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만 기도” 배우 꿈꿨던 자주포 사고 병장이 올린 글

지난해 8월 철원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부상을 입은 이찬호 병장이 호소문을 올렸다.

이찬호 병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현재 몸 상태와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다. 사고 전 건강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전신에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인 사진도 함께 올렸다. 그는 "사고가 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다"며 글을 쓴 이유를 밝혔다.

이 병장은 "현재 군은 K-9 자주포 기계 결함으로 잠정적 수사 발표를 한 상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실제 사격을 하고 있으며 훈련을 지속해서 강요받고 있다"고 적었다.

이찬호 병장은 사고 당시 끔찍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1평도 안 되는 그 밀폐된 차가운 철갑 안에서 장약 5호 3개가 터졌다"며 "어떠한 고통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병장은 생사를 오가는 치료 과정을 거쳤지만 의학적으로 신체를 복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보호자의 병간호 없이는 씻고 먹고 자는 것조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막상 전역을 하게 되면 병원비 또한 한 달에 500~700만 원이 드는 비용을 걱정해야 한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찬호 병장은 "중학교 3학년 때 품은 연기자의 꿈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찰나 돌연 꿈이 사망했다"며 "창문을 멍하니 보면서 죽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마지막으로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보통도 힘든 삶, 최소한의 살아갈 이유라도 얻고자 한다"며 청와대 청원 링크를 태그했다.

지난 18일 올라온 청와대 청원에는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장병을 치료해주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23일 오전 기준, 청원 참여인은 6만 8000여 명을 넘어섰다.

이찬호 병장은 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에서 사격 훈련 중 폭발 사고를 당했다. 당시 K-9 자주포 안에 타고 있던 장병 중 3명이 숨지고, 이찬호 병장(당시 상병) 등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찬호 병장은 지난 4월, 복무 기간을 다 채웠지만 치료비 관련 문제로 전역을 6개월 미룬 상태다. 군 전역 이후 일반 병원에서 무료 진료는 가능하지만, 화상 전문병원 치료비 지원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