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블랙리스트" 검은 의상 입고 촛불집회 나온 뮤지컬 배우들

'제4차 범국민 행동'이 열린 지난 19일 서울 종로 광화문 광장에서는 문화예술 집회의 일환으로 '박근혜 퇴진 광장촛불콘서트-물러나쇼(Show)'가 펼쳐졌다.마지막 순서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도 낯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바로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다. 무대에 오른 이는 물론 촛불을 든 시민들까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난주 뮤지컬학과 학생들의 '레 미제라블' 공연을 보고 선배들이 화답으로 나섰다"는 인삿말처럼 해당 무대를 꾸민 이들은 현직 뮤지컬 배우들이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과 '아랑가' 등을 연출한 변정주 감독이 연출을, 구소영·김아람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았다.

뮤지컬 배우 19명(이정열, 송용진, 강정우, 이규형, 조상웅, 이서환, 윤진영, 윤석원, 조휘, 정영주, 박민정, 한보라, 김민주, 오소연, 김혜나, 이경미, 도례미, 임찬민, 송영미)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이하 '시함뮤') 1기 멤버다.

이하 '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 제공

배우 정영주(왼쪽부터), 오소연, 이정열 씨

시함뮤 멤버들은 이날 의상도 '검정색'으로 맞춰 입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거나 오를 예정(?)임을 풍자한 것이다.

뮤지컬 공연장에 있어야할 뮤지컬 배우들과 연출가가 촛불집회 광장에 나온 이유는 뭘까.  

연출을 맡은 변정주 감독은 "뮤지컬 배우나 연출가는 촛불집회에 나가고 싶어도 공연 일정이 있다보니 못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공연은 수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작업이고 관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어 변 감독은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커서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고민했다"며 "몇몇 배우들에게 (함께 촛불 집회에서 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참여하고 싶다는 배우들이 있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 감독은 지난 19일 공연 당시를 떠올리며 "뮤지컬 '레미제라블' 멜로디를 (시민분들이) 아시니깐 전광판에 나오는 자막을 보고 따라 부르셨다"며 "뮤지컬 극장과 달리 시위 현장은 전쟁터 같은데도 다들 열심히 따라 불러주시고 행복해하셔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예술인 블랙리스트'가 공개됐다.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이나 '세월호 시국선언' 등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이 해당 리스트에 올랐다. 이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변정주 감독은 "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며 "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코미디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배우들 중에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도 있고, 오를 예정인 사람도 있다"며 "그래서 우리가 (블랙리스트라는 뜻에서) 공연 드레스 코드를 '블랙'으로 정했다"

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변 감독은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싼 가격이 아니라 못 즐기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을 위해 이런 기회를 만들수 있게 돼 오히려 현 정부에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했다.

지난 19일 '시함뮤' 공연을 직접 못 봐 아쉽다면 오는 26일 6시 서울 광화문 광장 본 무대에서 '시함뮤 2기'의 '민중의 노래'와 '내일로' 공연을 볼 수 있다. 

19명인 1기보다 더 많은 32명이 '시함뮤 2기'(조휘, 김도신, 김대곤, 최석진, 김영철, 윤희석, 최성원, 박대원, 이시후, 이규형, 윤진영, 윤성원, 홍우진, 최재웅, 송용진, 정영주, 김아영, 오소연, 유주혜, 김가희, 김혜나, 박민정, 정승혜, 임소라, 고유나, 장이주, 강정임, 제나, 유리아, 이경미, 한보라, 최나래)에 참여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모여 촛불집회 공연을 연습하는 '시함뮤 2기' 멤버들의 '맛보기' 연습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