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보다 더 무서운 놈들" 조형물 훼손 비판한 진중권

2016-06-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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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53) 동양대 교수 / 연합뉴스 진중권(53) 동양대 교수가 홍익대 조형물 훼손 사

진중권(53) 동양대 교수 / 연합뉴스

진중권(53) 동양대 교수가 홍익대 조형물 훼손 사건을 두고 "일베 보다 더 무서운 게 이런 짓 하는 놈들"이라며 혹평했다.

1일 진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작가의 의도와 상관 없이 작품에 '일베 옹호'라는 딱지를 붙여 실력 행사까지 했다. 대의를 위해 남의 표현의 자유까지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들"이라며 이같이 썼다.

진 교수는 "모든 주의, 주장, 이념의 주창자들이 각자 자기들 관점에서 작품에 대해 저런 해석적 폭력을 가해 작품을 파괴한다면? 볼만할 것"이라며 "작품이 마음에 안 들 때 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은 그냥 '몰취향하다'고 말하며 지나치는 것뿐"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앞서 나치(Nazi) 경례 퍼포먼스를 했다가 무죄 선고를 받은 독일 예술가 요나단 메세(Meese)의 사례를 들며 "좌든 우든, 보수든 진보든 문제는 극단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당파는 저마다 자기들에게 그것을 위해선 뭔 짓을 해도 되는 숭고한 대의가 있다고 믿는다"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열린사회의 적"이라고 꼬집었다.

'열린사회의 적'이란 과학철학자 칼 포퍼(Popper·1902~1994)가 1945년 쓴 동명의 저서('열린사회와 그 적들')를 뜻한다. 포퍼는 여기서 저 유명한 '반증 가능성' 개념을 내세우며 "반증을 할 수 없는 주장은 사이비"라고 했다. 여러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사안에 오로지 일방적 해석만 허용하는 전체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진 교수는 "누가 이들(조형물을 훼손한 사람들)에게 깡패짓 할 권리를 줬느냐"며 "(설령) 나치가 집권한다고 해도 그 당원으로 활동할 사람들은 일베가 아닌, 일베를 욕하던 이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진 교수는 "사회주의, 자유주의, 보수주의, 민족주의, 반공주의, 생태주의 등 제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표현들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검열을 다 허용한다면, 그냥 입을 닫고 살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새벽 서울 홍대 앞에 전시돼 있던 '일베 조각상'이 파손된 사실이 알려지며 SNS에서는 '표현의 자유' 논란이 불붙었다. 홍대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같은 날 "자신이 조형물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조형물을 파괴한 것은 충분히 계산되고, 의도된 행동이었다"며 "행인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쓰러뜨릴 방향이라던지 방식도 충분히 고려했다"고 적었다. 이어 "작가 측이나 학교 측이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떳떳하게 책임을 질 각오까지 하고 벌였다"고 덧붙였다.

작품 게재를 승인한 홍대 조소과 이수홍 학과장과 제작자 홍기하 학생은 이에 "(작품에 대한) 반응이 개인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작품을 훼손하는 방식 또한 우려되는 안타까운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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