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이라면 이렇게” 사람들 기억에 남은 인상적인 사과문 8개

2018-12-1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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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사과문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내
“좋은 사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된다”

사건 사고가 터진 후 당사자가 사과문을 공개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보인다.대개 사과문은 목적과 다르게 사태를 끝내거나 진정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사과문이 또 다른 논란을 낳아 일을 더 악화시키곤 한다. 사과문에 사과나 반성 대신 핑계나 책임 회피 목적이 있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반면 잘 쓴 사과문도 있다. 잘 쓴 사과문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런 사과문은 그 사건으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 무슨 심정인지 이해하고 있음을 적시한다.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지도 약속한다.

이런 내용들이 잘 담긴 사과문 8개를 정리했다.

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진자 관리 소홀로 인해 수많은 감염자를 발생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병원을 찾은 메르스 환자에 방만한 대응을 한 삼성서울병원은 30여 명에게 메르스를 옮게 했다. 결국 서울삼성병원은 메르스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돼 큰 비판을 받았다.

같은해 6월 23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했다. 그는 사망자와 유가족 그리고 환자들에게 사과했다.

사과문에서 이 부회장은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으로 병원 측 잘못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접근으로 공감을 구했다. 사태를 일으킨 원인을 앞으로 어떻게 고칠지도 분명하게 적시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저지른 잘못이 적지 않았지만 이 사과문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쏟아진 맹렬했던 비판은 한풀 꺾였다.

이 사과문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며 사과문의 정석으로 자리매김했다.

2. 전현무

2015년 12월 30일 전현무 씨는 2015 SBS 연예대상 진행을 맡았다. 그는 시상식 진행 중 강호동 씨와 인터뷰 중 "올해 어떤 활약을 하셨죠?"라고 비꼬거나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난다는 말에 "그건 살이 쪄서 그렇다"라고 면박을 줬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전현무 씨 언행이 무례했다며 크게 비판했다.

전현무 씨는 다음 날 아침 본인 인스타그램으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여러분들의 댓글 찬찬히 다 읽어보았습니다"라며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시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불쾌감을 느끼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더욱 부끄러운 것은 여러분이 이렇게 지적해주시기 전에는 제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라고 사태에 관한 본인 생각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갔다.

그는 강호동 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독여줬다고 전했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경솔한 실수였습니다"라며 끝까지 잘못을 깨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아침 라디오를 끝내고 어젯밤 SBS 연예대상 관련 여러분들의 댓글 찬찬히 다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대상 후보인 강호동 씨를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시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불쾌감을 느끼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여러분이 이렇게 지적해주시기 전에는 제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친한 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러분들이 함께 보는 방송임을 잠시 망각해 함부로 선을 넘어 진행한 점 인정합니다. 그리고 깊이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여러분이 지적해주신 것처럼 잠시전 호동이형님과 통화했고 경솔했던 제 실수를 말씀드리며 사과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감사하게도 호동형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며 오히려 저를 다독여주시더군요. 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경솔한 실수였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성숙해지고 신중히 방송하겠습니다. 방송을 이렇게 많이 하는데도 아직 한참 부족한 모양입니다. 오늘 밤에도 큰 시상식 진행을 하게 되었는데요. 다른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쓴소리와 비판을 아끼지 않아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전현무(@junhyunmoo)님의 공유 게시물님,

3. 김구라

2012년 4월 김구라 씨는 10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했던 막말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연예계 퇴출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김구라 씨는 사과문을 적고 잠정 은퇴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과거 저질렀던 잘못을 통감하며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너그럽게 생각해줬던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시청자들 요구를 깨닫고 잠정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활동을 중지한 시간 동안에도 철없던 과거를 반성하겠다고 적었다.

아래는 당시 김구라 씨가 공개한 사과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김구라입니다.

먼저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성숙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했던 시절에,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말했던 내용들이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입 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 다시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에, 예전에 했던 생각 없는 말들에 여러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으면서, 늘 마음 한구석에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아 왔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점이 많았던 저를 여러분들이 너그럽게 생각해 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연예계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에 늘 감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여러분들의 너그러움으로도 저의 과오를 다 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오늘 다시금 절감합니다.

