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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한국에는 꼬리표처럼 항상 따라붙는 오명이 몇 가지 있다.

자살률도 그중 하나다. 노인 빈곤율과 더불어 우리나라 자살률은 악명높다. 2003년 이후 2016년 현재까지 13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놓친 적이 없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사회구성의 기본단위인 개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가정과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정부가 생명존중 문화확산을 통해 2022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20명 이내로, 연간 자살자 수를 1만명 이하로 끌어내리겠다고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배경이다.

OECD 국가 자살률 비교(명, 2017년 9월)


◇ 하루 평균 36명, 40분 마다 1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년에 1만3천92명이었다.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인데,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자살률)는 25.6명에 달한다.

자살은 주요사망원인 5위로 교통사고사망률(10.1명)의 2.5배에 이른다.

특히 10대와 20대, 30대 청소년, 청년층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이다.

자살 시도자는 자살 사망자의 10∼40배(청소년은 50∼150배)로 약 52만4천명이나 될 정도로 많다.

자살률은 연령에 비례해서 증가해 특히 노인 자살률은 53.3명으로 전체 자살률의 2배 이상이다.

60대 이후 자살률이 종전연령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하는 게 일반적인 외국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이런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 자살률(12.1명)에 견줘 2.4배에 이른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1년 31.7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4년 27.3명, 2015년 26.5명, 2016년 25.6명 등으로 그나마 감소세를 보이지만, 2위인 헝가리(19.4명), 3위권인 일본(17.6명) 등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자살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건강보험공단 자료(2014년)를 보면, 자살한 당사자의 미래소득 감소분만 고려할 경우에도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6조5천억원이나 된다. 5가지 주요 사망원인 중 암(14조원)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은 자살시도로 인한 외상·후유증 치료비, 자살유가족의 신체·정신질환 치료비 등을 반영하면 자살의 사회적 비용은 추계규모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 자살 원인…소득 불평등 등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도 많이 작용

우리나라 자살 원인으로는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주로 꼽히지만,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소득 불평등 등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도 자살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경찰청의 2016년 자살 주요동기 자료를 보면, 자살 동기의 36.2%는 정신적 문제였지만, 경제생활 문제도 23.4%를 차지했다. 신체질병은 21.3%로 3번째로 많았다. 이어 가정문제(8.9%), 업무상의 문제(3.9%) 등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실업률과 상대적 빈곤율 등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면 자살률도 높아져 1997년 외환위기와 2002년 카드대란,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자살률은 수직으로 상승하고서 원상회복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통합수준이 낮은 점도 자살률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를 보면, 1995년 이후 2015년까지 20년 동안 5년 주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통합 지수를 측정해보니, 한국은 5차례 모두 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로 최하위를 못 벗어났다.

한국 사회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성별과 나이, 빈부에 따라 차별받고, 사회 제도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뜻이다. 나아가 시민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개인이 교육을 통해 사회·경제적 성취를 이루기 어려우며, 사회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도 자살문제 악화에 한몫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신건강실태조사(2016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지만, 이 중 22.2%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높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조현병, 건선, 신체손상 등 사회적 편견이 심한 질환을 앓는 사람의 자살위험은 크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송파 세 모녀' 등 삶의 위기, 정신적 어려움에 부닥쳐있으면서도 사회적 관계 단절로 공적 지원을 신청조차 하지 않고 자살하는 경우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적극 개입, 관리해 국민생명을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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