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승무원과 조종사 '대한항공 갑질근절 3차 촛불집회'

2018-05-1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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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계열사 전·현직 직원들은 검은 마스크나 저항시위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을 쓴 채 집회에 참석했다.

조양호 일가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 / 이하 연합뉴스
조양호 일가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 /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우리는 머슴이나 노예가 아니라 힘들게 노력해서 이 자리에 온 직원이라고 말할 용기를 지금까지 내지 못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총수인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렸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에 이어 관세법 위반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한 집회는 지난 4일과 12일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시위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오른 한 참석자는 "한 친구가 내게 '땅콩 회항 사건 때 목소리를 냈더라면 어떻게 직원들에게 계속 소리를 지르고 무시했겠냐'고 하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참석자는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비용 절감을 강요할 때조차 술자리에서 푸념할 뿐이었다"며 감정이 복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이제부터라도 권리를, 우리의 동료들을, 그리고 대한항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는 "지금 드러난 (총수일가의) 범죄(혐의)만 봐도 폭행과 밀수, 관세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요양관리법 위반,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이 있다"면서 "반드시 처벌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리로 나선 대한항공 조종사
거리로 나선 대한항공 조종사

그는 "(총수일가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하면서도 휴가 비용이나 생필품 비용마저 회삿돈을 횡령해 쓰고 있고, 돈을 벌어다 주는 직원들에게 쓰는 돈 십 원도 아까워하며 A4용지마저 쓰지 못하게 윽박지른다"고 하소연했다.

한진 계열사 전·현직 직원들은 이날도 이전 집회와 마찬가지로 검은 마스크나 저항시위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을 쓴 채 집회에 참석했다. 신원이 드러나 행여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촛불을 든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참석자들은 '돈에 환장한 조씨 일가 창피합니다', 'Fly together(플라이 투게더) 갑질 근절 함께해요', '조씨와 부역자들이 대한항공을 망쳐놨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총수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다.

경찰은 이날 집회 인원을 4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8시 40분께 집회를 마쳤으며 서울 중구 서소문 대한항공 지점까지 행진한 뒤 해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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