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섬 난민 캠프 방화로 전소…4천명 대탈출 '아비규환'

2016-09-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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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전소된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난민캠프 / 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화재로 전소된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난민캠프 / 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19일 밤(현지시간)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난민 캠프 하나가 전소됐다. 사상자는 없었으나 수용된 난민 최대 4천여 명이 한꺼번에 탈출하며 한밤에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20일 그리스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날 레스보스 섬 모리아 난민 캠프에서 난민들끼리 충돌이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해 3천∼4천 명의 난민이 불길을 피해 캠프를 탈출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난민들이 재빨리 대피한 덕분에 부상자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불길이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며 모리아 캠프가 완전히 불에 탔다고 말했다. 또, 추가로 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모리아 캠프 주변의 콘테이너와 난민 등록 서비스 등의 시설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화재가 캠프 내부 수용자들에 의해 고의로 발생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해 방화에 무게를 실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하기 전 모리아 캠프에서는 터키로의 난민 대량 송환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며 긴장감이 고조돼 한 때 난민들 사이에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며 충돌이 일기도 했다고 그리스 국영 ANA통신은 보도했다.

ANA통신에 따르면 레스보스에는 현재 적정 수용 인원인 3천명을 크게 웃도는 난민 5천200여 명이 머물고 있어 난민들의 열악한 생활 환경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레스보스 섬을 포함해 키오스, 사모스 등 에게 해의 섬 5곳에는 최대 수용 인원 8천명보다 훨씬 많은 1만3천명의 난민이 오도가도 못한 채 갇혀 있는 상황이다.

이들 상당수는 지난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맺은 난민 송환 협정에 따라 난민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면 터키로 다시 송환되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난민 수용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난민 자격 부여 심사도 차일피일 늦춰지며 그리스 섬들의 난민 수용 능력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섬 주민들도 난민 유입으로 관광객이 줄어 생계를 위협받자 난민들을 본토로 송환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난민들을 돕기 위해 섬에 상주하는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에게도 섬을 떠나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ANA통신은 전했다.

한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개막한 유엔 난민 정상회의에서 난민 위기는 비단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난민 위기 대처에 실패할 경우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국수주의, 인종혐오주의 세력으로 하여금 민낯을 드러낼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 그리스에 들어온 난민은 85만명에 달하며, 올 들어 EU와 터키의 난민협정으로 많이 줄어들긴 했으나 현재 그리스에 체류하는 난민도 6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그리스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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