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 의심 없다지만”…제주도 실종 여성 시신에 풀리지 않은 의문

2018-08-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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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인근 해상까지 시신이 떠밀려 간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부검 결과 설명하는 강현욱 교수 / 이하 연합뉴스
부검 결과 설명하는 강현욱 교수 / 이하 연합뉴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 섬 북동쪽에 있는 세화포구에서 물에 빠져 100㎞ 떨어진 반대편의 남서쪽 해역에서 시신으로 발견될 수 있을까.

가족캠핑 중 숨진 최모(38·여·경기도 안산)씨가 경찰 조사와 부검결과 타살 흔적이 없는 사고에 의한 것으로 점차 드러나고 있으나 몇 가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물에 빠져 숨진 시신이 무려 100㎞를 넘는 해안선을 따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해상까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이동한 점이다.

2일 제주경찰에 따르면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부 지역 어민들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면접 조사에서는 이런 일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찰 조사에서 어민 A씨는 "우도 섬 주변에는 두 가지 해류가 있는데 하나는 동쪽 일본 방면으로 흐르며 다른 하나는 남서쪽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도 근처 해역까지 시신이 흐른 후 남서쪽으로 향하는 해류를 탄다면 가파도 해상으로 갈 수 있다"고 답했다.

어민 B씨는 "성산포에서 선박이 좌초되는 사고로 숨진 선원이 한림 월령 앞바다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면서 동쪽에서 반대로 서쪽으로 물이 흐르는 등 변화무쌍하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 답한 어민 상당수가 A씨나 B씨와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한 어민들은 제주 동부 앞바다에서 실제로 조업해서 해당 지역 해류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개를 젓는 전문가들도 있다.

해경이 사용하는 표류예측시스템을 개발한 해양조사원의 관계자는 "가파도 인근 해상까지 시신이 떠밀려 간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최씨 시신 발견 지점은 태풍 등 극적 변수가 없는 경우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해양조사원이 진행한 해류와 조류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표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6∼7일 사이 세화포구에서 성산포까지 표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최씨가 착용한 민소매와 반바지 등 비교적 헐렁한 옷이 7일이나 파도에 노출됐는데도 벗겨지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시신이 부패하면서 부풀어 오른 데다 물에 젖어 옷이 시신에 딱 달라붙은 상태로 수습됐다"며 "이런 점으로 인해 옷이 파도에 벗겨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타살 흔적이 없다는 부검결과와 경찰 설명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들로 인해 최씨가 누군가에 의해 범죄피해를 당한 후 육로나 해로로 옮겨졌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런 점들에 대해 명확히 하기 위해 앞으로 전문가를 통한 과학적 분석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최씨 시신에 대한 부검에서는 결박·목 졸림 등 외력에 의한 외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 원인은 전형적인 익사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

사망 원인에 대한 좀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폐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되는지와 혈중알코올농도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할 예정이다.

사망 추정 시간도 경찰이 예측한 지난달 25일 밤부터 26일 새벽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에 따라 최씨가 실종 당시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내항에 빠져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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