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세종캠·안암캠 통합 해프닝...SNS선 감정 싸움

2016-12-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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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현실화 되면 너무 혼돈의 카오스인데요?""본교생인데요, 저는 통합하든 말든 신

"에... 현실화 되면 너무 혼돈의 카오스인데요?"

"본교생인데요, 저는 통합하든 말든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왜일까요?"

"안암은 잘해야 본전이고 세종은 못해도 본전인거 사실인데ㅋㅋㅋ"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서 설전이 벌어졌다.(☞바로가기) 고려대 세종캠퍼스 분교와 고려대 안암캠퍼스 본교가 통합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시물이 SNS에서 확산된 이후였다.

발단은 고려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SNS에 '분교, 이제 그만합시다'라는 카드 뉴스 형식 게시물을 올렸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분교제도 폐지, 이제 집행만이 남았습니다. 올 한 해 동안의 결과를 학우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이 게시물에서 "저희는 가장 주요한 공약으로 분교제도 폐지를 약속드린 바 있다"며 "30년간 크고 작은 발전을 거듭해온 세종캠퍼스였지만, 그 누구도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적인 문제의 해결은 석조건물을 몇 동 더 올리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세종캠퍼스의 정체성 확립은 세종의 본격적인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했다"고 전했다. 총학생회는 "내년부터 교육부와 본분교 통합 신청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선정규 세종부총장 명의의 공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게시물이 올라온 뒤 안암캠퍼스 학생들은 "처음 듣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일부 세종캠퍼스 학생들과 안암캠퍼스 학생들은 서로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며 감정싸움까지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고 이긍원 세종캠퍼스 기획처장은 공문으로 "본분교 통합심의는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기획처장은 "세종캠퍼스가 추진하는 발전 방향은 안암과의 통합이 절대 아니"라며 "오히려 안암캠퍼스의 의존성을 줄이고 세종의 독자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세종은 앞으로도 안암과 다른 학사구조를 갖고 더욱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구비하여 안암과 보완할 수 있는 병립캠퍼스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측은 이번 사태를 "용어에서 온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관계자 측이 언급한 '용어'란 앞서 세종캠퍼스 총학생회측 게시물에 언급된 '본분교 통합심의'를 말한다. 세종캠퍼스 홍보전략팀 관계자는 "이 용어만 봤을 때는 분교와 본교를 하나로 합치자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본·분교 통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위키트리에 말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 이하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이야기했던 건 병립캠퍼스라는 내용"이라며 "병립캠퍼스는 본·분교 통합 개념이 아니고 세종캠퍼스가 안암 수준에 버금가는 위치에 올라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뿐"이라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안암캠퍼스를 통합하려는 검토는 본교·분교 양측 모두 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태는 용어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해프닝의 원인이 된 '본분교 통합심의'라는 용어는 2011년 만들어졌다. 교육부는 2011년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일부 개정해 본·분교 통합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동일 법인 하에 캠퍼스가 여러 개 있는 대학 가운데 중복 학과가 없다면 캠퍼스를 본교로 인정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2011년 8월 중앙대가 가장 먼저 통합됐다. 경희대, 한국외대, 단국대도 본·분교 통합이 잇따라 시행됐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본·분교 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두 학교 간 중복 학과가 없어야 한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내년부터 안암캠퍼스와의 중복 학과를 없앤다. 이 점도 세종캠퍼스 분교와 안암캠퍼스 본교를 합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세종캠퍼스 홍보전략팀 관계자는 "2017년 입학하는 1학년부터는 안암캠퍼스와 중복 학과가 폐지된다. 예를 들면 국어국문학과는 안암, 세종캠퍼스 둘 다 있다. 내년부터는 세종캠퍼스에 국어국문학과가 아닌 '글로벌 비즈니스 대학'이 생긴다"며 "2, 3, 4학년은 국어국문학과에서 졸업을 마치면 된다. 원하면 '글로벌 비즈니스 대학'으로 바꿔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현재 분교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동국대, 건국대, 홍익대, 상명대 등 7곳이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문을 남겼다.(☞바로가기)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지난달 28일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분교지위 해소' 관련 보고를 세종의 학우 분들께 올리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용어 사용과 불충분한 설명으로 오해를 초래했다"며 "저희의 실수로 세종 구성원분들께서 논쟁의 직접적인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전적으로 총학생회장단인 저희의 생각이 짧았음으로부터 비롯됐다"며 "저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깊게 책임감을 느끼며 학우 분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전했다.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분교제 폐지의 주요 골자는 오히려 안암캠퍼스와의 중복학과를 폐지하고 독자성을 강화하여 병립캠퍼스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저희 잘못으로 큰 오해가 생겼고 감정상의 혼란과 불편함을 초래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 올린다"고 덧붙였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