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 10선

2017-01-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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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性器)는 오랜 옛날부터 예술의 단골 소재로 쓰여왔다. 원시사회에는 성기 모양 조각품에

성기(性器)는 오랜 옛날부터 예술의 단골 소재로 쓰여왔다. 원시사회에는 성기 모양 조각품에 성욕, 번식욕과 같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가 담겼고, 이후 발전한 사회에서는 성적 정체성(남성성, 여성성)을 대변하는 소재로도 쓰였다. 현대미술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충격을 던져주기 위한 소재로 작품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예술가마다 그 의도는 각각 다르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소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파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성기'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 10선이다.

1. 케이시 젠킨스 - 내 자궁으로부터의 뜨개질

유튜브, InformOverload

호주 멜버른 출신의 이 퍼포먼스 아티스트는 지난 2013년 호주 다윈의 한 갤러리에서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선보였다. 털실 뭉치를 자신의 성기 안에 넣고 이 실로 목도리를 짜는 퍼포먼스를 했다. 퍼포먼스는 그녀의 생리 기간을 포함해 총 28일 동안 진행됐다. 그녀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성기는 그저 내 몸의 자연스러운 일부일 뿐,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 사이트 바로가기)

2. 소라야 둘바즈 - 음경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SNS로 이동합니다 / 소라야 둘바즈 트위터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인 소라야 둘바즈는 음경 전문 사진작가다. 그는 남자 모델들의 성기에 옷을 입히고 꾸며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둘바즈는 "각각 다른 성기 사진들을 보고 '전문 사진기로 내가 직접 찍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인형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성기를 마치 사람처럼 꾸며서 각각의 성격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작가 작품 더 보기)

3. 아니쉬 카푸어 - 더러운 구석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SNS로 이동합니다 / 아니쉬 카푸어 인스타그램

인도 태생의 영국 조각가인 아니쉬 카푸어가 만든 이 작품은 깔때기 모양의 철제 터널과 돌덩이로 만들어졌다. '여왕의 질'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지난 2015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설치돼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카푸어는 이 작품에 대해 "매우 성(性)적이다"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4. 구보타 시게코 - 버자이너 페인팅

일본의 전위 예술가이자 고 백남준 씨의 부인인 구보타 시게코가 1965년 뉴욕 퍼페추얼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다. 사타구니 사이에 붓을 달고 바닥에 놓인 종이에 붉은 물감을 칠하는 동작으로 구성된 이 전위적인 퍼포먼스는 당시 예술계를 발칵 뒤집었다. 여성기를 '남근이 결여된 곳'으로 해석하는 남성 중심적 서양 문화에 질문을 던지는 페미니즘적인 퍼포먼스로 기록됐다.

5. 제이미 맥카트니 - 여성기로 만든 거대한 벽 (The Great Wall of Vagina)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SNS로 이동합니다 / 이하 제이미 맥카트니 페이스북

영국의 조각가인 제이미 맥카트니는 지난 2011년 '성기로 만든 거대한 벽' 시리즈를 공개했다. 5년간 총 400명의 여성에게서 '성기 형틀'을 받아 완성된 작품이다. 적게는 18세부터 많게는 76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이 이 작품에 참여했다. 그는 이듬해 남성 성기를 소재로 같은 방식으로 만든 작품 '스킨 딥(Skin Deep)'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킨 딥(Skin Deep)

6. 이가라시 메구미 - 성기 카약

일본의 페미니스트 예술가 이가라시 메구미는 3D 프린터로 자신의 성기를 본 따 카약을 제작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여성기 모양의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여성은 자신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또한 여성의 성기를 얘기하는 것이 지나치게 음지에서 이뤄진다”며 여성을 터부시하는 일본 사회 분위기를 지적해왔다.

7. 니키 드 생 팔르 - 혼(그녀)

유튜브, Grand Palais

프랑스 여류조각가인 니키 드 생 팔르가 1966년 스톡홀름 근대미술관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그녀의 대표작인 혼(그녀)는 신화적 여성의 몸을 상징하는 거대 설치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조각상의 음부를 통해 자궁 속으로 들어가도록 설계됐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재해석하고 여성의 몸과 에로티시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8. 드보라 드로베르티스 - 기원의 거울

유튜브, WTS.NEWS

지난 2014년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는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전시실 중앙 구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세상의 기원' 앞에 앉은 여성이 치마를 걷어 자신의 성기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였다. 단정히 묶은 머리에 금빛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벨기에 출신 예술가 드보라 드로베르티스는 관람객들을 향해 당당히 다리를 벌렸다. 관람객들은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다. 드로베르티스는 "'여성의 성기를 그리는 것은 예술이고, 보여주는 것은 왜 외설이냐'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퍼포먼스를 했다"고 설명했다.

9. 주디 시카고- 디너 파티

위키미디어

언뜻 화려한 테이블들을 붙여 놓은 것처럼 보이는 이것은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 주디 시카고의 1979년 작품이다. 여성의 시각에서 '최후의 만찬'을 재창조한 작가는 39개 테이블마다 초대한 손님의 이름을 적었다. 각각 황후, 여신, 여류화가, 성녀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들로만 이뤄졌다. 작가가 특별 제작한 접시에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성기 문양이 새겨졌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역사에서 배제됐던 여성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 공로를 기렸다.

'디너 파티' 세부 / flickr

10. 캐롤리 슈니먼 - 내밀한 두루마리

1975년 롱아일랜드에서 최초로 선보여진 이 퍼포먼스는 캐롤리 슈니먼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퍼포먼스는 벌거벗은 슈니먼이 모델 포즈를 취한 채 자신의 책 '세잔, 그녀는 위대한 화가였다'를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곧이어 책을 떨어트린 슈니먼이 자신의 성기에서 긴 두루마리 종이를 꺼내 천천히 읽는 행위로 이어진다. 두루마리에 적힌 글은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쓰인 것으로 남성 구조주의 비평가들을 비판하는 의미가 담겼다.

home 윤희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