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폐지해 주세요” 현직 교사 절절한 호소 (청와대 청원)

2018-05-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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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제안자는 의례적인 '스승의 날' 행사로는 교권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스승의날을 맞아 교실 칠판을 꾸민 사진을 공개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현직 교사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청원 제안자는 의례적인 '스승의 날' 행사로는 교권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9시 현재 1만 명이 넘는 동참자 수를 기록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제안자는 "정부 포상 계획을 알리며 상을 받고 싶은 사람을 조사하는 것을 보니 스승의 날이 또 다가오나 본다"며 "학폭예방 유공, 교원 가산점처럼 누가 또 이 상은 신청해야 하는지를 두고 교사들은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청원 제안자는 "학생들에게는 협력을 가르치며 교사들은 이런 것들로 경쟁하며 어색해지는 학교 분위기가 참 싫다"며 "교권은 포상과 행사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청원 제안자는 "교권 추락은 수수방관하며 '교사 패싱'으로 일관하는 분위기에서 현장 교사들은 스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소명의식 투철한 교사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카네이션 / 뉴스1
카네이션 / 뉴스1

15일 교육부는 제37회 스승의 날을 맞아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교 현장에서 솔선수범한 우수 교원 3366명에 대한 포상도 이뤄졌다.

다문화 학생들 한글 읽기·쓰기를 지도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운 전영숙 왜관초 교사 등 17명이 근정훈장을 받았다. 학교 교육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 수시 개정체제를 마련한 권영민 교육부 장학관과 지체장애에도 32년간 특수교사로 학생들을 돌본 권희자 한국선진학교 교사 등 15명은 근정포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밖에 94명이 대통령 표창, 104명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은 3136명이 받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 국민청원 전문이다.

정부포상계획을 알리며 상을 받고 싶은 사람을 조사하는 것을 보니 스승의 날이 또 다가오나 봅니다. 학폭예방 유공교원 가산점처럼 누가 또 이 상은 신청해야 하는지를 두고 교사들은 눈치를 보게 됩니다. 학생들에게는 협력을 가르치며 교사들은 이런 것들로 경쟁하며 어색해지는 학교 분위기가 참 싫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교육개혁은 부르짖었지만 교사들은 개혁의 주체는커녕 늘 개혁의 대상으로 취급받아 왔습니다. 모든 교사들이 반대하는 국정역사교과서를 밀실에서 끝까지 밀어부쳤던 정부는 말해야 입만 아프고, '교사 패싱'은 민주와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교원성과급이 도입되어 학교 현장의 갈등을 유발하더니, 문재인 정부에서 구성한 국가교육회의에 현장교사가 위원으로 단 한 명도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편안마저도 현장교사가 없는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하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니 교사 패싱, 정책 토싱의 상황들이 참 서럽습니다.

''스승의 날 학생대표만 교사에게 꽃을 줄 수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장의 말은 화를 돋구었습니다. 교사들 중에 누가 그 꽃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까? 왜 교사의 자존감을 이렇게 짓밟는 것입니까?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은 늘 하면서 정작 교사에 대한 정부기관과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촌지나 받고 있는 무능한 교사'라는 인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권침해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고, 언론의 교사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스승의 날은 유래도 불분명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없앴다가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칙적 중립성을 보장받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며 교사를 스승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참고 견디라고 하면서 ''교사는 있지만 스승이 없다''는 말은 또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왜 이 조롱을 교사들이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교단의 현실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교권존중의 사회적 풍토 조성"을 이유로 포상, 기념식 등의 행사로만 일관하고 있습니다.

교권은 포상과 행사로 살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교권추락은 수수방관하며 교사 패싱으로 일관하는 분위기에서 현장의 교사들은 스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소명의식 투철한 교사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정부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제2조를 개정하여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