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돈 쓸어가는 구글·페이스북 세금은 '쥐꼬리'

2017-11-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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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를 회피하는 대표적인 해외 IT기업으로 구글이 지목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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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국내에서 한해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해외 IT기업들은 '쥐꼬리'만큼 세금을 내고 있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자, 토종 IT기업들이 '역차별 해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세를 회피하는 대표적인 해외 IT기업으로 구글이 지목된다. 구글은 지난해 국내에서 최소 2조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통해 국내 앱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은 매년 1조5000억원의 수수료를 벌어들인다. 또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벌어들이는 광고매출이 1조원 정도로 관련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구글이 국내에서 내는 세금은 결제할 때 발생하는 10%의 부가가치세 전부를 제외하면 공개된 것이 없다. 법인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부과하는 법인세는 국내서 버는 매출에 비례하면 소액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서비스의 상품 판매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서버가 있어야 국세청이 과세가 가능한데 구글은 국내에 서버가 없기 때문에 합당한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 매출지표라도 공개하면 이를 근거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구글은 국가별 매출지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간 수천억원을 물려야 하는 법인세는 고스란히 미국 구글 본사로 들어간다. 실제 연간 4조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3600억원의 법인세를 냈고 1조원의 매출을 거둔 카카오의 경우 350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이같은 역차별은 비단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 30%의 앱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과 1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페이스북, 국내 PC온라인 게임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미국의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 모두 구글과 마찬가지로 국내 법인을 유한회사로 두고 있는 탓에 국내 매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는 국내에서 PC방 로열티 및 아이템 수익으로 매년 1조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업체 게임들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선 2014년~2015년의 경우, 양사의 국내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내야될 돈을 안낸 이 해외기업들은 수익을 고스란히 자사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사용한다. 국내기업은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꼴이다.

역차별 논란은 조세회피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사업자에 대한 통신제한조치와 영장 집행은 자유로운 반면 해외기업에 대한 규제는 자유롭지 않다. 우리 정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하는 해외기업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성인물 등 불법 콘텐츠가 난무해도 미국 본사가 협조를 거절하면 그걸로 끝이다. 실제 방통위가 지난 8월 미국 SNS 텀블러에 성인물 규제 협조를 요청했지만 해당업체는 이를 거절했다.

이처럼 해외기업에 대한 규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기업에 대한 규제는 '역차별'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게임업체의 가장 큰 수익원인 게임 아이템의 가치를 확률로 규제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해외업체들은 현지에서 게임을 개발해 들여오는 만큼, 직접 규제가 어려워 법이 시행되더라도 국내업체만 제약을 받아 매출감소 타격을 받게 된다. 때문에 게임업계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령 역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억울해하는 부분이다. 실제 청소년보호법 제16조에 따라 '나이 및 본인 여부 확인'에 관해 국내 사업자들은 해당 법령을 따르고 있다. 구글은 확인대상과 확인방법, 빈도 등을 임의로 적용함에도 규제받지 않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은 나이 및 본인확인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고 있고 이용자 불편으로 서비스 접근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법을 지키지 않는 해외 사업자와의 경쟁이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이상우 연세대학교 교수는 "구글와 애플 등 해외사업자들은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제대로 세금을 내는지 알기 어려운데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외 사업자가 최소한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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