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남근 모양?” 화제된 평창 ‘총알맨들’ 김지현 작가 인터뷰

2018-02-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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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모루겟소요(モルゲッソヨ)' 동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메인 프레스 센터 앞에 위치한 조각상 '총알맨들' / 이하 위키트리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메인 프레스 센터 앞에 위치한 조각상 '총알맨들' / 이하 위키트리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메인 프레스 센터(MPC) 앞에 있는 조각 작품이 화제다. 이 조각상은 김지현(남·50) 작가가 만든 '총알맨들(Bullet men)'이다. 지난 2013년 평창 비엔날레에 출품된 뒤 알펜시아 리조트 안에 설치됐다. 강원문화재단이 관리 중이다.

조각상은 건장한 남성들이 나체로 머리에 무언가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언뜻 남근 모양 같기도, 거대한 총알 같기도 하다. 지난 7일 일본 매체가 보도하며 '모루겟소요(モルゲッソヨ)' 동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모루겟소요'라는 명칭은 "이게 뭐냐"는 기자 질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모르겠어요"고 답했다는 보도 내용서 비롯됐다. 조각상을 패러디한 일러스트와 라떼아트까지 나왔다.

10일 오후 조각상이 설치된 평창 알펜시아 메인 프레스 센터를 직접 찾았다. 몇몇 일본인들이 조각상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중년의 한국 남성들은 "멋있다"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대학생 샤히 둘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전쟁 이야기를 담은 작품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각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방글라데시 대학생 샤히 둘(우)과 친구
조각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방글라데시 대학생 샤히 둘(우)과 친구

10일 김지현 작가에게 작품에 대해 직접 물었다.

-남근을 형상화한 게 맞나?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일부러 '남근'이라는 부분을 노출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다. 투구를 쓰고 있는 남성을 형상화한 거다. 중의적으로 남근처럼 보일 수 있는 것뿐이다.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건장하고 멋진 신체, 껍데기로 무장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나약한 인간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이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이렇게 그럴듯한 껍데기들을 욕망하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을 포장하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직접 다 만든 건가?

그렇다. 2008년 개인전에서 발표한 작품을 2013년에 카피해 다시 만든 거다. 만드는 과정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먼저 조각상 형태를 흙으로 빚어 석고로 틀을 뜬다. 석고 틀 안에 플라스틱 재질의 재료를 채워 굳힌다. 굳혀진 형상을 꺼내 좀 더 정교하게 다듬고 페인트칠을 해서 마무리한 작품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화제가 돼서 좀 놀랍기도 하고, 재밌다. '너무 외설적인 거 아니냐'는 반응들도 있는 거로 알고 있다. 보는 이들에게 작가가 의도한 대로만 읽어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쪽으로만 초점을 맞추면 작품에 담은 본래 메시지가 가려질까 봐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즐겁게 즐기고 있다.

*사진: 이예나 PD, 윤희정 기자

[위키 GO] 평창 프레스센터 앞 ‘모르겠어요’ 조각상

[위키 라이브] ‘모르겠어요’ 동상 “평창 동계올림픽 Day 1” 위키트리 윤희정 기자가 평창 메인프레스센터 앞에 설치된 화제의 조각 작품, 일명 ‘모르겠어요(モルゲッソヨ, 모루게소요)’의 진실을 취재합니다. 김지현 작가의 인터뷰도 공개합니다.

Wikitree - 위키트리에 의해 게시 됨 2018년 2월 10일 토요일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