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탄 ‘오뚜기 쫄면' 34년 강호 ‘팔도 비빔면'에 도전장

2018-08-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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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삼양도 '연구개발' 집중…삼양 '중화비빔면' 호조

이영자가 오뚜기 '진짜쫄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오뚜기
이영자가 오뚜기 '진짜쫄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오뚜기

이례적인 폭염에 지친 여름 입맛을 돋우는 매콤한 비빔면이 인기를 끌면서 34년 전통의 팔도 비비빔면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비빔면 전쟁이 흥미롭다.

1984년 6월 탄생해 계절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팔도비빔면’은 매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그동안 변변한 도전자도 없던 비빔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거침없는 성장을 하고 있는 오뚜기 ‘진짜쫄면’은 지난 3월 출시 후 7월까지 1300만개를 팔아치우며 비빔면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삼양, 풀무원 등도 앞다퉈 이색 면을 출시하며 계절면 시장에 합류했다. 소비자들은 여름철이 되면 뜨거운 라면 보다 비빔면을 더 선호하며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소비량을 봐도 그렇다. 때문에 계절면 시장의 이례적 판도 변화가 라면시장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21일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비빔면과 쫄면, 냉면 등 계절라면 시장규모는 1148억원으로 지난 2016년보다 22.4%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규모가 지난 2015년 793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45%가량 증가한 것으로 연평균 20%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팔도 관계자는 “올해 계절면 시장 규모는 150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에어컨 소비량처럼 날씨의 영향을 받지만 조금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여름철을 대표하는 제품인 만큼 라면 회사들의 주도권 경쟁은 매년 뜨겁다. 올해에만 ‘오뚜기 진짜쫄면’, ‘오뚜기 춘천막국수’, ‘삼양 중화비빔면’, ‘풀무원 생면식감 탱탱 비빔쫄면’, ‘팔도 막국수라면’ 등 5개 신제품이 출시됐다.

비빔면 시장에선 ‘팔도비빔면’의 위상이 압도적이다. 팔도에 따르면 성수기(2017년 5~7월) 판매량은 4500만개로 비수기(2017년 11~2018년 1월) 1500만개보다 3배가량 많았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는 6500만개를 판매했다.

팔도 마케팅 관계자는 “경쟁제품이 최근 많이 출시돼 ‘팔도비빔면’이 밀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전년 대비 6% 신장했다”며 “여름 성수기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판매는 1억개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반기 6500만개 판매된 팔도 비빔면. 사진/한국야쿠르트
상반기 6500만개 판매된 팔도 비빔면. 사진/한국야쿠르트

팔도는 34년 역사의 액상스프 제조 비법과 가성비 등을 장수 비결로 꼽았다. 지난 3월엔 ‘막국수라면’을 추가로 내놓으며 계절면 시장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이전 비빔면에 풍부함을 더한 프리미엄 콘셉트로 메밀가루를 섞은 담백한 면발이 특징이다. 관계자는 “기존 비빔면과 막국수라면을 이원화해 계절면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오뚜기(대표 이강훈)는 분식집 단골메뉴인 쫄면을 제품화하며 팔도의 독주 체제를 위협하는 유일한 계절면의 강자로 부상했다. 오뚜기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시한 ‘진짜쫄면’은 지난달까지 1300만봉이 판매되면서 2위로 급부상했다.

오뚜기는 포화된 라면 시장에서 국물이 없고 면의 소재가 다른 ‘쫄면’으로 차별성을 뒀다.

강두위 오뚜기 마케팅팀 대리는 “기존 비빔면과 냉장쫄면 등의 제품은 시장에 이미 많이 나와 있어 차별화가 힘들다고 생각해 오뚜기만의 상온 쫄면을 선택했다"며 "상품 다변화에 성공함 셈”이라고 설명했다.

‘진짜쫄면’은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매운맛으로 출시 초반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기존 비빔면보다 15%나 많은 150g의 풍부한 양으로 기존 소비자들까지 만족시켰다. 최근 '맛비게이션(맛+내비게이션)'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개그우먼 이영자를 모델로 내세운 것도 제품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업체 내 분위기다.

강 대리는 “계절면 상승세에 맞춰 여러 신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생면식감 탱탱비빔쫄면(왼쪽), 가쓰오 메밀냉소바. 사진/풀무원
생면식감 탱탱비빔쫄면(왼쪽), 가쓰오 메밀냉소바. 사진/풀무원

후발주자의 공세도 거세다. 풀무원(대표 이효율)이 지난 4월 출시한 ‘생면식감 탱탱비빔쫄면’은 출시 한 달 만에 200만개를 판매했고 매일 평균 6만봉이 팔려나갔다. 변웅준 풀무원 커뮤니케이션팀 대리는 “라면이 주력 사업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계절면을 미래전략사업으로 보고 있기에 쫄면도 출시하게 됐다"며 "타 대형 라면 업체와 비교하면 높은 판매량은 아니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비결은 ‘순한 맛’에 있다. 매운 맛 쫄면의 오뚜기와 달리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업체는 강점으로 꼽았다.

비슷한 시기 삼양식품(대표 김정수)은 기존에 없던 중국식 비빔면을 내놨다. ‘중화비빔면’은 월 100만개가 판매되며 순항하고 있다. 중화비빔면은 삼양식품이 월 판매량 1600만개를 자랑하는 베스트셀러 '불닭비빔면'에 이어 야심 차게 선보인 냉 비빔면 제품이다.

박은경 삼양식품 홍보팀 주임은 "기존 비빔면과 차별화를 위해 계란지단과 청경채, 불맛 등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차이가 뚜렷해 계졀면을 여름에만 한정 판매했다”며 “하지만 최근 동절기 판매량도 매년 30%가량 오르는 추세라 라면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비빔면, 쫄면 연구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ome 권가림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