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자유를” 브라렛으로 일주일 살기

2017-05-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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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패션모델 켄달 제너(Kendall Jenner)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켄달 제너 인스타그램

얼마 전 미국 패션모델 켄달 제너(Kendall Jenner)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브래지어 때문이다.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건 '브라렛(bralette)'라는 종류의 브라다. 언더 와이어와 패드가 없는, 레이스나 면 소재 등으로 이루어진 브라를 ‘브라렛’이라고 한다.

최근 피곤함 때문인지 브래지어가 자꾸 어깨를 짓누르고 가슴을 갑갑하던 터... 저 사진을 본 순간, 나도 핍박받은 가슴에 자유를 주기로 결심했다. NO와이어 NO뽕, 브라렛 도전!

와이어가 있는 일반 브래지어, 와이어가 없는 브라렛 / 위키트리 이순지 기자

서울 중구 명동 SPA 브랜드 ‘포에버 21’ 매장에 들렀다. 속옷 매장엔 봉제선이 없는 심리스 브라(seamless bra), 와이어와 패드가 들어있는 일반 브라, 브라렛 등이 배치돼 있었다. 그 중 절반은 브라렛이었다. '포에버 21’ 측은 "브래지어 제품 중 브라렛 종류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브라렛 착용 방법은 기존 브라와 다르지 않다. 뒷 후크나 앞 후크로 고정하거나 후크 없이 옷처럼 입는 방식 등이 있다. 내 브라렛 체험에 동료 기자도 동참키로 했다. 함께 일주일 동안 집에서는 브라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 중에는 브라렛을 착용했다. 필자의 경우, 업무 10시간에 출퇴근 왕복 2시간이 걸리니까 하루 12시간 입은 셈이다.

직접 구매해 착용한 브라렛 / 위키트리 이순지, 김도담 기자

브라렛을 처음 착용하니, 일반 브라와 비교했을 때 가슴 사이즈가 반으로 준 듯했다. 예상대로 패드와 와이어가 없는 속옷은 ‘유두 가리개’ 수준이었다. 브라가 아닌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조이는 부분이 없어 편했다.

볼륨감이 사라지자 몸에 달라붙는 옷은 입기 꺼려졌다. 박스티를 꺼내 입고 외투를 걸친 뒤 집을 나섰다.

첫 출근길. 봄바람이 가슴을 스쳐갔다. 그동안 두꺼운 브라 패드 탓에 느끼지 못했던 차가움이었다. 옷을 하나 덜 입고 나온 기분이었다. 폭염이 시작돼도 땀이 차지 않고 통풍이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실험에 동참한 이순지 기자는 “브라렛이 자꾸 가슴 위쪽으로 딸려 올라가는 느낌”이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알고 보니 가슴둘레에 비해 사이즈가 큰 브라를 구매해서 생긴 실수였다. 브라 구매 전에는 꼭 가슴 사이즈를 측정하고 본인에게 맞는지 직접 착용해봐야 한다.

위키트리 김도담 기자

필자는 가슴 볼륨이 작아진 듯한 심리적 위축 빼고는 불편함이 없었다. 브라렛 3일차에는 박스티 대신 가슴이 깊이 파인 블라우스를 입었다. 일명 ‘뽕’ 패드가 없어서 가슴이 덜 부각됐고 세련된 느낌도 들었다. 당당한 패피(패션피플)가 된 듯했다.

이순지 기자는 “엄청 편할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꼭 입어보고 사야 할 것 같다. 브라렛도 모양과 형태가 다양하다. 본인 체형에 맞는 브라렛을 선택해야 불편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기존에 뽕이 가득했던 속옷과 달리 브라렛은 레이스 천 한겹만 가슴에 덧대는 느낌이라 간혹 가슴이 책상 모서리 같은 것에 부딪치면 아팠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그래도 브라렛을 살 의사가 있다고 했다. "일단 통풍이 잘되고 일반 브래지어보다는 훨씬 편해요. 여름에는 무조건 사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

개인차는 있었지만 일반 브라를 입었을 때보다 편안하고 몸이 덜 피곤했다. 변형을 염려해 조심스럽게 빨아야 했던 일반 브라와 달리 브라렛은 양말 빨듯 세탁을 쉽게 할 수 있어 편리했다. C컵 이상의 큰 가슴이라면 가슴을 더 안정감 있게 감싸주는 홀터넥스타일 브라렛을 추천한다.

쉽게 세탁할 수 있는 브라렛 / 위키트리 이순지 기자

홀터넥스타일 브라렛 / 이하 하늘하늘

브라렛은 지난해 여름부터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자라, H&M, 포에버21 등 SPA 브랜드가 브라렛 상품을 많이 선보인 시점과 일치한다.

특히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지난해 4월 '브라렛'을 전면에 내세우며 '브라렛 돌풍'을 이끌었다.

"#패드는 더 이상 필요없다"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해외 스타들도 '브라렛'을 입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 유행은 한국에도 빠르게 번졌다.

하늘 씨 쇼핑몰에서도 지난해 여름부터 브라렛이 불티나게 팔렸다. 하늘 씨는 "브라렛이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브라렛

브라렛이 각광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건강' 때문이다. 가슴을 압박하지 않아서다. 박해린 차의과대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는 “유방 압박은 유방암 위험도를 높인다. 논문을 보면 브래지어를 하루 종일 찬 그룹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을 때 위험도가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유방 검사를 하다 보면 브래지어 끈 자국이 두드러지는 사람을 자주 본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유방을 압박하면 유방에 독소라던가 활성 산소가 생겨 세포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세포 돌연 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은 암이 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경고했다.

브라를 입지 않은 시간이 길수록 좋다. 박 교수는 "외출할 때는 노브라가 어렵더라도 집에서는 브라를 벗고, 특히 잘 때는 100% 벗고 자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라렛'을 착용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슴이 많이 흔들리는 운동을 할 때는 스포츠브라를 하고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은 전용 브라를 착용해야 한다.

김상우 라비앙 성형외과 원장은 “브래지어의 기원이 기능이 아니라 패션이었음을 감안하면 브래지어 착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가슴 모양과 크기에 맞는 적절한 브래지어 착용은 가슴 피부의 노화(늘어짐)를 예방하는데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담, 이순지 기자가 함께 썼습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