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동물원이야, 카페야?” 홍대 번화가에 이색 동물들이 숨어있다

2017-11-08 14:30

add remove print link

생각하지 못했던 동물들을 홍대 이곳저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도심에서 이런 동물을 볼 수 있어?"

서울 홍대 거리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이색 동물 카페들이 여러 군데 있다. 4곳을 찾았다.

◈ 자연이 가득한 카페 '땡스 네이쳐 카페'

'땡스 네이쳐 카페'는 많은 외신이 주목하는 도심 속 '양(羊)' 카페다.

카페는 홍익대로 가는 길가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면 있다. 카페 앞엔 하얀 양 두 마리가 한가로이 거닐고 있었다. 양은 직원들과 함께 길거리로 산책을 나간다고 한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언제든 양을 만져볼 수 있다. 우리에 들어가 푹신푹신한 털을 쓰다듬다보면 카페에 왔다는 사실을 까먹게 된다. 가끔씩 들리는 '메~' 소리는 정겹다.

이하 김원상 기자
이하 김원상 기자

어쩌다 사람만 바글바글한 홍대 거리에 양이 나타나게 됐을까. 땡스네이쳐 카페 이광호 대표는 카페 이름 ‘땡스네이쳐(Thanks Nature)’에 답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자연'을 떠올릴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온순하고 순백함이 떠오르는 양을 떠올렸다. 양은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도 아니었다.

양이 도심 한가운데서 적응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대관령 목장과 제휴해 6개월마다 로테이션으로 양을 보내고 새로 데려온다"라고 말했다. 취재했던 당일(10월 27일)에도, 우리 안에 있던 양 '슈가'와 '허니'가 곧 카페를 떠나 태어난 목장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이 대표는 "예전엔 목장 관리자가 카페에서 양이 자라는 걸 우려했다"라며 "하지만 카페에서 자란 양들은 먹이를 양껏 먹어 목장에서만 자란 양보다 더 잘 성장한다. 목장사람들이 더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지내다 목장으로 돌아간 양들은 대관령을 찾는 관광객에게 더 인기다. 카페에서 지내다 돌아간 양은 주기적으로 목욕을 했기 때문에 유난히 하얀 털을 가져 눈에 띈다. 사람에게 익숙해서 방문객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간다.

목장으로 돌아가 잘지네고 있다는 샘과 안나.

Thanks Nature Cafe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9월 12일 화요일

◈ 시끌벅적 우당탕탕 '보니타디 카페'

카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멍멍 짖으면서 달려오는 개들이다. 안쪽으로 들어가야 9마리 '라쿤'들이 한 데 모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개들이 반가워 짖는 소리에 라쿤들은 정작 놀라서 구석으로 숨었던 것이다. '보니타디' 카페는 라쿤과 개가 함께 지내는 활기찬 공간이다.

개와 라쿤이 가득하다.
개와 라쿤이 가득하다.

카페 매니저 신현우 씨는 "바리스타로 일하던 사장님이 호주 서커스단을 통해 우연히 라쿤을 키웠다가 그 매력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개들이랑 라쿤이랑 '케미'(어울림)가 굉장히 좋다."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두 동물에 대해 신 매니저는 이렇게 소개했다. 라쿤과 개는 끊임없이 웃긴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손님들에게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라쿤들은 '손'을 매우 잘 사용한다. 신 매니저는 "라쿤들이 손님들 주머니에서 물건을 자꾸 빼가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라고 했다.

라쿤은 낯을 가리지 않는 개구쟁이다. 손님 몸에 과감하게 올라타 매달리기도 하고 앉아있는 손님을 밟고 어깨나 머리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홍대 보니타디 회식중! 신현우 서예린 공여진 김상철 민복기

보니타디카페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8월 17일 목요일

카페에서 가장 끼 많은 라쿤은 서열 1위 '치타'다. 치타는 "주세요"라고 말하면 두 손을 모아 먹이를 달라는 시늉을 한다. "빵"하면 총을 맞고 쓰러지는 연기를 보여준다. "충성"이라고 외치면 거수경례까지 한다.

