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자체가 약해... 여름철 전동차 객실 온도가 높은 이유

2018-10-08 10:50

add remove print link

여름 지하철 객실... 에어컨 약하고 관리 지침도 없어 “더울 수밖에”
에어컨 용량 증가 “해결책 못돼”

기록적인 폭염이 있던 지난달 오후, A씨는 여느 때와 같이 퇴근길 서울 시청역에서 전동차(지하철)를 탔다. 외부 온도는 30℃에 달했지만 객실 에어컨은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A씨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에어컨을 틀어달라"는 불편신고를 했다. 돌아오는 답은 "에어컨을 최대한 가동 중" 뿐이었다. A씨가 탑승한 칸에 에어컨은 멈춰 있었는데도 말이다.

불만을 품은 A씨는 민원을 넣었고 그제서야 "해당 칸 에어컨이 고장 나 있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가 겪은 사건에 대해 코레일 측은 "매일 전동차 운행을 마치면 기지에 입고하여 점검 및 정비를 한다"면서 "냉방 장치 고장은 (당국의) 미흡한 부분(실수) 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도 "매일 운행 전과 운행 후 전동차 객실 내부와 에어컨 고장 여부를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또 "에어컨 전체 점검은 월 1회 이상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A씨 사례처럼 에어컨이 고장 난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전동차 승객들이 객실 온도 상승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건 지난 7월에만 2만 6203건이 접수될 정도로 넘쳐났다. 왜 여름 전동차 객실은 이토록 더운 것일까.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픽사베이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픽사베이

여름철 전동차 에어컨 가동 시스템은 '에너지 제한 사용 및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 관련 지침'에 근거해, 일반칸 23~25℃, 약냉방칸 24~26℃를 목적으로 가동된다.

8일 현재 1~8호선에 운행 중인 전동차는 총 408대다. 이 중 2010년 3호선에 도입된 전동차 32대와 2017년 2호선에 도입된 신형 전동차 10대에 설치된 에어컨만이 다른 전동차에 있는 에어컨 보다 세다.

에어컨 세기는 용량으로 결정된다. 용량이 많을 수록 더 강하다.

앞서 언급한 32대의 3호선 전동차와 2호선에 도입된 신형 전동차 10대의 에어컨 한 대당 용량은 2만 3000kal/h 량이다.

나머지 2010년 이전 도입된 구형 전동차들의 에어컨 용량은 1만 5000kal/h과 2만 1000kal/h 량이다. 에어컨은 한 객실에 2대씩 설치돼 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1만 5000kal/h 량의 에어컨이 설치된 구형 전동차의 경우 지난 폭염 때 운행 시작부터 에어컨을 최대치로 가동해도 승객이 많아지면 온도가 (설정 온도보다) 올라갔다"라고 했다.

전동차 기관사 B씨도 "운행 시작 때부터 에어컨을 최대치로 가동해도 승객이 많아지면 온도가 올라간다"라고 했다.

동국대학교 건축공학부 양인호 교수는 "승객들의 인체 발열량에 비해 에어컨이 약하기 때문이다"라며 "100의 열을 잡으려면 100 이상의 냉기가 필요한데 80 정도의 냉기 밖에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에어컨이 강한 신형 전동차를 2018년 말까지 2호선에 10대 추가 배치, 점차 다른 호선까지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경대학교 냉동공조공학과 손창효 교수는 "실내온도 28℃로 냉방하는 분당선 기준으로 1만 500kal/h 량의 냉방기는 용량이 부족하다고 추산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열 부하, 기기 부하, 일사 부하, 환기 부하, 인체 부하, 안전율을 고려해 1만 5000kal/h 량의 냉방부하와 2만 3000kal/h 량의 냉방부하를 서로 비교하면 외부온도가 30℃, 상대습도 65%, 객실 승객 100명, 신선환기공기 1980m3일때 1만 5000kal/h 량의 에어컨은 약 1시간 21분 만에 객실 온도를 28℃로 만든다. 2만 3000kal/h 량의 경우 약 52분이 걸린다"라고 분석했다.

부경대학교 냉동공조공학과 손창효 교수가 제공한 자료 일부
부경대학교 냉동공조공학과 손창효 교수가 제공한 자료 일부

그러나 에어컨 용량을 2만 3000kal/h 량으로 늘리는 것이 여름철 객실 내부 온도 상승을 방지하는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부경대학교 냉동공조학과 금종수 교수는 "지하철의 경우 에어컨 용량이 커지면 그만큼 지하터널 내에 배열을 많이 하게 돼서 점점 더 터널 내 온도를 높이게 된다"라고 전동차 에어컨 용량을 늘린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또 앞서 "승객들 발열량 보다 에어컨이 약하다"라고 지적한 양인호 교수는 "지난 폭염 같은 날씨에는 전동차 창문으로 들어오는 태양 복사에너지가 객실 온도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다"라고 다른 문제도 꼬집었다.

뿐만 아니다. 전동차 기관사들 복무 지침에는 객실 온도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없다. 온도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없었다. 당국은 전동차 객실 에어컨 가동 문제를 기관사 재량에 맡기고 있다.

home 서용원 기자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