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이 성폭행” 38년 만에 결심한 5.18 민주유공자 미투 폭로

2018-05-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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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여검사가 미투를 해서 38년 만에 나도 용기를 냈다”

이하 유튜브, JTBC '뉴스룸'
이하 유튜브, JTBC '뉴스룸'

5.18 민주유공자 여성들이 38년 만에 계엄군에게 당했던 혹독한 성폭력을 폭로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출입증, 무기 회수 등 업무와 안내 방송을 맡은 김선옥 씨는 계엄군에게 붙잡힌 뒤 고문당하고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밝혔다. 8일 한겨레신문에서 그의 이야기를 단독 보도한 후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서도 방송됐다.

김 씨는 "얼마 전에 여검사가 미투를 해서 38년 만에 나도 용기를 냈다"라고 인터뷰 이유를 밝혔다.

그는 1980년 당시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 학생이었다고 했다.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5월 22일 시내에 나갔다가 학생수습대책위원회를 맡아 도청에 들어갔다. 그해 7월 3일 계엄사령부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

김 씨는 "가니까 '여자 대빵 데리고 왔구먼. 얼굴이 반반하네. 데모 안 하게 생긴 년이. 너 이년, 인자 무기징역이다'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씨는 폭행과 고문을 당하다 그해 9월 4일 계장으로 불리던 수사관에게 인근 여관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그 전에 죽도록 두들겨맞았던 일보다 내가 저항하지 못하고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비참했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날 김 씨는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김 씨 사연은 오는 10일부터 '5.18영창특별전'에 '무너진 스물 세살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다.

전춘심 씨는 1980년 5월 19일 동사무소에서 앰프를 가지고 나와 청년들과 가두방송한 인물이다. 그는 24일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505 보안대로 끌려갔다.

전 씨는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몇몇은 총을 내 귀와 허리에 대고 있었고, 수사관은 나를 두들겨 팼다"라고 말했다. 그는 "곤봉으로 나의 '여성'(성기) 쪽을 막 (때리며) '니가 처녀냐?'고 했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전 씨는 "나는 경찰관 가족이고, 간첩이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았다"라며 "하혈을 하고 저녁이면 공포에 떨고, 무서워 견딜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2012년 보도에 따르면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한기순(가명) 씨는 "그때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라며 "당시 나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함께 있던 가정주부도 당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정수만 회장은 "한 여성 피해자는 정신질환을 앓다가 결국 분신자살을 한 경우도 있다"라며 "그 여성들이 어떻게 해서 그런 정신질환까지 앓게 됐는지 그분들이 남긴 기록도 있지만, 너무도 끔찍해 차마 아무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