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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코트에 없으면 공은 누가 줍죠?” 아직도 우리는 싸우고 있다

2017-1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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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테니스 랭킹 1위 ‘빌리’와 전 남자 챔피언 ‘바비’의 세계를 뒤흔든 빅매치 실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1970년대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기회의 문’이 닫혀 있던 시기였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세기의 성대결’이라 불리는 시합이 열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테니스 여제 ‘빌리 진 킹’과 전 남자 윔블던 챔피언이자 자칭 ‘남성우월주의자’인 ‘바비 릭스’의 대결이 그것이다. 갑작스레 성사된 이 테니스 경기는 성평등 논쟁의 중심이 됐고, ‘성대결’이라는 역사적 각인을 남겼다.

영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은 ‘빌리 진 킹’(엠마 스톤 역)과 ‘바비 릭스’(스티브 카렐 역)의 역사적인 대결을 다뤘다.

배우 엠마 스톤이 연기한 테니스 여제 ‘빌리 진 킹’(왼쪽), 배우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바비 릭스’  / 이하 20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배우 엠마 스톤이 연기한 테니스 여제 ‘빌리 진 킹’(왼쪽), 배우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바비 릭스’ / 이하 20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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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센트 vs. 1달러, 투쟁의 시초

영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속 배경이 되는 1970년대 미국은, 여성의 정치적 권리뿐만 아닌 사회 전반에 걸쳐 더 큰 평등을 위해 투쟁했던 해이기도 하다.

1972년, 남녀평등 헌법 수정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끝내 부결됐다. 이듬해인 1973년, 남성 평균 임금을 1달러로 가정했을 때, 여성 평균 임금은 그 절반이 조금 넘는 58센트에 불과했다. 남녀간 임금 격차가 극심한 시대였다.

여자 테니스 랭킹 1위 ‘빌리 진 킹’ 역시 남자 선수들과 같은 성과에도 상금이 8배나 적었다. 이는 그녀가 여자 테니스 협회(WTA)를 창설하는 계기가 된다.

엠마 스톤이 연기한 ‘빌리 진 킹’
엠마 스톤이 연기한 ‘빌리 진 킹’

1973년 9월 20일, 북미 지역 테니스 경기 최다 관중수를 기록한 ‘빌리’와 ‘바비’의 역사적인 성대결 이후 44년이 흘렀다. 2017년 현재, 미국의 남성 평균 임금 1달러당 여성 평균 임금은 79센트로 완전한 평등은 이루지 못했다.

한국사회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남녀 임금 격차가 최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3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내 성차별

임금차별은 비단 직장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임금차별은 화려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스포츠 스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빌리 진 킹’이 여성 스포츠 선수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성 불평등’의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사례가 있다.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에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지만 김치찌개로 회식을 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김치찌개 회식을 하는 선수단  / 온라인 커뮤니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김치찌개 회식을 하는 선수단 / 온라인 커뮤니티

전 배구협회 회장은 "배구 팬들의 엄청난 분노는 맞는 얘기"라며 "운동선수들은 영양 상태가 상당히 중요하다.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우승한 팀을 김치찌개를 먹였다는 것은 제가 봐도 용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2017 그랑프리 세계대회 결선행 비행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 12명 가운데 6명만 비즈니스석에 타고, 나머지는 이코노미석에 탔던 일도 있다.

배구 협회 윗선에서 “예산과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에 비즈니스 석 제공 기준을 신장 185cm로 자르자”고 말한 것이 알려지며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배구 협회 고위직의 취임식 당시 강남 유명 호텔을 빌려 약 1000만원 가량의 호화 취임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렇듯,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국 배구 협회 행위는 배구라는 종목을 넘어 스포츠계에서 여자 선수들이 겪고 있는 공정하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할리우드 내 임금차별

할리우드 역시 성차별 이슈에서 예외는 아니다. 2017년 가장 몸값이 비싼 남자배우 1위가 6800만 달러(한화 약 750억원)의 출연료를 받은 것에 비해, 여성배우 1위 엠마 스톤의 출연료가 약 2600만달러(약 290억원)에 그쳤다. 즉, 남자배우 1위의 몸값으로 따지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또 여성배우 1위 보다 몸값이 높은 남자배우는 무려 14명이나 된다.

배우 엠마 스톤  / 이하 네이버 영화
배우 엠마 스톤 / 이하 네이버 영화

미국 데일리닷에 의하면 지난 5월에 개봉해 누적 관객수 200만명을 기록한 영화 ‘원더우먼’의 갤 가돗 역시, 출연료로 30만 달러(약 3억원)를 받아 논란이 일었다.

배우 갤 가돗
배우 갤 가돗

같은 DC 유니버스 작품인 ‘맨 오브 스틸’ 주연 헨리 카빌은 출연료로 160억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엠마 스톤은 최근 매거진 아웃과의 인터뷰에서 “남녀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같이 호흡을 맞춘 남성 배우들이 출연료 삭감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성들의 권익 증진과 성평등을 주장하는 남녀의 목소리가 동시에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고장 할리우드는 여전히 남성 위주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있다.

‘빌리 진 킹’의 경기, 계속 될 ‘우리’의 투쟁

“그 경기가 사회와 여성들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꼭 이겨야만 했다”

‘빌리 진 킹’의 경기 후 인터뷰 내용이다. 이 대목은 현대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녀와 바비의 ‘빅매치’ 이후 4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여성차별을 금지하고 남녀에게 법적으로 동등한 기본권과 자유권을 보장하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바람이 거세던 1973년, 전 세계 9000만 명을 열광시킨 여자 테니스 랭킹 1위 ‘빌리’와 전 남자 챔피언 ‘바비’의 세계를 뒤흔든 빅매치 실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이하 20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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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테니스는 열등하다”, “사업이든 스포츠든 최고는 늘 남자죠” 등 자극적인 발언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가운데, 동등한 임금을 넘어 동등한 대우를 위해 싸웠던 ‘빌리 진 킹’의 경기는 이후 사회와 스포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오늘날 젠더 평등을 위한 발돋움이 됐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