연예인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대중들이 TV에 나오는 제 얼굴을 볼 때마다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방송인으로서의 자격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오늘 이 시간부터, 저 자신을 돌아보고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사랑해 주셨던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엎드려 사과드리며, 갑작스러운 방송 하차로 인해서 영향을 받게 될, 같이 프로그램에게 몸담고 있던 동료 연예인들, 그리고 방송사의 모든 관계자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저의 말들 때문에 상처를 받고 분노를 느꼈을 분들에게는 평생을 반성하고 사과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철없던 과거를 자숙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많이 부족했던 저를 지금까지 사랑해주신 여러분들의 감사함을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4. 인터넷 서점 알라딘

한 고객이 알라딘으로 성소수자 관련 서적을 구매했다. 고객이 택배 상자를 개봉하니 책과 함께 성소수자를 비난하는 특정 종교 광고물이 동봉돼 있었다. 그 고객은 의도적으로 동봉된 게 아니느냐며 트위터로 알라딘 서점에 항의했다.

알라딘 측은 즉각 트위터로 긴 사과문을 적었다. 알라딘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고객에게 인지시켰다. 알라딘 측은 그게 오해였다고 쉽게 사건을 일축하지 않고 회사 책임에 대해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알라딘 트위터
알라딘 트위터

아래는 트위터로 전한 사과문 전문이다.

얼마나 당혹스럽고 화 나셨을지 헤아리고도 남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해당 전단지는 기독교 분야 독자 대상의 출판사 광고물이었습니다.

미처 내용을 살피지 못하고, 그저 신간홍보니까 하면서 광고를 수주한 무신경한 일처리를 우선 사과드립니다. 해당 광고 전단의 배포는 중단하였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특히 광고 전단 배포방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21개 포장작업라인 중 1개 라인에서 기독교 분야 타깃광고를 오인하여 배포하는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도 말씀드립니다.

책 파는 서점으로서 책을 가려팔 수는 없지만 광고의 적합성조차 가리지 못한 게으름과 무신경에 대한 비판을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5. 최여진

2016년 8월 연기자 최여진 씨 어머니가 SNS에 개고기 문화와 관련해 양궁 국가대표 기보배 선수에 대해 욕설을 적어 비난했다. 이 글이 논란이 되자 어머니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사과문에서도 여전히 개고기 문화에 대한 빈정거림이 들어갔다. 사과글은 되레 사람들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최여진 씨는 논란이 심해지자 어머니 대신 손으로 직접 적은 사과문을 공개했다.

최여진 씨 인스타그램
최여진 씨 인스타그램

그녀는 어머니를 감싸주기보다 잘못했던 점들을 조목조목 명시했다. 기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도 빼놓지 않았다. 그녀는 어머니와 긴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대화를 마친 후 스스로 잘못된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6. 코오롱그룹

2014년 2월 17일 경북 상주시에 있는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 건물이 폭설로 쌓인 눈 때문에 붕괴됐다. 강당에서는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 중이었다. 당시 사고로 10명이 사망하고 204명이 다쳤다.

사고 발생 직후 리조트를 소유한 코오롱 그룹은 즉각 사과에 나섰다. 코오롱그룹은 사태에 관한 책임 회피를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사죄했다.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다짐했다.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해서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나와 코오롱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라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보상금 중 일부를 개인 재산을 내 부담했다.

코오롱
코오롱

7. 영국남자

지난 4월 15일 영국남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특집 영상 티저를 게재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히들스턴, 톰 홀랜드, 폼 클레멘티에프 총 4명이 등장했음에도 티저 영상에는 동양계 여성 클레멘티에프 모습은 찾아볼 수 없도록 편집됐다. 내레이션으로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 3명"이라고 소개돼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영국남자는 본편을 업로드하면서 댓글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그렇게 편집되었던 정황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많은 분들께 분노와 상처를 드리게 된 부분을 되돌아 볼 수록 저희의 미숙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라며 "앞으로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영국남자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 유튜브 채널

8.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지난 3월 페이스북 회원 5000만 명 개인정보가 한 페이스북 내 앱을 통해 유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개인정보들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영국 데이터 업체로 넘어갔다. 업체는 개인정보를 정치 인사들에게 팔려 정치 공작에 적극 활용됐다.

대량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에 페이스북은 홍역을 치렀다. CEO 마크 저커버그는 청문회에 출석해 심문받았다. 페이스북 주가는 폭락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자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신문사 1면에 본인 서명이 담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사태가 일어나게 된 과정을 간단히 적어 페이스북이 잘못한 일을 환기했다. 그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페이스북에 있는 모든 앱을 점검했으며 앞으로도 주의 깊게 앱 관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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