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상황에 놓여 있다면 권역외상센터로 바로 가세요

2017-10-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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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외상환자 분류지침이다.

이하 SBS 'SBS스페셜'
이하 SBS 'SBS스페셜'

권역외상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외상환자 분류지침이다. 전문가들은 생명이 위태로운 위급 상황에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권역외상센터를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 'SBS스페셜' 493화는 '생존의 조건-권역외상센터' 편으로 꾸며졌다. 이날 방송은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송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사망한 이들 가운데 ⅓은 살릴 수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이 전해졌다. 첨단 장비와 의료진, 대학병원만 수십 곳에 달하는 대한민국에서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윤정 아주대 의대 교수는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모두 손상을 입은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모든 과에서 다 내려와요. 노티 (확인)하고 갑니다. '뭐 뭐 (검사 결과) 보고 나한테 오세요' 한 명, 두 명, 세 명의 의사들이 노티하고 가버리면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거든요. 그러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그 환자를 다시 케어한다고 하더라도 사실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고 장애를 입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장애가 높아지는 불행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부터 중증외상환자를 위해 365일 24시간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증외상 환자만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권역외상센터는 지난 5년간 전국 16곳에 지정됐다.

권역외상센터에 환자가 도착하면 응급 의학, 외상 외과 전문의들이 환자 상태를 즉시 체크한다. 그 자리에서 바로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영상의학 전문의가 바로 결과를 확인한다. 빠른 시간 내에 기초 검사를 마치고 즉각적인 수술 등 치료가 시작된다.

배금석 강원도권역 외상센터장은 "일반 응급실에는 외상 환자만 오는 게 아니라 많은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분들이 오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환자 분들과 섞여서 진료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외상환자에 집중해서 치료할 수 있는 인력이나 장비나 이런 게 없기 때문에 생명을 구하는 게 좀 힘들죠"라고 말했다.

이국종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은 "중증외상환자분들은 안에서 계속 출혈을 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사람 몸에 그렇게 피가 많이 없거든요. 저희가 '골든아워'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제는 '플래티늄 미닛'이라고 해요. 1분, 1분이 정말 플래티늄 같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중증외상환자였던 한 환자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35살의 배달원 민우 씨는 뒤에 오던 버스에 받힌 뒤 맞은편 승용차에 2차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10분 만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그가 수술을 받은 것은 7시간 뒤 두 개의 병원을 거친 후였다.

다친 다리에만 주목한 의료진이 수술 일정을 조율하는 사이 내장 출혈이 진행됐고, 석 달 동안 의식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양쪽 신장과 한쪽 다리를 잃게 됐다.

권준식 외상외과 전문의는 "환자가 혈압이 떨어지고 배가 부풀었다면 초응급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권역외상센터에) 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