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변신은 무죄? 다채로운 가공우유의 세계

2018-03-05 14:20

add remove print link

최근 빙그레에서 선보인 ‘오디맛 우유’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Flickr
Flickr

최근 빙그레에서 선보인 ‘오디맛 우유’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의 색상으로 선정됐다는 울트라 바이올렛에서 착안한 듯한 독특한 연보라색이 눈길을 끄는 이 제품은 베리류의 상큼한 맛이 우유와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우유에 다양한 맛을 가미한 이른바 ‘가공우유’는 유제품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사랑받는 음료이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먹는 급식우유에 질릴 때쯤, 한두 개씩 섞여 있는 초코나 딸기우유는 특별한 선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가공우유 중에는 몇십 년 이상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있는가 하면 너무 앞서나간(?) 탓인지 단명하고 만 제품도 많은데, 특히 시선을 끌었던 몇 가지를 떠올려 보기로 하자.

일명 ‘단지우유’, 바나나 우유

Flickr
Flickr

바나나가 귀한 과일이던 1974년 출시된 바나나우유는 국내 최초 연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한, 말 그대로 히트 상품이라 할 만 하다. 원래 이 제품에는 바나나 대신 인공 향이 들어갔으나, 실제 과일이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이 바뀌면서 2010년 4월부터 진짜 바나나 과즙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단지 모양 용기에 담긴 샛노란 바나나 우유는 김밥과 함께 소풍 때의 필수 아이템으로 불리며 목욕 다녀오면 먹고 싶어지는 음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때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음료가 출시되면서 ‘노란 바나나 우유’의 지위가 위협당한 적도 있으나 ‘단지우유’의 노란 빛깔과 중독성 있는 단맛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생각보다 역사가 긴 초코우유

식감이 부드러운 초코우유는 생각보다 역사가 꽤 오래된 제품이다. 정확히 말하면 유럽에 전해진 초창기의 초콜릿이 바로 초코우유 형태와 닮아 있다. 유럽인들은 아즈텍에서 먹던 쓴 카카오에 설탕과 우유를 넣어 맛을 냈으며, 1680년대 영국의 의사 한스 슬론은 초코우유를 상품화해 약용으로 내놓았다. 일제시대인 1931년도 동아일보에 “초콜레트나 코코아에 우유를 넣으면 자양 있는 음료가 된다”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으로 미뤄 우리나라에 알려진 역사도 상당히 오래됐다. 실제로 초코우유 속에는 당분 외에 자양강장제에 들어가는 타우린이 포함돼 있으며 카테킨과 카카오의 폴리페놀, 테오브로민 같은 성분이 체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딸기우유

Flickr
Flickr

우유에 딸기향을 첨가하고 분홍색을 낸 딸기우유는 여성스러운 이미지 탓인지 걸그룹 이름으로도 쓰인다. 한때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딸기우유를 마시면 가슴이 커진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는데 어디까지나 낭설이다. 다만 딸기우유에는 당분과 지방이 있으므로 가슴과 함께 몸 전체가(?) 불어날 수는 있다. 딸기우유 속 분홍색은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코치닐’이라는 색소를 사용한다. 한 TV 프로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레라는 찜찜함 때문인지 색소가 없는 하얀 딸기우유가 나오기 시작했고, 인공향 대신 진짜 딸기과즙이 들어간 우유를 선호하는 이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만약 집에서 딸기를 우유에 섞어 먹는다면 산 때문에 우유가 응고되므로 먹기 직전에 넣는다.

밀크커피 대신 마시는 커피우유

Common wiki
Common wiki

청소년들, 특히 수험생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우유는 사실 성분으로 보면 밀크커피와 큰 차이가 없다. 74년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삼각형 비닐봉지에 담겨 출시된 커피우유는 당시 중고생들 사이에서 어른스러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음료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30년대에 미국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시럽을 우유에 넣어 팔기 시작한 것이 커피우유의 유래라고 한다. 커피시럽은 커피향을 분리시켜 당밀에 첨가한 것으로 우유나 아이스크림, 티라미수 등에 첨가한다. 커피시럽이 들어간 커피우유는 오늘날 로드 아일랜드 주의 상징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커피우유에는 대부분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이 듬뿍 들어가 있으나 최근에는 커피의 종류가 조금씩 고급화되는 추세이다.

컬트적인(?) 느낌의 다양한 가공우유

가공우유에는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재료나 맛으로 컬트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제품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너무 실험적인 시도였던 탓인지 잠깐 출시됐다 모습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검은콩, 녹차우유 등이 나오는가 하면 망고, 고구마, 밤, 옥수수 우유 등도 나온 적이 있다.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제품은 검은콩우유 정도이며 녹차우유는 매일유업 녹차라떼가 남아있다. 남양유업에서는 한때 ‘토마토 라떼’라는 제품을 내놓았다가 조용히 묻히기도 했다. 허니버터칩이 유행할 무렵 고메버터를 넣었다는 ‘버터우유’, 파스퇴르의 치즈우유, 단종됐다 다시 출시된 빙그레 멜론우유 등도 이색 가공우유 중 하나이다. 이런 가공우유들은 색다른 맛과 향으로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생우유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다 당분 등 첨가물이 많으므로 구입할 때는 성분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