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한국당에 선사한 뜻밖의 단비 '김기식 논란'

2018-04-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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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남북 정상회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의 돌발변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 이하 연합뉴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 이하 연합뉴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뜻밖의 악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게는 '뜻밖의 단비'가 되고 있다. 개헌, 남북 정상회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의 돌발변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기식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수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미국·유럽 출장에 동행한 여성 인턴이 승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연일 김기식 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국회의원 특권을 강화시켜 준 청와대를 보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문재인 정권이 말하는 개혁이고, 정의이고, 공정인가?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몰락한 김기식 원장이 무슨 권위로 금융기관을 감독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김기식 원장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김기식 원장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김기식 원장 논란은 자유한국당에게 '뜻밖의 단비' 같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 남북 정상회담 성사 등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대여투쟁을 강화할 수 있는 '정치적 카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마저 김기식 원장에게 등을 돌릴 경우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UAE 출장, '천안함 참사 배후'로 지목된 북한 김영철 한국 방문 등을 놓고 대여투쟁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우군'으로 불리는 정의당까지도 김기식 원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9일 서면브리핑에서 "날 선 개혁의 칼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흠결을 안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지 의문"이라며 "김 원장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더 구체적인 해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의당은 현재 김기식 원장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생각에 잠긴 문재인 대통령
생각에 잠긴 문재인 대통령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김기식 원장 인사를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조국 민정수석은 임종석 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4월 6일부터 9일까지 김기식 원장을 둘러싼 일부 언론 의혹 제기에 대해 그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 결과 의혹이 제기된 해외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출장 건들은 모두 관련 기관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의원 외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거나 관련 기관 예산이 적정하게 쓰였는지 현장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나, 그렇다고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1년 참여연대 시민운동가 시절 김기식 원장
2001년 참여연대 시민운동가 시절 김기식 원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김기식 원장은 1994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진보성향 시민단체 '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참여연대에서 사무처장과 정책위원장을 맡았고 소액주주 운동 등을 주도했다. 김 원장은 2000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총선시민연대'에서 낙천·낙선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기식 원장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2015년 더불어민주당 재벌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강도 높은 재벌 개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