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구속영장 또 기각된 이유는?…검찰 수사 동력 잃나

2018-04-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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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안 전 지사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29일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8.3.29/이하 뉴스1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29일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8.3.29/이하 뉴스1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유경선 기자 = 성폭행 등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수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서부지법 박승혜 영장전담판사는 5일 오전 1시30분쯤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기록이 삭제된 김지은씨(33)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추가 복원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을 보강하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강조해 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의 판단을 뒤집진 못했다.

검찰은 첫 영장 기각 후 증거인멸 우려나 사안의 중대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를 밝힐 때 '혐의를 다툴 여지' 등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혐의 소명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장을 재청구한 이유도 안 전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를 새롭게 확보했다기보단, 증거인멸 우려나 2차 피해 등 구속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제반증거들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이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관계자 진술 등 제반 증거에 비춰볼 때 안 전 지사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검찰이 영장 기각 닷새 만에 혐의를 추가하지 않고 안 전 지사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자 일각에서 '검찰이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스모킹 건'은 없었던 셈이다.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열흘 만에 재출석하고 있다.  2018.3.19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열흘 만에 재출석하고 있다. 2018.3.19

또한 법원은 안 전 지사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혐의를 다퉈야 하는 상황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면 방어권을 과하게 제한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로 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기각된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또 영장이 기각된 건 법원이 단순 불륜일 가능성을 본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변호사 역시 "법원이 1차 영장 기각 때 범죄 소명 수준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서면심사를 하는 대신 출석을 요구한 점에 비춰볼 때 판사가 범죄혐의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영장 심사 때도 검찰이 얼마나 보강수사를 해서 범죄 혐의를 소명했는지가 핵심 관건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안 전 지사가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면 구속 필요성이 인정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4.4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4.4

앞서 법조계에선 검찰이 재청구 때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 관련 혐의를 추가해 범죄의 상습성을 강조하리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검찰은 "2차 고소사건은 좀 더 수사를 진행한 다음 결정할 계획"이라며 포함하지 않았다.

김범한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검찰이 1차 고소건 하나만 갖고 바로 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성급했던 것 같다"며 "2차 고소건을 포함해 청구했다면 법원이 보다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안 전 지사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검찰이 수사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최 변호사는 "영장이 기각되면 피의자들이 법에 의해 혐의가 벗겨졌다며 더 강력히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인들이 조사를 임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안 전 지사가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간이 아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이란 혐의 특성에 따른 것이고, 기각이 됐으니 검찰도 보강수사를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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