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전시, 보든 안 보든 딱 10가지만 알고 있자

2017-12-19 17:30

add remove print link

3. 자코메티는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도 나왔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포스터 / 코바나컨텐츠 제공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포스터 / 코바나컨텐츠 제공

연말을 맞아 실내 데이트를 하려는 커플이나 수준 높은 전시를 찾는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딱 볼 만한 전시가 있다. '현대 조각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전시회다.

오는 21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 열린다.

자코메티 작품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조각과 회화, 판화 등 120점이 들어오는 대규모 전시로, 미술계 안팎에서 기대가 높다.

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이 느껴지는 법이다. 전시를 보러가기 전 자코메티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사실을 여기 정리했다.

이하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이하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1. 그는 20세기를 정의하는 예술가다.

20세기가 시작하는 1901년에 태어난 자코메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인 세계 1차대전과 2차대전을 목격했다. 자코메티 작품은 "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허무에 빠진 현대인의 불안을 큰 두상과 앙상한 몸을 통해 보여준다"는 평을 받는다.

2. 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상을 제작했다.

세계 경매시장에서 1억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린 조각상은 자코메티 작품밖에 없다. 2010년 2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자코메티 작품 '걸어가는 사람' 청동상이 1억 423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당시 최고가였던 피카소 작품 '파이프를 든 소년'을 누르고 기록을 갱신했다.

최근에는 2015년 5월 '가리키는 사람'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4128만 달러에 낙찰되며 조각상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3. 교과서에도 나왔다.

자코메티는 미술 교과서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사회탐구 영역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교과서에는 자코메티 조각 작품 '도시 광장' 사진과 함께 "자코메티는 극한의 한계 상황에 놓인 인간의 고독한 실존을 형상화했다"고 쓰여 있다. 자코메티는 "보는 것(seeing)이 곧 존재하는 것(being)"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윤리와 사상 지학사 교과서
윤리와 사상 지학사 교과서

4.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아버지는 후기 인상파 화가로 알려진 조반니 자코메티다. 동생 디에고는 알베르토의 오른팔이라고 할 정도로 귀한 조수이자 뛰어난 예술가였고, 또 다른 동생 브루노 자코메티는 건축가로 성장했다.

5. 유명해진 후에도 여전히 8평짜리 작업실에서 생활했다.

자코메티는 1948년 1월 뉴욕 피에르 마티스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이후 1950년대에도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팔리면서 부와 명성이 따라왔다.

하지만 자코메티는 8평 정도에 불과한 어두운 작업실에서 죽는 날까지 머물렀다. 부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지만 항상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며 묵묵히 작업에만 열중했던 예술가였다.

6. 거만한 피카소가 시기할 정도로 뛰어난 천재였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자코메티보다 스무 살이나 많았지만 종종 질투를 숨기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피카소는 자코메티에게 자신이 만든 조각상에 대해 조언을 구했고, 자코메티가 말한 대로 수정했다. 하지만 피카소는 종종 자코메티 작업실을 찾아와 일부러 완성되지 않은 작품을 칭찬하는 등 심술과 변덕을 부리곤 했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 / 피카소 재단 홈페이지
화가 파블로 피카소 / 피카소 재단 홈페이지

7. 인간의 두상과 시선에 집착했다.

자코메티는 사람을 살아 있게 하는 생명력이 '시선'에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머리카락이 얼굴 표정이나 시선에 주목하지 못하게 한다며 모델을 서주는 아내에게 삭발을 강요한 적도 있었다.

8.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를 디자인했다.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는 1961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재공연을 준비하며 평소 절친했던 자코메티에게 무대 디자인을 맡겼다. 자코메티는 앙상한 나무 한 그루만 덩그러니 놔둔 미니멀리즘 무대를 구상했다. 당시 이 무대는 대히트를 치며 화제가 됐다.

9. 세기의 걸작 '걸어가는 사람'을 남겼다.

자코메티 작품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은 인체를 비정상적으로 늘어뜨리고 다른 불필요한 것은 모두 벗겨냈다. 이 작품은 '고독을 응시하고 숙명적인 고통을 극복하려는 인간을 상징한다'는 평을 받으며 20세기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남았다. 이번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본 작품이 들어온다.

'걸어가는 사람'(1960) 석고 원본 /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걸어가는 사람'(1960) 석고 원본 /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10. 그가 사랑한 마지막 모델은 술집 여인 캐롤린이었다.

자코메티는 노년에 술집에서 만난 캐롤린에게 빠져들었다. 자코메티는 아내에게 인색한 사람이었지만 연인이었던 캐롤린에게는 집과 차는 물론이고 다달이 생활비와 값비싼 보석도 아낌없이 주었다.

자코메티는 캐롤린을 모델로 수많은 초상화를 그리고 조각 작품을 만들면서 핵심 주제인 '시선'을 발견한다. 영원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시선이라는 것을 깨달은 자코메티는 시선이 살아 있는 형상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치게 된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