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대한항공 직원들 연대" 경영진에 맞서 힘을 모은 양대 항공사 직원들

2018-07-0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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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발생한 기내식 지연사태가 시발점이었다.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한 대한항공 직원이 아시아나 항공 직원을 안아주고 있다. / 이하 뉴스1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한 대한항공 직원이 아시아나 항공 직원을 안아주고 있다. / 이하 뉴스1

국내 양대 국적기,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직원들이 함께 뭉쳤다. 각자 경영진에 대한 퇴진의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목표를 위해 함께 싸우자며 각오를 다졌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는 6일 오후 6시20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주관으로 열렸지만 엄밀하게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시작된 '아시아나 직원연대'가 추진한 것이었다.

지난 1일 발생한 기내식 지연사태가 시발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납품회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공급에 문제가 생겼고, 급하게 새로운 납품회사와 단기계약을 맺었지만 대량 공급 경험이 없는 이 회사는 필요로 하는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기내식 공급이 늦어지면서 비행기 출항도 지연되는 '기내식 대란'이 일어났다.

사측의 대처가 늦어진 가운데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의 몫이 됐다. 아시아나 직원들은 "사측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직원들만 '총알받이'가 됐다며 비판했고, 승객들과 직원들의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지난 3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4일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차례로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채팅방에 모인 이들은 촛불집회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세부 상황은 다르지만 지난 5월 오너 일가의 갑질 횡포에 맞서 4차례의 촛불집회를 연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행보와 유사했다. 장소도 대한항공직원연대 1차 집회가 열렸던 곳이었다.

아시아나 항공 직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경영진 교체와 기내식 정상화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 직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경영진 교체와 기내식 정상화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가 확정되자 대한항공직원연대도 곧장 '연대'를 하겠다고 나섰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5일 "같은 업종이면서 재벌총수 일가의 갑질을 당해왔다는 점에서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며 게릴라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날 집회 현장엔 두 회사 직원들이 함께 모이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무대 중앙에서 집회를 주도했고, 대한항공 직원들은 한쪽에서 캠페인을 벌이며 지원했다.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참석한 대한항공 운항직원은 "대한항공 1차 집회 때가 생각이 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항공사 연대라는 또 다른 세상을 열고 있다"면서 "함께 싸울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는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도 "경영진의 무책임한 일 처리에 분노해 이 자리에 나왔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함께 뭉쳐싸우는 것을 보고 부럽기도 했는데, 우리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먼저 같은 길을 걸은 대한항공 직원들과 함께 한다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전날 새노조 설립을 선언하고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운수노조에는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가입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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