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서 그래" 경찰관에게 빵 건넨 '소보로 할머니' 사연

2017-01-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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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집에 자꾸 도둑이 들어와서 쌀을 가져가는 것 같다네."

(군포=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집에 자꾸 도둑이 들어와서 쌀을 가져가는 것 같다네."

2014년 말, 경기 군포경찰서 군포지구대 2팀 구자일 경위는 A(93) 할머니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급히 출동했다.

기초생활수급비 입금 확인해주는 경찰관 / 이하 연합뉴스

그러나 집 안에서는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확인 결과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는 홀몸노인으로, 앞서서도 수차례에 걸쳐 비슷한 허위 신고를 한 전력이 있었다.

사건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려던 구 경위는 그러나 할머니가 마음에 걸려 도저히 발을 뗄 수 없었다.

방 안은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냉골이었고, 먹을 것이라고는 먹다 남은 일회용 도시락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구 경위는 그때부터 팀원들과 함께 틈이 날 때마다 할머니를 찾아가 안전을 살피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집에 들러 문안순찰을 하고, 사비로 전기장판을 구매해 설치해 주거나 기초생활수급비가 제대로 입금됐는지 통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할머니 집 앞에 붙은 군포지구대 안내문

집 앞에는 '군포지구대에서 할머니 집을 매일 순찰하고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라는 글과 군포지구대 전화번호를 남겨뒀다.

경찰관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던 할머니는 어느 날엔가 소보로빵을 한 아름 사 들고 지구대를 방문했다.

팀원들은 한사코 받기를 사양했으나, 할머니는 "고마워서 그래. 정 그렇다면 같이 들게나"라며 함께 소보로빵을 먹고 돌아갔다.

군포지구대와 '소보로 할머니' 간의 인연은 그렇게 2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할머니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구 경위 등을 찾고, 그 보답으로 몇 번이나 소보로빵이나 만두를 사서 지구대를 방문했다.

안타깝게도 최근 소보로 할머니는 길에서 넘어지면서 크게 다쳐 뇌경색 등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구 경위는 "할머니를 뵈러 병원에 가보니, 말씀은 하지 못하시고 웃어 보이시기만 해 가슴이 아팠다"며 "할머니가 하루빨리 쾌차하셔서 돌아오시길 모든 팀원이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입원한 할머니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군포지구대와 소보로 할머니와의 아름다운 인연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facebook.com/gyeonggipol)에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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