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제주도민이 '예멘 난민' 혐오하는 한국 사람에게 보낸 쓴소리

2018-06-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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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 반도 끝에 있는 '이슬람교 국가'다.

예멘 국기 / 셔터스톡
예멘 국기 / 셔터스톡

한 제주도민이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혐오하는 일부 한국 사람들에게 '뜨끔한' 쓴소리를 했다.

한겨레신문은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들을 돕고 있는 몇몇 도민들을 인터뷰했다.

21일 보도에 따르면 정모(38) 씨는 국악을 전공한 하모(38) 씨 연습실을 찾고 있다. 연습실은 제주시 출입국관리소 근처에 있고, 이들은 이곳에서 예멘 난민들을 돕고 있다.

하 씨는 최근 자신의 연습실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예멘 난민들에게 일주일 넘게 내주고 있다. 하 씨와 그의 지인들은 예멘 난민들을 위해 식빵, 우유, 휴지 등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정 씨는 이곳에서 예멘 난민들에게 한국 문화를 전하고 있다. 정 씨는 제주에 온 예멘 난민들을 우려하고 혐오하는 일부 한국 사람들에게 한마디 했다.

정 씨는 "인간의 욕구를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이슬람 문화"라며 "이슬람 문화는 실은 배가 고프다고 먼저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라고 말했다.

정 씨는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이 자존심을 꺾고 '지금 정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부탁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 반도 끝에 있는 이슬람교 국가다. 종파 갈등으로 시작된 내전이 3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최근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난민 신청을 하러 온 예멘인들이 급증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예멘 난민 신청자가 갑자기 증가하자 지난 1일 무사증 입국을 불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보고 받고 난민 수용 문제와 관련한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들에게 문 대통령 지시사항을 알렸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보고 받고 문재인 대통령이 내린 지시
김의겸 대변인은 "순찰 강화 조치를 하는 것을 보면 정부가 난민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것 아닌가?"라는 질문도 받았다. 김 대변인은 "제주 도민을 중심으로 걱정과 우려가 나오고 있지 않나. 실제로 예멘 난민들이 위험한지와 관계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난민 문제 전반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김 대변인은 "이번 예멘 난민 문제를 대하는 방향을 고려해 (청와대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지난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에 난민 신청을 하는 예멘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날 출입국청은 생계 어려움을 겪는 예멘인들을 위해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 뉴스1
지난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에 난민 신청을 하는 예멘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날 출입국청은 생계 어려움을 겪는 예멘인들을 위해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 뉴스1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