가끔 통제하기 힘든 장난꾸러기 라쿤을 조련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신 매니저는 "개가 라쿤보다 서열이 높다"라며 보이지 않는 질서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가끔 라쿤을 통제하기 힘들 때 말 잘듣는 개들을 이용해 제압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 우아하고 동화같은 '버니 카페'

'버니 카페' 건물은 외벽부터 하늘색과 분홍색 파스텔풍이다. 카페로 들어가면 동화 속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바닥엔 생김새 다양한 토끼들이 뛰어논다. 버니 카페는 국내에서 유일한 토끼 카페다.

카페는 '이상한 나라 앨리스' 동화 컨셉트에 착안해 인테리어를 꾸몄다. 한쪽 공간은 토끼들이 사는 케이지가 있고 다른 방엔 손님들이 방석을 깔고 앉아 토끼와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탁에서 토끼와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다 / 이하 류지현 매니저 제공
바탁에서 토끼와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다 / 이하 류지현 매니저 제공

토끼들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시간을 정해놓고 우리 밖에 나와 손님과 교감을 나눈다. 손님은 직접 먹이도 주고 스킨십도 하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토끼와 놀 수 있다.

버니 카페 류지현 매니저는 "사장님이 일본에 가서 토끼 카페를 접하고 토끼와 교감하는 곳이 한국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버니 카페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카페엔 대개 토끼를 기르거나 길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온순하고 귀여운 매력 덕에 학부모가 아이들 동반해 찾는 경우도 많다. 부산스럽지 않아 커플도 많이 찾는다.

버니 카페에서 가장 인기 많은 토끼는 롭이어와 렉스다. 롭이어는 귀가 축 처진 매력이 있다. 렉스는 원래 개량된 품종이다. 털이 더 부드럽다. 다른 토끼보다 유난히 애교가 넘쳐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토끼들이 휴식하는 케이지 / 이하 김원상 기자
토끼들이 휴식하는 케이지 / 이하 김원상 기자

버니 카페를 가면 평소 토끼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도 깨닫는다. 흔히 사람들은 토끼에게 냄새가 많이 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류 매니저는 “토끼에서 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토끼가 먹는 풀에서 나는 냄새"라고 설명했다.

◈ 신기한 동물이 가득한 '미어캣 프랜즈'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동물이 가득한 카페가 있다. 미어캣 프랜즈에 가면 남아프리카에서 온 미어캣과 여러 진기한 동물을 만날 수 있다.

미어캣 프랜즈에 있는 모든 미어캣은 대표 김현정 씨가 집에서 길렀던 가족이다. 김 대표는 미어캣을 기르며 난관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미어캣들이 집에 홀로 남겨지면 습성 때문에 여기저기 파헤쳐놓아 항상 사고가 날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또 "미어캣이 활동하기엔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넓은 공간에서 미어캣과 함께 지낼 수 있을 묘책으로 미어캣 카페를 생각해냈다.

미어캣은 원래 사람과 친하기 쉬해지기 동물이 아니다. 손님들은 미어캣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사람과 잘 어울리는 미어캣들만 집에서 카페로 데려왔다.

미어캣과 교감하기 전 직원은 간단한 설명을 손님에게 전한다. 눈앞에서 미어캣이 귀여운 행동을 하면 손님들은 금세 즐거워한다.

미어캣 비누방울놀이2탄

미어캣프랜즈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6월 9일 금요일

미어캣의 진면목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따로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미어캣 별명은 태양의 천사”라고 소개했다. 미어캣은 햇볕을 좋아한다. 김 대표는 "낮에 햇볕이 창가에 환하게 비출 때 미어캣들이 한 줄로 나란히 서서 햇볕을 쬔다. 그 모습이 정말 장관"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아프리카에 가거나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아도 미어캣 프랜즈에서 그 광경을 볼 수 있다.

'미어켓 프랜즈' 카페엔 미어캣이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전부가 아니다. 이곳엔 다양한 이색 동물이 있다. 북극여우, 은여우, 사향고양이 제넷, 스노우뱅갈 고양이, 왈라비 등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동물이 사방에서 돌아다닌다.

위에서부터 북극여우, 제넷, 은여우
위에서부터 북극여우, 제넷, 은여우
home 김원상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