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가 참으로 불편하다” SRT 청소노동자 인사 논란

2018-01-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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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노동자의 자아에 심적 압박을 가하는 걸로 보인다”

#SRT #수서역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호남선 SRT가 개통한지 1년 좀 넘었다. 종점인 수서역에 들어오는 열차를 맞이하는 분들이 있다.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용역회사 직원들이다. 모두 중년의 여성노동자들이다. ...

박준규에 의해 게시 됨 2018년 1월 10일 수요일

"열차가 들어올 시간이 되면 여덟 명이 객차 길이 간격으로 도열한다. 기관차가 20미터 정도 앞에 다가오면 허리를 구부려 공손하게 인사한다. 기차가 멈출 때까지 인사는 거듭된다."

수서발 고속철 SRT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인사 방침'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 박준규 씨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SRT 수서역 청소노동자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청소노동자 작업복을 입은 중년 여성이 빠르게 지나치는 열차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박준규 씨는 "처음엔 장거리 운행하느라 고생한 기관사에게 드리는 헌사의 성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관차가 자신 앞을 지나가도 움직이는 객차를 향해 연신 허리를 구부린다"고 밝혔다.

그는 "지나치는 열차를 향해 인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자칫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노동자의 자아에 심적 압박을 가하는 걸로 보인다"며 "이건 예의도 아니고 친절도 아니고 겸손도 아니다. 보는 내가 참으로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SR 측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SR 관계자는 매체에 "열차에 대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타고 계신 고객들을 환영하는 '손님맞이' 의미로 인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SR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에도 이번과 비슷한 항의가 있어 1~2개월 정도 청소노동자들의 인사를 중단시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인사를 왜 안 하냐', '벌써 변한 것 아니냐'는 반대 민원이 제기돼 SR 측은 인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SR 측은 인사 때문에 용역업체 측에 통상보다 비싼 용역료를 지불한다며 일종의 '고급 서비스'라고 해명하면서도 "많은 고객들이 의견을 주시고 있는 만큼 결론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해당 문제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