운 얼굴은 봤는데. 어떨지는 모르겠다.
- 여러 차례 음원을 공개했고 ‘쎄시봉’에 이어 음악 영화도 또 한 번 선택했다. 가수로서도 욕심이 있는 건가.
혼자 하는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 가수는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노래하는 걸 워낙에 좋아한다. 스트레스 풀기 때문이다. 촬영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사랑 거짓말’이라는 노래를 하고 있다.
- 소율에 대해서는 어느 감정까지 이해했나?
많은 부분을 이해했다. 만약에 나였다면 그렇게까지는 안 했겠지만 너무 순수하고 솔직한 소율의 입장에서 볼 때는 가능하다. 소율은 윤우, 연희, 노래가 전부였기 때문에 그렇게 까지 극적으로 치달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적힌 부분보다 순수했다는 부분을 더 부각했다. 극적인 대비를 많이 주고 싶었다.
- 극 중 윤우와 연희가 아주 미웠겠다.
두 사람이 키스하는 씬에서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너무 강렬했다. '이걸 어떻게 촬영하지' 생각했다. 역시 촬영할 때도 너무 강렬했다. 솔직히 '너무 나빠 니네' 라고 느껴졌다. 두 사람이 촬영하는 걸 보고 있었고, 나를 촬영할 때도 두 사람이 내 앞에서 있어 줘서 감정을 더 잡을 수 있었다.
- 배우 천우희 씨와 두 번째 호흡은 어땠나?
둘도 없는 동무의 남자를 사랑하는 게 힘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천우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잘 해내 준 거 같았다. 고뇌하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저는 보였다. (천우희 씨가 맡은 연희 역할이) 단순하지 않았다. 대사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눈빛이나 분위기로 메꿔가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힘들지 않았을까. 대단한 배우다.
- 노인 분장을 했다. 고민이 많았을 거 같다.
고민이 많았다. 내가 해서 망치는 게 아닐까. 감독님이 처음부터 확고하셨다. 1시간 50분 동안 끌고 온 소율의 말을 다른 사람 입에서 듣고 싶지 않아 하셨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캐릭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배우가 지녀야 할 책임감이 컸던 거 같다.
너무 고민이 많았을 때 영화 ‘감시자들’ 회식 자리에서 설경구 선배를 만났다. 선배가 ‘나의 독재자’ 때 분장을 하셨기 때문에 어떤지 물어봤었다. 선배가 “배우는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거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때 크게 느꼈다. 망설이고 있을 때 펀치를 날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 같다. 분장이 다소 부자연스러운데. 영화적인 설정으로 생각하고 너그러이 봐주시면 좋겠다.
-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이상형으로 매번 ‘간접 소환’ 되다가 실제로 촬영해보니 어떤가?
이미지고 뭐고 없다. 진짜 리얼이다. 다들 진짜 너무 대단했다. 촬영 후 3일이 힘들었다. 존경스럽다. 현장에서 정말 많이 웃었다. 계속 웃으면서 촬영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유호진 PD님이 “너무 재밌었다고 분량 잘 나오실 거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 영화 ‘해어화’에서처럼 다양한 모습을 앞으로 계속 볼 수 있을까?
새로 보여드리는 얼굴이고 안 보여드린 얼굴이지만 사람인지라 안 가진 감정은 아니다. 보여드릴 기회가 없을 뿐이다. 지금 제 안에 여러 얼굴이 많은 거 같다. 보여드렸지만 미숙한 얼굴도 있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더 솔직해지고 싶다. 사실 연기할 때밖에 솔직해질 수가 없다. 배우로서 살아가는 게 작품 안에서만 솔직한 거 같다. 작품 밖에서 오해도 많이 받고 거짓말이나 그런 척하는 건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게 많은 거 같다. 기회가 된다면 작품 안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 다음에 가장 보여주고 싶은 얼굴은?
쿨한 거 좋다. 단순해지고 있기도 하고. 쿨하거나 대장부, 허당끼 있는 역할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서서히 꺼내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