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스훈트와 1주일 동거..."절대 개를 키우지 않겠다 다짐했다"

2016-11-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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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키워볼까?'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전하는 체험기다.동물 키우기 경험이 없던 필자

'반려동물 키워볼까?'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전하는 체험기다.

동물 키우기 경험이 없던 필자가 지인 출산으로 인해 잠시 개를 맡아 키우게 됐다. 수컷 닥스훈트, 2세, 6.5kg, 이름은 '마이'다.

이하 위키트리

닥스훈트(Dachshund)라는 이름은 '오소리 사냥개'라는 독일어에서 유래됐다. 독일어로 ‘닥스(Dachs)’가 오소리, ‘훈트(hund)’가 사냥개라는 뜻이다. 긴 허리와 짧은 다리가 특징이다. 다리는 짧지만 빠르고 민첩하며 활동성이 많아 산책을 자주 할 수 있는 가정에서 키워야 좋다.

평소 개를 예뻐해 '나도 한 번 키워볼까'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직장인이라 자신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닥스훈트와 일주일 동거가 시작됐다.

주인 품을 떠나 새로운 집에 가는 길

안면이 있던 터라 마이와 집을 나설 때 어려움이 없었다. 주인에 따르면 평소 산책만 꾸준하게 하면 별다른 말썽 없이 잘 지낸다고 한다. 단 산책을 며칠 동안 하지 않으면 현관에 대변을 보거나 장판을 뜯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택시 탑승에 앞서 마이는 자신의 이동장에 오줌을 쌌다. 불안함의 표현 같았다. 이동장을 닦고 택시에 탔다. "개와 함께 타도 될까요?"라고 물어야 했다. 반려동물과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동물을 이동장에 넣은 뒤 탑승해야 한다.

집에 도착했다. 전에도 주인과 함께 와본 집이라 그런지 경계하지 않는 눈치였다. 가져온 짐을 풀어 집, 밥 먹는 장소, 배변 장소 등을 만들어 줬다. 혹시나 불안해하지 않을까 싶어 주인이 입던 옷도 집에 넣어줬다. 마이는 화장실에 배변 패드를 두면 그 위에서 대소변을 본다.

불만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는 다른 곳에 오줌을 눠 자신의 상태를 표출하기도 한다.

첫 산책

줄을 채우려 하니 산책가자는 표시인 줄 알고 연신 점프를 했다.

마이 주인에 따르면 근래에 산책을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이 발걸음이 행복해 보였다. 주인과 떨어져 불안해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안심이 됐다.

산책이 즐거운 마이

산책을 위해서는 배변봉투를 꼭 챙겨야 한다. 마이는 산책 내내 영역표시를 하기 위해 분주했다. 운동장에서는 목줄을 풀어줬다. 1시간이 넘도록 뛰어 놀았다. 개보다 사람이 더 지치는 순간이다.

마이 배변 치우기

눈을 맞추고 교감했던 순간

산책을 마치고 발을 씻겨준 뒤 저녁을 먹었다. 마이는 혹시라도 먹던 음식을 주지 않을까 싶어 식탁 주변을 서성였다. 주인에게 배운 대로 단호하게 외면했다.

곧이어 마이는 자신의 집 주변에 놓아준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평소 마이는 주인이 밥 먹는 시간에 사료를 먹는다고 한다.

밥을 다 먹고 상을 치우자 마이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마이와 눈을 맞추고 몸을 쓰다듬어줬다.

마이가 집에 온 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거실에 회색 털이 가득하다.

마이는 평소 주인과 따로 잔다. 필자는 거실에 마이를 두고 방문을 연 뒤 잠을 청했다. 새벽에 잘 있나 나가보니 앉아있으라고 펼쳐준 요가 매트와 쓰레기통에 보란듯이 오줌을 눴다. 자신을 두고 방에 들어간 필자를 향한 복수 같았다.

애견 전문가에 따르면 평소 하지 않던 곳에 대변, 소변을 보는 것은 개들이 불안할 때 보이는 대표적 행동이라고 한다.

둘째 날부터는 "마이 집에 가서 자"라고 말하고 방에 들어가면 자신의 집에서 쉬었다.

마이와의 첫 출근

마이와 함께 지낸 지 3일차, 혼자 두고 나가면 놀랄 것 같아 함께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에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

사료, 담요, 간식, 장난감, 이동장 등을 챙겨 집을 나섰다. 사람이 많지 않은 새벽 6시에 지하철을 탔다. 마이가 들어가 있는 약 7kg의 이동장과 짐까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출근길이었다.

빈 방에 마이 자리를 만들어 주고 업무를 시작했다. 방 문은 열어두고, 울타리만 쳐 뒀다. 낯선 공간에 오니 평소보다 더 필자를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낯설어했다.

1시간에 한 번씩 찾아가 얼굴을 보여주고 왔다. 자리로 돌아갈 때마다 '가지 말라'는 듯 애처로운 눈빛이 발길을 붙잡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퇴근길에는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 택시를 탔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산책 시간, 마이는 사람보다 빠르다 / 위키트리 디자이너 김이랑

출근 둘째 날부터 마이는 자신이 있는 방에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계속 ’’낑낑’’ 소리를 냈다. 울타리를 뚫고 방을 탈출해 필자가 앉은 자리로 찾아오기도 했다.

