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동 싱크홀 발생 8일 전 민원 받고도 금천구는 위험 몰랐다

2018-08-3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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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발생 이틀 전에도 현장 점검을 진행했지만 '이상 없음' 판정을 내렸다.

이하 뉴스1
이하 뉴스1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기 8일 전부터 관할 금천구청에 아파트 균열 등 이상징후 민원이 접수됐지만, 구청은 아무런 파악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구청은 지난 1월부터 공사현장을 수시로 점검했고, 싱크홀 발생 이틀 전에도 현장 점검을 진행했지만, '이상 없음' 판정을 내렸다.

공사현장 안전관리를 관리·감독해야 할 구청이 주민들의 민원을 일주일 넘게 파악하지 못했고, 수차례 현장 점검으로도 안전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면서 '부실행정'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천구 "이상징후 진정 어제 접수"…주민들 "거짓말 마라"

31일 오전 11시50분 열린 금천구청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 언론브리핑에서 금천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어제(30일) 퇴근 무렵에서야 (아파트 주차장 균열) 진정서가 건축과로 도착했다"며 "일정대로라면 오늘 정밀조사를 했을 텐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곧바로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한 주민은 "22일부터 구청장에게 민원을 보내지 않았느냐"며 "주민을 속이지 말라"고 반박했다.

다른 주민도 "(아파트 주차장에) 균열이 있다고 계속 민원을 넣었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하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파트 주민들은 싱크홀 발생 8일 전부터 현장 주변 도로와 주차장에 균열이 발견됐고, 수시로 건물이 흔들리는 등 이상징후가 있다는 민원을 서면으로 구청에 접수했다.

하지만 구청 사건 발생 전날까지 주민들의 민원을 파악하지 못했다.

구청 관계자는 '진정 접수에 7~8일이 소요된다는 것이 정상적이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정 접수의 방법의 차이"라고 해명하면서 "서면으로 민원을 제출한다고 곧바로 민원이 건축과로 전달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접수된 민원은 아침공사, 주말공사, 공사로 인한 통행불편 정도였다"며 "(이상징후) 진정서가 민원실에 접수되고, 건축과로 전달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따로 확인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의 이같은 해명에도 '부실행정'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금천구청의 해명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라며 "설령 담당 부서가 얽혀있는 '복합민원'이라도, 접수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 날 아침에는 소관 과로 접수되는 것이 원칙으로 우선적으로 건축과에 전달해 안전조사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천구, 수시점검 했지만…사고 2일 전에도 '이상없음' 진단

구청은 또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과 맞닿은 오피스텔 건축 공사현장을 수시점검 했지만, 사고 발생 이틀 전까지 이상 징후도 포착하지 못했다.

구청 관계자는 "대형 공사장은 구청 담당자들이 수시 현장 점검을 한다"며 "싱크홀 발생 이틀 전(29일)에도 현장 점검을 했지만, 주민들이 제기한 균열 등 안전문제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곧바로 '주차장에 실금이 나타났었다'고 항의했지만, 구청 관계자는 "(현장 점검은) 공사장 위주로만 살펴보기 때문에 아파트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수시 점검으로도 안전위험은 인지하지 못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렇다"며 말끝을 흐렸다.

구청과 소방당국은 현재 현장을 수습하고 땅이 꺼진 부분을 흙으로 메우는 등 가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에도 전문가들을 동원한 정밀 진단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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