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함식에서 라리가까지” 일본인들은 욱일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2018-10-10 12:10

add remove print link

“젊은 사람들은 욱일기 존재 자체를 몰라”
현재 일본 아베 정부는 침략 전쟁을 부정, 욱일기 게양도 비슷한 논리

욱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해상 자위대 가와노 카쓰토시(河野克俊) 통합 막료장은 "한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해상자위관에 있어 자위함기(욱일기·旭日旗)는 자랑이다. (관함식에) 내리고 갈 일은 절대 없다"라고 말하며 불참의사를 밝혔다.

5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공식 SNS에 올라온 욱일기 사진 / 라리가 공식 인스타그램
5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공식 SNS에 올라온 욱일기 사진 / 라리가 공식 인스타그램

같은 날 스페인 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페르난도 토레스(Fernando Torres·사간 도스)와 욱일기 사진을 합성한 게시물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6일 라리가 사무국은 사과했지만 일부 일본인들은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사과에 불만을 표해 논란이 됐다.

일본 야후에 올라온 '라리가 욱일기 논란' 댓글 /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일본 야후에 올라온 '라리가 욱일기 논란' 댓글 /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욱일기 논란이 있을 때마다 한국과 중국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은 상대적으로 둔감한 모습이다. 이에 일본 사람들은 해당 깃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10일 일본계 한국인이자 세종대학교 독도 종합연구소 소장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교수는 욱일기에 관한 일본인들의 입장과 간략한 역사에 관해 이야기했다.

1. 해상 자위대가 욱일기를 사용한 시기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 자위대 / 이하 연합뉴스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 자위대 / 이하 연합뉴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해상 자위대가 1954년부터 깃발을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본 육군은 1870년부터 정식 군기로 사용해 청일전쟁, 러일 전쟁과 일본 침략 전쟁 때 일장기와 함께 사용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1945년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한 후 일본군은 해체됐다. 6.25전쟁을 계기로 일본에 있던 연합군 7만 명이 한국으로 급파됐고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찰 예비대가 창설됐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더글러스 맥아더 (Douglas MacArthur) 장군이 일본 요시다 내각에 7만 명 수준의 경찰 예비대 창설을 요청했고 후에 자위대로 개편됐다"라고 전했다. 해상 자위대로 일본 해군이 재편되면서 깃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 해상 자위대가 욱일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호사카 교수는 해상 자위대가 욱일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일본 정부, 일본 보수당과 군부에 관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보수 본류'로 알려진 정통 보수파는 평화헌법을 수호하는 사람들로 '일본이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받아들인 세력이다. 하지만 현 아베 정부는 보수 본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은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하기 위해 일본과 연합국 48개국이 맺은 조약이다. 해당 조약에서 당시 집권세력인 일본 자유당은 '전범국가'를 인정했다. 1955년 자유당은 일본민주당과 합당해 현재 '자민당(自民黨)'으로 통합 보수 정당을 탄생시켰다.

욱일기 게양식 모습
욱일기 게양식 모습

호사카 유지 교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참가했던 자유당 세력이 자민당에 들어서면서 자민당 역시 '전범 국가'를 인정하는 입장에 섰다. 일본은 '전범국가'를 인정하면서 '독립 국가'를 인정받은 셈"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 총리를 지낸 오부치 게이조(小渕 恵三)를 끝으로 일본 정치사에서 고노 담화 정신을 이었던 보수 본류가 끊겼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주장한 평화 헌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본 헌법 제9조로 알려진 '평화헌법'은 일본의 군대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일본 보수의 '방계'로 분류되는 아베 신조 총리는 평화 헌법을 개정해 '정치 대국화'를 꿈꾸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자민당 내에 있는 보수 본류는 '정치 대국화'를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정치 대국화'는 '군사 대국화'를 의미한다고 보고 이를 부정하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신조와 평화 헌법 개정파는 침략 국가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욱일기를 '침략의 상징'이 아니라 '아시아 해방의 상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군부도 이를 전적으로 따르고 있다. 그들에게 신념과 같은 욱일기를 게양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 욱일기를 바라보는 세 부류의 일본인

호사카 유지 교수는 "욱일기에 대한 입장에 따라 일본 사람을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라고 했다.

우선 젊은 일본인들은 욱일기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왜 문제가 되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학교에서 교육을 하지 않아 역사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 그냥 과거에 썼던 군대 깃발로 아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인들도 외국인들과 접촉이 많아지자 욱일기에 관해 처음 접하고 있어 한국·중국에서 욱일기를 문제 삼는 것에 낯설어 한다고 알려졌다.

8월 15일 구 일본군 군복을 입고 경례 자세를 취하는 일본 극우세력
8월 15일 구 일본군 군복을 입고 경례 자세를 취하는 일본 극우세력

두 번째는 '침략 전쟁'과 '욱일기'를 알고 있는 세대의 입장이다.

교수는 "전쟁을 겪었거나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기성세대들은 공공장소에서 욱일기를 내세우는 것을 꺼린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욱일기 자체를 공적인 공간에서 내보이는 것이 불편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깃발에 대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알려졌다.

마지막은 '일본 제국주의'을 긍정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매년 8월 15일이면 구 일본군 군복을 입고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다. 그들은 욱일기를 들고 "침략전쟁은 없다. 일제는 아시아를 해방했다"라고 주장한다.

끝으로 호사카 유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전범기'라고 하면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를 뜻한다. '욱일기'는 일본에서 부르는 말이다. 한국에서 이 깃발을 지칭할 수 있는 용어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home 변준수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