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대상자들은 왜 '맹세' 대신 '맹서'라고 할까?

2017-06-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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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선서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뉴스1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잰걸음으로 내각 구성에 나선 가운데, 국무위원 검증 책임이 있는 국회도 덩달아 바빠졌다. 6일 국회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린다.

청문회를 보면 꼭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청문회에 앞서 피청문자가 낭독하는 선서다. 청문자들은 "거짓 없이 사실만 말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마지막에 "맹서한다"고 덧붙인다. 맹세는 "일정한 약속이나 목표를 꼭 실천하겠다"는 한자 '맹서(盟誓)'와 뜻이 같다. 둘 다 표준어다.

확실히 '맹서'보다는 '맹세'가 대중에 더 친숙한 단어다. 그런데 왜 청문자들은 맹서를 고집할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맹세'는 '맹서'의 틀린 발음이다. 한자 발음으론 '맹서'가 맞지만, 많은 사람이 발음하기 편한 '맹세'로 쓰기 시작하면서 표준어로 굳어졌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맹세 옆에 '음이 달라진 한자'를 뜻하는 아래 방향 삼각형(▽) 표시가 돼 있다"고 했다.

이하 표준국어대사전

맹세가 표준어로 인정된 건 꽤 오래 전 일로 보인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처음) 만들어진 1999년에도 '맹세'는 '맹서의 다른 발음'을 뜻하는 표준어로 등록돼 있다"며 "그 이전 사전에도 맹세는 표준어로 실려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 실무를 담당하는 국회 사무처는 답을 알고 있을까? 사무처 관계자는 "선서 문구, 내용 등은 (조, 감사를 맡는) 각 특별위원회가 관리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그럼 특위 관계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볼 순 없느냐"고 묻자 "현재 청문회 준비로 바빠서 연락이 닿을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맹서'를 쓰는 이유는 어쩌면 청문회가 갖는 엄중함과 진실성 때문일지 모른다. '맹세'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니지만, '맹서'라고 원말에 맞게 발음함으로써 "사실만을 말한다"는 청문회의 대원칙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청문회의 엄격함을 강조하기 위해 청문자들이 '맹세'를 '맹서'라고 발음한다고 추정할 수도 있겠다"면서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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