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무혐의 처분 받은 남학생, 법원서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2019-07-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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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모 사립대 상대로 제기한 퇴학처분 무효확인 항소심
“양성평등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 잃지 않아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이하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이하 셔터스톡

성폭행 의혹으로 퇴학당한 학생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퇴학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서울고법 민사11부(김재호 부장판사)는 A 씨가 서울 소재 사립대를 상대로 제기한 퇴학 처분 무효 확인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A 씨 청구를 기각했다.

A 씨는 지난 2016년 같은 학교 학생 B 씨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성폭행,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2017년 퇴학당했다. B 씨는 A 씨를 강간치상, 준강간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두 사람 성관계가 서로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B 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인데 학교가 B 씨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해 퇴학 처분을 했다"며 퇴학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민사 소송에서의 증명은 형사 소송처럼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혐의없음' 처분이 퇴학 사유마저 부정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성희롱 소송을 심리할 때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성희롱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 증명력을 배척하는 건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증거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런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A 씨 항소를 기각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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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