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 전세계인 삶 바꾼 '아이폰' 처음으로 출시

2017-06-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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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난 지금, 아이폰이 불러일으킨 `혁명`은 때론 혁명 그 이상으로 보인다.

유튜브, Jonathan Turetta

[상하이= 원정환 기자]

"So, three things. A widescreen iPod with touch controls, a revolutionary mobile phone, and a breakthrough Internet communications device. An iPod, a phone, and an Internet communicator. An iPod, a phone … Are you getting it? These are not three separate devices, this is one device, and we are calling it iPhone. Today Apple is going to reinvent the phone.

따라서 세 가지입니다. 터치로 조작하는 대화면 아이팟, 혁명적인 휴대폰, 그리고 혁신적인 인터넷 통신기기. 아이팟과 전화, 인터넷… 이렇게 3가지 장치를 하나에 담았습니다. 이해되시나요? 세 가지가 별개 기기가 아닙니다. 하나의 기기입니다. 우리는 이 제품을 '아이폰'이라 부를 것입니다. 오늘, 애플이 전화기를 재발명할 것입니다"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행사장에서 스티브 잡스(Jobs) 애플 CEO가 이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은 크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물론 잡스가 만든 제품이니까 잘 팔릴 거라는 기대는 있었다. 하지만 '혁명'이란 말까지 해야하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Balmer) CEO는 "비싼 데다가, 키보드가 없어 매력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PDA와 뭐가 다르냐는 지적도 있었다. 글자를 입력해야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겐 작은 키보드가 있는 블랙베리가 더 좋다는 얘기도 나왔다.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폰이 불러일으킨 '혁명'은 때론 혁명 그 이상으로 보인다. 아이폰은 현대인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애플은 2007년 1월 9일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소개했다. 정식 판매를 시작한 것은 10년 전 오늘인 2007년 6월 29일이다. 한국에서는 통신 호환 문제로 출시가 안되다가 2009년 처음 판매됐다. 한 달 만에 20만대 이상이 팔리며 '아이폰 광풍'을 일으켰다.

잡스가 말한 '아이팟+전화기+인터넷'이란 개념은 당시에도 새롭지 않았다. 새로웠던 건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휴대폰용 소프트웨어를 자유자재로 휴대폰에 심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앱스토어'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진 곳이었다.

'앱'은 새로운 시장과 IT 생태계를 창조했다. 모든 서비스를 '앱'으로 만들어 휴대폰에 장착하게 되면서 거대한 '생활 혁명'이 펼쳐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메신저, 쇼핑, 게임, 사진 촬영, 영상 시청, 음악 듣기, 소셜미디어, 금융, 검색, 배달 등 거의 모든 게 가능해졌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장도 마련해줬다.

여기엔 앱스토어 수익분배 방식도 큰 영향을 끼쳤다. 앱 업체가 7, 애플이 3을 가져가는 방식은 기존 갑을 관계를 파괴한 파격적 조건이었다. 앱스토어의 '7대 3' 정책은 이후 구글플레이 등 다른 앱 시장에서도 따르게 됐다.

아이폰이 제공한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도 독특했다. 몇번 작동해보면 쉽게 사용법을 알 만큼 '직관적'이었다. 이 인터페이스는 아이폰 후 등장한 스마트폰의 표준이 됐다. 스크린에 앱 아이콘 배열하기, 풀스크린 정전식 멀티터치, 문자메시지 문자 배열 방식 등은 안드로이드나 다른 OS에서도 비슷하다.

아이폰은 과감히 QWERTY 키보드를 없앴다. 지금은 당연해보이지만 아이폰 첫 출시 땐 '키보드'가 없다는 점 때문에 말이 많았다. 2007년 휴대폰 최대 강자는 훌륭한 키보드를 장착한 '블랙베리'였다. 블랙베리는 시대의 흐름을 놓치면서 휴대폰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아이폰 혁명으로 무수한 기업과 산업이 사라졌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아이폰이 창조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현재 아이폰의 유일한 대항마가 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글로벌 대기업으로 급부상했다. 블랙베리,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 등은 삼성에 밀려 몰락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애플 iOS와 맞설 수 있는 확고한 모바일OS로 성장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이제 세상에 없다. 아이폰 10년이 되는 2017년, 애플은 '아이폰8'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10년 전 그 '혁신성'은 이미 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애플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분야에서 딱히 '시장을 열어 제치는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해 바르셀로나와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모바일 분야에서 눈에 띄는 혁신을 만날 수 없다. 스펙을 조금씩 향상시키는 수준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5G, IoT, AR/VR, 빅데이터, AI 등이 신세대 성장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다음 혁명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지 모른다.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던 아이폰 판매량은 2015년 2억3122만대에서 지난해 2억1188만대로 줄었다. 아이패드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 애플의 다음 행보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MWC 상하이 2017' 전시장에서 한 참석자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의 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 김수진 기자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MWC 상하이 2017' 전시장에서 한 참석자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의 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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