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생리 겹치는데 피임약 먹어도 괜찮을까요?” 고민하는 수험생들
2018-11-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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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쯤 늘어나는 산부인과 상담...“수능날 컨디션 조절 때문에 피임약 고려”
“미리 맞는 피임약 찾아놓으면 좋다” 전문의가 알려주는 올바른 피임약 복용방법

수능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많은 수험생들이 수능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불순을 겪는 학생들은 중요한 시험을 생리 때문에 망치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생리를 미루기 위해 피임약을 먹을까 고민하는 학생들 글이 종종 올라온다.
올해 수능을 보는 A씨는 현재 피임약을 먹고 있다. 그는 "평소 생리 때문에 불편을 겪은 적이 많다. 생리로 인해 조퇴도 자주 했고 현기증이 심해 쓰러진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험생 B씨도 "생리통이 심한 편인데 수능과 겹치면 당일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하려고 피임약 먹는 걸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험생 C씨는 "지난해 여름쯤에 생리불순 때문에 한 달 정도 피임약을 먹은 적 있다. 아무래도 수능이 중요한 시험인만큼 최대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생리 주기를 미루려고 피임약이라는 방법을 찾았다"라고 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병구 에비뉴여성의원 원장은 "이맘 때쯤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다. 주로 어머님들이 학생과 함께 한 달 전부터 찾아온다. 생리통이 심해서 피임약으로 생리를 미루고 싶다는 얘기가 가장 많다"라고 말했다.

◈ 피임약은 어떻게 복용하는 게 좋은가
피임약은 일반 경구피임약과 응급피임약으로 나뉜다. 생리를 미루기 위해 먹는 것은 일반 경구피임약이다. 응급피임약을 일반 피임약으로 착각하고 먹는 경우가 있는데 효과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사전에 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반 경구피임약은 산부인과에서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받을 수 있지만 일반 시중 약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B씨는 "주변 친구들도 별다른 상담 없이 복용하는 애들이 많고 평일에 병원 방문이 쉽지 않기에 전문의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조 원장은 "생리 주기가 규칙적인 사람들은 일반 시중 피임약을 먹어도 괜찮다. 피임약으로 생리를 미루고 싶다면 적어도 5일 전부터 원하는 기간만큼 매일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7일 정도 미루고 싶다면 5일 포함해서 총 12일을 복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임약 먹는 것을 깜박하고 놓쳤을 경우 그 다음날 두 알을 먹으면 된다. 일명 '백업 복용'이라고 하는데, 하루 놓쳤으면 그 다음날 두 알을 먹고, 이틀을 놓쳤으면 그 다음 이틀 간 두 알씩 먹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 부작용은?
수험생들이 피임약을 앞에 두고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부작용이다. C씨는 부작용을 겪지 않았지만 "두통이라든가 구토, 가끔 하혈도 있다는 글을 봤다"라고 했다. B씨는 "아무래도 신체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보니 추후에라도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에서 피임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다는 A씨는 "속이 더부룩하고 메슥거리는 부작용이 있다"라며 "점점 약해지고는 있지만 수능 때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했다.
조 원장은 피임약 부작용에 대해 "대표적으로 구역질이나 구토, 어지럼증, 두통이 있을 수 있고 때에 따라 가슴팽만증도 보고된다. 비장약이나 간에 부담이 되는 약을 현재 복용 중이라면 피임약을 같이 먹었을 때 효과가 떨어지거나 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흡연을 하는 경우 혈전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 하루에 반 갑 이상 피는 경우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임약을 마냥 위험한 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피임약이 처음 일반화된 게 1960년대고, 그 이후 거의 60년 간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고 그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조 원장은 "미리 피임약을 한두 번 먹어보고 자기한테 맞는 피임약을 찾아놓으면 더 편하다. 이전에 한 번도 피임약을 복용한 적 없다면 불안감이 들 수 있다. 그럴 땐 시중 피임약보다 전문의와 상담해서 처방받아 먹는 약이 부작용이 훨씬 적어서 좋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