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사귄 여친이 회사에서 잘려 헤어지겠단 글'에 달린 댓글

2018-12-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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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 장문의 댓글로 자기 생각 밝힌 SNS 이용자
남성, 익명 게시판에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사유 밝히며 하소연해

8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됐다며 남긴 글에 장문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 4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회사에서 잘린 여자친구와 헤어집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33세 남성이라 밝힌 글쓴이는 26살에 8년째 연애 중인 30살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아르바이트하다 만났고 대학 졸업 후 글쓴이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여자친구는 중소기업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고 한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이직을 위해 스펙 쌓는 걸 수도 없이 권유했으나 여자친구는 자신의 직장을 평생 다닐 직장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그래서 여자친구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를 맞춰 결혼하겠다고 결심했다.

남성은 "그 사이 공무원 여자에게 대시도 받아봤고 대학병원 간호사나 농협 여직원에게 맞선이나 소개팅도 들어왔지만 내가 결혼할 여자는 여자친구 하나뿐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데 여자친구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고, 여자친구뿐만 아니라 수십 명이 회사에서 잘리게 됐다. 내 인생 계획에 이건 없었다"며 "(퇴직한 여자친구에게) 공부를 추천했다"고 얘기했다.

남성은 여자친구에게 한국사와 워드, 컴활, 한국어능력인증시험과 영어 공부를 권유했다. 공부하기 싫다는 답에 같은 업종 정규직 이직을 권유했으나 여자친구는 돈 모아서 결혼하고 애를 낳자고 답했다.

이에 그는 "내 친구 와이프들은 모두 공기업, 대기업, 은행, 외국계를 다닌다"며 "난 너 같은 여자랑은 결혼 못 한다"고 말했고, 여자친구는 "그러자. 진짜 잘 사는 남자는 여자 능력 안 따져"라고 답하며 이별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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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 자신을 12년 차 워킹맘이라고 밝힌 여성이 긴 댓글을 남겼다. 그는 "글 쓰신 분은 현실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긴 한데 여자분이 왜 이도 저도 거부했는지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자친구는 회사가 도산할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고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한 위로나 격려가 없다"라며 "갑작스러운 실직을 당한 사람에게 이직이나 공부 추천은 위로가 아닐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 또한 남편이 실직했을 때 생계를 책임지는 부담보다 내 배우자의 상처가 더 걱정됐다"라며 "직장인의 미래란 시기만 다를 뿐 거의 다 비슷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얘기했다.

여성은 또 "여자친구에게 추천한 공부가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지금 추천하신 내용들은 대학생이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반적인 내용이라 경력자에게 추천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또 "친구 와이프와 비교를 하시는데 아마 사귀면서도 그러셨을 것 같다"라며 "전업주부 언급도 하고 있지만, 취미생활 다 끊고 살림, 육아를 다 하라는 말처럼 들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전업주부 또한 자신의 몫을 다하면 남편 수입의 일부를 누릴 자격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은 "글쓴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라며 "연애란 내가 싫으면 그만인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헤어짐의 모든 책임과 원망을 여자친구에게 씌우지 말라"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여자친구를) 이도 저도 다 싫은 대책 없는 사람인 것처럼 쓰셨지만, 직장생활도 했고 연애도 오래 했는데 (글쓴이가) 쓴 것처럼 그렇게 대책 없는 사람이기만 하겠느냐. 사랑했던 사람을 욕보이지 말라"라고 덧붙였다.

댓글 전문

직장 12년 차 워킹맘이에요. 기획팀 근무. 5살 아이 키워요.

글 쓰신 분, 현실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기는 한데

여자분이 왜 이도 저도 거부했는지 알 것 같아요.

여자친구는 회사가 도산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어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거죠. 그 부분에 대해 위로나 격려가 없네요.

연인이 계속 공부해라, 이직해라....실직도 스트레스 등급으로 치면 상위에 속합니다.

갑작스러운 실직을 당했을 사람에게 이직이나 공부 추천은 위로가 아닐 수 있어요.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멍하겠죠.

그 기간에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고 닦달하는 연인이라.

오히려 저는 이 기회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말해달라고 하겠어요.

저 또한 남편의 실직을 겪었는데

생계를 책임지는 부담보다는 제 배우자의 상처가 더 걱정됐어요.

직장인의 미래란 시기만 다를 뿐, 거의 다 비슷한 것 아니겠어요?

더군다나 실직은 여자친구의 잘못이 아닙니다.

추천하신 공부가 현실적이지 않아요.

여자친구 나이 30. 회사 경력이 4~5년 차면 이직 시기죠.

관련 업종 자격증도 아니고

지금 추천하신 내용들은 대학생이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반적인 내용이라 경력자에게 추천할 내용은 아니지요.

30살 여성.

이 여성에게 면접관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결혼계획' 일 겁니다.

남자 구직자라면 묻지 않을 질문, 여성 구직자에게는 항상 해당됩니다.

물론 능력이 좋은 사람들에게 그건 문제가 아니겠지만 보통 사람을 놓고 산정하는 겁니다.

곧 결혼과 출산을 거칠 여사원을 뽑을 고용주 많을까요?

내 친구 와이프들과 비교를 하시네요. 아마 사귀면서도 그러셨을 것 같아요.

비슷한 직종으로 이직해도 대기업만큼의 수입이 안 되면

여자친구의 부족한 능력을 탓하셨을 테고요.

전업주부를 언급하고 계시지만 님은 전업주부를 탐탁해 하지 않아요.

취미생활 다 끊고 살림 육아 네가 다 하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전업주부 또한 자신의 몫을 다하면 남편 수입의 일부를 누릴 자격이 있지요.

살면서 우리가 예측 가능한 일이란 몇 없습니다.

좋은 일보단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죠.

사회 나오면 학점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죠.

학점이 나빠도 봉사활동이나 해외경험을 쌓았을 수도,

알바를 하거나 몸이 아팠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학점이 반드시 그 사람의 성실도를 나타내는 지표는 아닙니다.

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연애란 내가 싫으면 그만인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다만 헤어짐의 그 모든 책임과 원망을 여자친구에게 씌우지 마세요.

이도 저도 다 싫은 대책 없는 사람인 것처럼 쓰셨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실직으로 우울한 상태에 있거나 남친이 계속 비교하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았을 수도요.

직장생활도 했고 연애도 오래 했는데 쓰신 것처럼 그렇게 대책 없는 사람이기만 할까요?

사랑했던 사람을 욕보이지 마세요.

누군가는 어려운 상황을 뚫고 좋은 학점을 받는 것처럼

누군가는 어려운 상황에 손을 잡고 누군가는 손을 놓습니다.

여자친구가 본인이 원하는 배우자상이 아닌 것뿐이니

헤어짐에 여자친구가 나쁘다 자위하시기보다는

8년이나 연애한 서로에게 수고했다 다독이시길 바랍니다.

home 김보라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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