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분화 요인 제거?” 폭파되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7가지 사실

2018-05-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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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장 인근에서의 지진동은 원자력 발전소도 견딜 수 없는 강한 진동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연합뉴스)

북한이 오는 23~25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풍계리 핵실험장은 일부 지질학자들 사이에서 '백두산 화산 분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모두 6차례 핵실험이 이뤄졌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공보에서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다"며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남북정상회담 때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며 "풍계리 갱도를 폭파하는 다이너마이트 소리가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여정의 첫 축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비핵화 이행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 관심이 쏠린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7가지 사실을 정리했다.

1. 모든 북한 핵실험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북한이 그동안 실시한 6차례 핵실험 모두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이곳에서 지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후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해왔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 핵개발의 상징적인 장소로 북한은 이곳을 '북부 핵시험장'으로 불러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6년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앞에서 핵무기 과학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6년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앞에서 핵무기 과학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뉴스1)

2.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은 지형에 있다

풍계리는 해발 2205m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000m 이상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형 조건 때문에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6차례 핵실험으로 풍계리 주변은 방사성 물질로 오염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보안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 지역 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3. 핵실험용 갱도는 모두 4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을 할 때, 2차 갱도는 2차부터 6차까지 5차례 핵실험을 할 때 각각 사용했다. 1번과 2번 갱도는 그동안의 핵실험으로 사용이 중단된 상황이다. 3번 갱도는 핵실험이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4번 갱도는 최근까지 굴착 공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위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위치

4. 백두산 화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백두산 지하 마그마 지대와 인접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북한의 잦은 핵실험이 백두산 화산 분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지질분야 연구자들은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지질학회 2017 추계지질과학연합학술대회' 특별 세션에서 북한 핵실험이 휴화산인 백두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수직으로 최대 4m 정도 함몰하는 등 변이가 관측됐다"며 "핵실험장 인근에서의 지진동은 0.29G(지진가속도)로, 원자력 발전소도 견딜 수 없는 강한 진동이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러한 강력한 지진동은 핵실험장뿐만 아니라 백두산 인근까지도 굉장히 큰 지진동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정적으로 (화산분화에) 어느 정도의 압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실험결과를 보면 100kPa 내외 압력 증가로도 (마그마 상승을 유발하는) 기포가 형성돼 화산분화가 촉발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북한 핵실험과 백두산 화산 분화는 별다른 인과관계가 없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5. 북한 영변 냉각탑 폭파 때와 비교가 된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쇼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2008년 북한의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때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으로 "2008(년) 이미 북은 냉각탑 폭파쇼를 한 번 해 세계를 기망한 적이 있다. 이번에 또 하겠다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쇼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문제는 기존 핵 폐기다. 핵완성을 주장하는 마당에 핵실험장 폐기는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당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는 지난 2007년 '북핵 2·13 합의'에 따른 불능화 조치 일환으로, 내열제와 증발장치 등이 이미 제거돼 용도 폐기된 '빈 껍데기' 상태였다. 그러나 풍계리 핵실험장은 여전히 일부 갱도가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6월 비핵화 의지를 밝히기 위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6월 비핵화 의지를 밝히기 위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6. 핵실험장 폭파 장면은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장면을 한국과 해외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취재진을 위해 원산에 프레스센터와 숙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이동을 위해 특별열차도 편성하기로 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공보에서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핵시험장 페기 상황을 현지에서 취재·촬영한 다음 기자센터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보장하고 협조한다"고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관련 뉴스를 지켜보는 시민들
풍계리 핵실험장 관련 뉴스를 지켜보는 시민들

7. 일본에게는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한국,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언론사 기자에게만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 취재를 허용했다. 한반도 주변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 언론사만 제외했다.

북한은 외무성은 지난 12일 공보에서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했다"는 이유 밖에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도 "재팬 패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도쿄 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도쿄 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