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이 푼푼이 모아 놓은 돈 몰래 빼낸 재활시설 직원

2018-07-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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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금액이 많고, 다수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노숙인 100여명이 푼푼이 모아 놓은 수억원을 몰래 인출한 혐의로 기소된 노숙인 재활시설 직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이병삼 부장판사는 13일 절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5·여)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2012년 12월부터 노숙인 재활시설에서 근무해 온 A씨는 지난해 2월 9일 오전 11시 19분께 모 은행지점에서 자신이 근무하는 시설 입소자인 B씨 명의의 체크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10만원을 인출해 챙기는 등 같은 해 4월 21일까지 같은 시설 입소자 102명의 계좌에서 모두 2억7천86만원을 빼낸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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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또 지난해 2월 10일 오전 9시 53분께 모 은행지점에서 미리 가지고 있던 시설 입소자 C씨의 도장을 찍어 출금전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390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같은 해 4월 18일까지 79차례에 걸쳐 같은 시설 입소자 60명 명의의 출금전표를 위조·행사하는 수법으로 모두 1억8천233만2천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시설 입소자들의 통장 정리와 체크카드 유효기간 갱신을 위해 통장·체크카드를 보관하게 된 것을 악용했다.

A씨는 애인에게 흘러들어 간 대출금 등 1억2천여만원에 대한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으려다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으로부터 사기를 당했고, 이 사건 범행으로 얻은 범죄이익 전부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편취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판사는 "피해 금액이 많고, 다수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다"며 "피해복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차량매각대금과 퇴직금 등으로 마련한 3천500만원을 시설 측에 지급했다"며 "초범인 점, 범행의 동기 등 제반 사정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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