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토박이말]6-살살이꽃, 건들바람, 가을부채, 맞물

2017-09-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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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참우리말 토박이말 살리기

[제철 토박이말]6-살살이꽃, 건들바람, 가을부채, 맏물

[제철 토박이말]6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제철 토박이말]6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꺾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더위가 물러가고 어느새 가을이 우리들 곁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온가을달(9월)에 알아두고 쓰면 좋은 제철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 드립니다.

올된 것은 가을로 들어서는 들가을인 8월부터 피기도 하지만 요즘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이 있습니다. 흔히들 ‘코스모스’라고 부르지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살살이꽃’이라고 하셨답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살살 요리조리 왔다갔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붙인 이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맘때 살살이꽃이 건들건들 흔들리게 부는 바람을 ‘건들바람’이라고 한답니다. 막 가을로 들어섰다는 느낌을 주는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을 이르는 말이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건들건들’, ‘건들거리다’, ‘건들대다’의 ‘건들’에 ‘바람’을 더한 말이니 그 뜻을 바로 어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무렵에 오는 장마는 ‘건들장마’라고 한답니다.

‘가을부채’라는 말이 있는데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바람틀(선풍기)과 찬바람틀(에어컨)에 밀려 그 쓰임이 덜하기는 하지만 옛날에는 여름 동안 우리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게 바로 ‘부채’입니다. 그런 부채도 이렇게 건들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면 쓸모가 없어지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철이 지나 쓸모가 없어진 몬(물건)을 빗대어 '가을부채'라고 합니다.

가을이 되면 온갖 과일이 쏟아져 나옵니다. 올해 새로 거둔 사과, 배를 맛보셨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맛보신 것 가운데 올해 맨 처음 난 ‘맏물’이 있었을 것입니다. ‘과일, 푸성귀 따위에서 그해 맨 처음에 나는 것’을 ‘맏물’이라고 합니다. 사람도 맨 처음 나온 아이를 ‘맏이’라고 하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이처럼 철이 바뀔 때 우리가 알아두었다 쓰면 좋은 말들이지만 따로 가르치고 배우지 않으니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오늘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많이 써 주시기 바랍니다.

4350해 온가을달 스무날 삿날(2017년 9월 20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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