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연대하겠다" 고려대 총학생회, 여성의 날 성명 발표

2018-03-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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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역시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려대 홍보팀
고려대 홍보팀

고려대(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미투(MeToo)' 운동 지지 선언을 했다.

8일 고려대 총학생회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의 날(3월 8일)' 기념 성명을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사회 이슈로 떠오른 '미투' 운동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연극계, 영화계 심지어 정계까지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라며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냉혹하다"라고 썼다. 총학생회는 "이번 (미투) 운동을 주목해야 한다. 현실 사회 지위와 권력에 가로막힌 피해자들 목소리에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총학생회는 '미투' 운동을 학내 문제와 연결했다. 총학생회는 "고려대 역시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라며 "교수가 자신이 지도하던 학생에게, 대표자가 학교 구성원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게 불과 작년 일이다"라고 썼다.

총학생회는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총학생회는 "거대한 권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라며 "서로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감과 동시에 서로에게 버팀목이 돼 거대한 파도에 힘을 보태자"라고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 인권연대국장은 위키트리에 "(나도) 학교에 다니면서 여학생으로서 많은 성폭력을 경험했다"라며 "지금도 여기저기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권연대국장은 "우리는 '미투' 운동을 단순히 지지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 학교에도 어두운 면이 있음을 인지하고 연대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미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기 경험을 폭로하는 캠페인이다. '나도 고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올해 인물(Person of the Year)'로 '미투' 캠페인에 참가한 폭로자들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이라고 명명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성명서 전문이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언젠가는 금이 가기 마련이다

최근 연극계, 영화계 심지어 정계까지 각계각층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냉혹하다. 대한민국 전체 여성의 5분의 1이 성폭력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한 유명 정치인에 대한 성폭행 폭로가 우리에게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경험에 있을 것이다.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는 꽤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왔지만 특히 이번 운동을 더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현실사회의 지위와 권력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왔던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마침내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이 운동에 온 마음을 다해 위로와 지지를 보내는 바이다. 총학생회는 학생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의 조사와 피해자의 보호, 가해자의 처벌에 한치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건의 이면에 학생 개인의 신분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권력이 있더라도, 가해자의 지위에 관계없이 그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끝까지 연대하여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WITH_YOU의 목소리를 보내기 이전에 고려대학교 역시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부터 고려대학교에서는 다양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왔다. 교수가 자신이 지도하던 학생에게, 대표자가 학교 구성원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것이 불과 작년의 일이다. 정후 게시판에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마를 날이 없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학교 커뮤니티에서 여성에 대한 비하와 혐오가 난무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껏 우리는 ‘그 집단은 원래 그렇다’ 혹은 ‘그 집단은 어쩔 수 없다’, 내지는 ‘세상에 나쁜 놈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성폭력을 묵인해 왔는가. 같은 공동체를 공유하는 구성원으로서 이 수많은 폭력과 상처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연대하자. 우리의 연대는 #WITH_YOU이자 #ME_TOO여야 한다.

다시, 왜 지금껏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이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개인으로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권력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며, 대학이라는 공간 역시 이러한 권력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음이 자명하다. 학점, 취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하고 성폭력의 가해자가 이를 좌지우지할 권력을 쥐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나만 조용히 하면…’ 이라는 가정이 대체로 들어맞는 공간인 것이다. 비교적 평등하다고 할 수 있는 선후배 혹은 동기관계에서도 주변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낙인은 이들을 침묵으로 내몬다. 결국 성폭력 문제는 단순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섣불리 피해자들에게 신고하라고, 목소리를 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 저 거대한 권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서로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감과 동시에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이 거대한 파도에 함께 힘을 보태자.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걱정하기 이전에,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이 사회에 함께 슬퍼하자. 또한 내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한 적이 없는지, 누군가의 상처에 기름을 부은 적은 없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반성하자.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줄기에는 결국 구멍이 뚫리기 마련이다. 이 땅의 모든 성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더 많은 #WITH_YOU, 그리고 #ME_TOO 로써 연대하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동의를 받고 게재합니다 / 고려대 총학생회
동의를 받고 게재합니다 / 고려대 총학생회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