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으로 보낸 귤, 제주 농민들에게 사실 숨기고 비밀리에 추진했다”

2018-11-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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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업 관계자들이 위키트리에 증언한 내용
“아무래도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그렇게 한 것 같다”

제주 감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제주 감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청와대가 귤을 재배하는 제주 농민들에게 사실을 숨기고 비밀리에 '귤 북송 사업'을 추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뒤늦게 언론사 기사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주 농민들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 제주 농민은 "아무래도 청와대가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주감귤농협은 청와대가 북한에 귤을 보낸다는 사실을 애초부터 몰랐다고 했다. 제주감귤농협은 제주도청과 함께 지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북한에 귤을 보내는 사업을 해왔다.

제주시 애월읍에서 귤 농사를 하는 제주감귤농협 관계자는 "이번에 청와대가 비밀리에 사업을 진행한 것 같다"며 "우리는 귤이 북한으로 보내진 이후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고 14일 위키트리에 말했다.

관계자는 "아무리 비밀이라도 명분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며 "10년 넘게 북한에 귤 보내기 사업을 주도적으로 해온 조직인데, 배제됐다는 게 이해가 안 되고 어이없고 혼란스럽다"고 했다.

관계자는 "(귤을 재배하는) 다른 제주 농민들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요즘 북한하고 화해한다고 하면 태클 거는 사람도 있지 않냐. 아무래도 청와대가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군 수송기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제주산 귤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뉴스1
공군 수송기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제주산 귤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뉴스1

취재 결과 청와대는 보안 문제를 고려해 농협 자회사인 농협식품을 통해 일부 제주 지역농협하고만 '귤 북송 사업'을 했다. 제주도에는 모두 19개 지역농협이 있다. 이 가운데 서귀포 농협, 중문 농협, 남원 농협, 위미 농협 등 제주 지역농협 4곳에서 재배한 귤만 북한으로 보내졌다.

농협식품은 북한에 귤을 보낸다는 사실은 귤 출하업무를 담당하는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일부 관계자에게만 알리며 입단속을 시켰다. 이 때문에 귤을 수확한 제주 지역농협 4곳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는 "북한으로 갈 귤이라는 사실을 우리 쪽은 알고 있었다. 다른 제주 농민들은 몰랐다"며 "농협식품에서 우리 쪽으로 연락왔다. 새어나가지 말게 해달라, 철저히 보안을 지켜달라고 했다. 작업장 쪽에는 그냥 발주 받은 것이라고, 북한 그쪽은 아예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만약 중간에 알려지면 경제 원조 논란에 얽히고 사업을 못하게 되니까 조용히 진행한 것 같다"며 "여러 군데하고 하면 다 소문나니까 일부 지역농협하고만 진행한 것 같다"고 했다.

관계자는 "청와대가 발표하지 않았다면 몇 사람 말고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저는 솔직히 (귤 북송 소식이) 북한 노동신문에서 먼저 나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농협식품은 이번 일에 대해 말을 아꼈다. 농협식품 관계자는 "BH(청와대)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며 "실무진이 했는데 정확하게 답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청와대는 지난 11~12일 제주산 귤을 공군 수송기에 실어 북한에 선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북한산 송이버섯을 보낸 일에 대한 답례 차원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귤은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며 지금이 제철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했다. 대량으로 보내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맛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