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거장' 자코메티가 사랑한 세 여인 이야기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고독과 침묵 속에서 오랜 탐구 끝에 조각계의 1인자로서 널리 인정받게 된 '현대 조각의 거장'이다. 그의 조각상은 철사와 같이 가느다랗게 표현된 팔다리와 다듬어지지 않은 표면 등이 특징이다. 인물을 가늘고 길게 표현하여 고독한 느낌을 주는 이 조각상들은 실존주의자들의 비관주의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자코메티에게 영감을 준 모델 별로 전시되어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모델이었던 세 명의 여인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간다면, 더 쉽게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1. 이사벨 "자코메티, 피카소 등에게 영감을 주었던 매혹적인 뮤즈"

이사벨은 자코메티뿐만 아니라, 피카소 등 다른 수많은 예술가의 뮤즈가 되었다.

자코메티를 비롯한 유럽의 예술가들과 교류한 제임스 로드는 이사벨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키가 크고, 나긋나긋하고, 대단히 비율이 좋으며, 고양이 같은 포식자의 민첩함으로 움직인다. 그녀의 큰 입, 높은 광대뼈, 그리고 반쯤 감긴 눈초리가 올라간 눈에서 근원을 알 수 없는 이국적인 무언가가 보였다. 그녀의 응시는 뛰어나고 두드러지지만 까마득한 강렬함으로 밝게 빛났다."

1934년 자코메티는 이사벨과 파리에서 만나고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이사벨은 자코메티의 작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파리의 생미셸의 거리에 서 있던 이사벨은 자코메티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자코메티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것들이 극히 작았을 때만 사실처럼 보였다'라고 하며 조각의 크기를 축소하려는 것에 반대로 길고 가늘게 늘리기 시작했다. 인물을 가늘고 길게 철사와 같이 가느다랗게 표현하는 방식은 이사벨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캐롤린 "자코메티가 사랑한 마지막 모델"

자코메티는 57세의 나이가 되었을 때, 20살인 매춘부 캐롤린을 만나게 된다. 1959년 10월 바뱅가의 셰자드리엥이라는 술집에서 캐롤린을 처음 만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코메티는 캐롤린을 여신이라고 생각했고 고급 스포츠카, 현금 등 캐롤린이 원하는 것은 모두 해주었다. 자코메티가 캐롤린에게 빠진 이유는 '시선'이라고 한다.

"어느 날 나는 어떤 젊은 소녀를 그리고 있는 동안 뭔가가 갑자기 떠올랐다. 모든 것은 사라져도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시선'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은 죽은자의 해골에 불과하다. 결국 죽음과 개인을 구별해주는 것은 시선이다" - 알베르토 자코메티

자코메티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부인 아네트에게 캐롤린 곁에서 눈을 감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코메티는 자신이 사랑한 마지막 모델인 캐롤린이 담긴 수많은 초상화를 남겼다.

3. 아네트 "자코메티의 아내"

1943년 10월에 자코메티는 스무 살이 된 아네트와 만나게 된다. 1948년부터 자코메티의 모델이 된 아네트는 1949년 자코메티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아네트는 가사와 전시 등을 준비하며 자코메티를 위해 헌신한다. 하지만 자코메티는 거리의 여인들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네트도 일본인 철학자 이사쿠 야나이라하라와 외도하게 되지만, 자코메티는 아네트와 야나이라하라의 관계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뻐했다고 한다. 셋은 평화로운 삼각관계를 유지했고, 후에 아네트는 두 남자와 모두 멀어졌다. 아네트는 자코메티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작품을 기록화하는 일에 매진했다.

"조각가는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사람" - 알베르토 자코메티

알베르토 자코메티에 의해 영원히 살게 된 자코메티의 뮤즈들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에서 다음달 15일까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