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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 전성규 기자


'현대 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이 국내 최초로 열린다. 코바나컨텐츠와 위키트리가 공동 주관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 지난 21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문을 열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파리 재단 소속 큐레이터 크리스티앙 알랑데트(Christian Alandete)는 자코메티전이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것에 대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자코메티를 잘 모르는 나라에 가서 그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것은 우리 재단 사명"이라며 "최근 상하이나 이스탄불, 도하 등 다른 아시아 도시에서도 첫 자코메티 전시를 열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앙 알랑데트 큐레이터 / 정대진 PD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스위스 태생 화가이자 조각가로, '조각계의 피카소'라고 불린다. 196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조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크리스티앙 알랑데트는 철학자 사르트르의 저서 '말(the words)'을 인용해 자코메티 작품 세계를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모든 사람으로 이루어진, 그 모두와 다름 없고, 그 누구보다 나을 게 없는 온전한 사람"

- 장 폴 사르트르, <말>, 1964




"자코메티 작품은 서로 다른 문화를 융합해 나온 산물"

자코메티는 이집트나 고대 메소포타미아 미술 등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같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영감을 받았다. 크리스티앙은 "작품 자체가 서로 다른 문화를 융합해 나온 산물이다. 자코메티 작품이 보편적인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코메티는 특정 인물을 모델로 세워 작업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특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인종이나 생김새 등 서로 다른 차이보다는 모두 한 인간으로서 갖는 유사성에 더 관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본, 1960 / 전성규 기자


크리스티앙은 관람객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을 꼽았다. '걸어가는 사람'은 세기의 걸작으로 꼽히는 자코메티 대표 작품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석고 원본이 이번 전시에 포함됐다. 키가 180cm가 넘는 이 거대한 조각상은 둥근 전시실 한 가운데 혼자 오롯이 놓여 관람객을 맞이한다. 

크리스티앙은 "이렇게 전시한 것은 재단에서도 처음"이라고 밝히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느낌이 정말 강렬하다. 크기도 그렇고 공간도 넓다"며 "물론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은 관람객 몫이지만 혼자 그 공간에 있다 보면 인간성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이란, 비록 실패하더라도 계속 노력하는 과정"

크리스티앙은 이 작품이 "앞으로 나아가는 인류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부스러질 것처럼 연약해보이면서도 그 안에는 단호한 의지가 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당신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코메티에게 삶이란 '비록 실패하더라도 계속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이룰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이다. 성공할 필요는 없다. 결과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 성공한다면 오히려 그것으로 죽은 것 아닐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의미니까."

지난 21일 알베르토 자코메티 파리 재단 큐레이터 크리스티앙 알랑데트를 만났다 / 이하 정대진 PD


자코메티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이 많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자코메티는 당대 가장 유명한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 철학자 사르트르, 극작가 사뮤엘 베케트 등 예술가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했다. 크리스티앙은 자코메티가 "그림 모델을 서 준 16살짜리 소녀와 삶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조각을 선택한 예술가"

자코메티 작품을 보면 생애 시기별로 여러 시도를 했던 경험이 드러난다. 크리스티앙은 "자코메티는 아버지 영향에서 벗어나 자기 스타일을 찾기 위해 일부러 조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아버지 조반니 자코메티(Giovanni Giacometti)는 유명한 후기 인상주의 화가였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는 아버지의 화가 지인들이 자주 방문했다. 자코메티의 대부 쿠노 아미에트(Cuno Amiet)도 화가였다. 그 영향으로 자코메티도 자연스럽게 예술을 시작했다. 

"자코메티 초반 작품은 아버지의 영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하지만 자코메티가 1920년대 초 파리로 건너가면서 완전히 아버지로부터 독립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코메티는 다시 고향 스탐파로 돌아가는데, 그때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1960년대 후기 작품을 보면 '로타르 좌상'처럼 몸 부분이 스탐파에 있는 산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코메티는 피카소와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크리스티앙은 "파리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에서 열었던 '피카소-자코메티' 전시를 보면 두 예술가 작품에는 연관성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두 예술가가 서로를 인정했다는 증거다"고 말했다. 

이번 자코메티전에도 피카소 특별관이 따로 마련돼 관람객들에게 두 예술가 관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코메티와 피카소는 서로의 작업실을 자주 방문하며 친분을 쌓았다. 피카소와 자코메티 작품들은 인체를 변형시키는 방식이나 '죽음'을 테마로 작업했다는 점, 이국적인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 유사하다. 또 다른 화가들은 대부분 당시 유행하던 추상미술을 선택했지만, 피카소와 자코메티는 실물 모델을 보고 작업하는 방식을 그만두지 않았다."

크리스티앙은 마지막으로 "디지털 세대는 작품을 이미지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직접 실물로 거장의 작품을 보는 것은 매우 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그는 "조각은 특히 3차원으로 보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며 전시 관람을 독려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은 내년 4월 15일까지 열린다.  

키워드 자코메티,알베르토자코메티한국특별전,크리스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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