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보다 싼 알뜰폰 요금제 봇물…출혈경쟁 우려

2018-07-0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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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업계 “경쟁력 확보 위해 도대대가 인하해야”

월 1만원 내외로 LTE 데이터 1~2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가 속속이 출시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2만원대에 1GB와 음성 200분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알뜰폰업계에서 이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을 우려하기도 한다.

알뜰폰업계에서는 수익성 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이동통신3사의 통신망을 빌리는 대가인 도매대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이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알뜰폰업계의 요구를 들어줄지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업계에는 이미 보편요금제보다 저렴하면서도 데이터 제공량은 많은 요금제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에넥스텔레콤의 'LTE99' 유심 요금제. 사진/에넥스텔레콤
에넥스텔레콤의 'LTE99' 유심 요금제. 사진/에넥스텔레콤

이날 알뜰폼업체 세종텔레콤은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에서 월 1만1000원에 데이터 1GB·음성 100분·문자 200건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는 데이터 10GB·음성100분·문자100건을 제공하는 '스노우맨LTE10G 100분' 요금제를 이달말까지 특가 할인에 들어가 월 2만6500원에 판매한다.

전날에는 알뜰폰업체 에넥스텔레콤이 월 9900원에 데이터 2GB, 음성통화 100분, 문자 50건을 제공하는 'LTE99' 유심 요금제를 10월2일까지 판매한다고 밝혔다. 유심칩은 전국 GS25 편의점 및 에넥스텔레콤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 유플러스 알뜰모바일이 이날 헬스·뷰티스토어 '랄라블라' 전용으로 출시한 유심 요금제도 월 1만3500원에 데이터 2GB·음성통화 200분·문자 100건을 제공한다.

앞서 KT 알뜰폰 계열사인 KT엠모바일도 보편요금제 제공 기준을 충족하면서 요금은 2만원대 이하인 '국민통신요금제'를 선보였다. 이 요금제는 월 1만7490원에 데이터 1.5GB·음성 100분·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실용 유심 1.7 요금제’다. 월 7700원 평생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월 9790원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이러한 알뜰폰업체의 요금제 가격 경쟁이 격렬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제살깎아먹기'와 다름없는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 구조로 인해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한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손해를 무릎쓰고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며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가입자 이탈이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업계는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알뜰폰 이용자와 수요층이 겹쳐 알뜰폰 경쟁력이 취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알뜰폰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전파사용료 감면 및 도매대가 인하 등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도매대가 제도 개선이 꼽힌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의 망을 빌리는 대가로, 이통사 대표인 SK텔레콤과 알뜰폰 업계가 매년 협상을 통해 정한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교수는 "도매대가 비용이 알뜰폰 전체 서비스 매출의 44.5%에 달한다. 다른 운영비를 포함하면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통 3사의 평균 소매가격에 할인율을 적용해 도매대가를 정하다 보니 실제 원가 반영이 어렵고, 결국 3사가 (알뜰폰의 요금을) 결정해주는 구조"라며 "정부가 개입해 원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도매대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도 "원가와 적정 투자보수를 지불하는 원가 기반 도매대가 도입이 필요하다"며 "통신사 간 망 이용대가(접속료)에 투자보수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도매대가를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그간 도매대가를 인하해온 점을 강조하며 "도매대가를 대기업군에 맞추게 되면 중소기업은 마진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ome 정문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