셋째 날에는 필자 곁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잠을 잤다. 출퇴근 길이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늘 즐거웠다.

처음으로 집에 두고 나온 날

지난 3일 동안 시간을 늘려가며 마이 혼자 집에 있는 훈련을 했다. 오랜 시간 혼자 두고 나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 소파나 장판을 물어뜯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심심할 것 같아 곳곳에 장난감을 두고 찾아 먹는 재미가 있도록 간식도 숨겨뒀다. 방문은 모두 닫았다. 집이 적막하지 않도록 TV도 켜 뒀다. 인사를 하고 간식을 던져준 뒤 집을 나섰다.

일을 하는 내내 걱정이 됐다. '개를 키우는 모든 직장인들이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생각했다.

퇴근 뒤 분주한 발걸음으로 집에 갔다. 집에 들어서자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거실을 살펴보니 마이는 따뜻하라고 집에 넣어준 물주머니를 터뜨리고 보란듯이 거실에 오줌을 누기도 했다. 혼자 많이 심심했을 것 같아 바로 산책에 나섰다.

집에 사람이 없는 사이 장식품에 오줌을 눈 마이

첫 목욕

산책하고 첫 목욕을 했다. 목욕할 때는 얌전한 편이라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렸다. 서툴어서 그런지 사람이 샤워를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들었다. 목욕을 마치면 이어클리너로 귀 청소도 해줘야 했다.

집에 혼자 있기 2일차

전날과 다름없이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이날 큰 사건이 터졌다. 퇴근 뒤 집에 돌아갔는데 여기저기에 마이가 구토한 흔적이 있었다.

난장판이 돼 있는 집

전날과 다름없이 필자를 반기는 마이를 안고 몸 상태를 살펴봤다. 토사물을 보니 마이는 필자가 어디에 뒀는지도 몰랐던 껌을 찾아 먹고 구토한 것이었다. 급한 마음에 주인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껌이 토사물로 다 나왔다면 괜찮다'고 했다.

필자의 운동화와 옷이 거실에 놓여 있기도 했다. 주인은 "그곳에서 네 냄새가 났기 때문에 마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여 산책도 다녀왔다. 신나게 뛰어논 마이는 집에 와서 곤히 잠들었다.

설사도 하지 않고 활달한 모습이었지만 미안한 마음에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 위험한 물건을 집에 뒀다는 죄책감과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어 눈물이 났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반기는 마이를 보면서 '종일 나를 기다렸구나' 싶어 속상했다. 또 키울 자격도 없으면서 동물을 키우지는 말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주말 내내 마이와 함께했다. 이제 보낸다고 생각하니 서운했다. 마이는 생각보다 큰 기쁨을 줬고, 정도 많이 들었다.

'반려동물 키우기는 아기 키우는 것과 같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 일주일이었다. 새벽부터 출근해 퇴근 뒤에는 스펙 쌓기까지 해야 하는 직장인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함께 있는 시간,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또 나 스스로를 챙기기도 버거운 사람이 반려동물을 책임지기란 쉽지 않았다. 대소변을 매일 치워야 하며 산책도 필수였다. 직장인이라면 매일 아침 반려견을 혼자 두고 집을 나서야 한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는 지난 10월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반려견을 키우면 안되는 사람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너무 바쁜 사람, 혼자 사는 사람, 다른 친구 사귈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는 사람은 반려견을 키우지 말라고 조언했다.

반려동물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밥을 줘야 먹고, 함께 나가야 산책을 하며, 혼자 두면 기다려야 한다. 반려동물 키우기는 책임감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집에서 사람이 떠난 뒤 홀로 남겨진 반려견, 2시간의 기록이다.

유튜브, wikitree4you

전문가들은 '개는 우리 삶의 일부분이지만 개에게는 우리가 자기 삶의 전부'라고 말한다.

지난 2014년 EBS 다큐 '하나뿐인 지구'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 편에서 강형욱 씨는 "사실 우리나라에 있는 강아지들은 잠재적인 유기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만 실수하면, 조금만 주인과 맞지 않으면 버려질 소지가 다분하다"며 "주인에게는 동료도 있고 가족도 있다. 그런데 강아지에겐 주인 밖에 없다. 그런데 주인은 더 좋은 곳에 보내준다고 한다. 강아지에게는 더 좋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하 EBS 다큐 '하나뿐인 지구'

국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약 1000만 명에 육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0년 17.4%, 2012년 17.9%에 이어 지난해 21.8%로 올라섰다. 다섯 가구 가운데 한 가구 이상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동물 수는 개 5만9633마리(72.7%), 고양이 2만1299마리(25.9%), 기타 1150마리(1.4%) 등 모두 8만2082마리였다.

유기동물의 절반 가까이는 자연사하거나 법적 보호 기간인 열흘이 지나면 안락사 되는 실정이다.

* 영상 촬영·편집 = 김도담, 신희근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