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방화 살인 참사 겪은 '쿄애니'가 그동안 만든 애니메이션들

2019-07-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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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방화로 34명 사망·34명 중경상 피해입은 '교토 애니메이션'
여러 흥행작 제작해 전 세계에 팬 보유한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난 18일 일본 교토시 후시미구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교토 애니메이션'이 화재에 휩싸였다. 화재 원인은 방화로,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용의자 아오바 신지가 '소설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현장 인근에서는 용의자가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도 다수 발견됐다.

이번 화재로 교토 애니메이션은 34명이 숨지고, 34명이 중경상을 입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중상자 중에는 한국인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토 애니메이션 홈페이지 캡처
교토 애니메이션 홈페이지 캡처

'쿄애니'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는 교토 애니메이션은 매니아층이 주 타깃인 심야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에서 손꼽히는 유명 제작사다. 지난 1981년 설립됐다. 현 대표이사인 핫타 히데아키의 부인인 핫타 요코가 동네 주부들과 함께 채색 작업을 맡아하던 작은 하청 업체에서 출발했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을 포함한 유명 작품에 다수 참여하면서 하청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던 쿄애니는 2000년대부터 원청 회사로 변화를 시도한다.

2003년에 첫 원청 제작 TV애니메이션인 '풀 메탈 패닉? 후못후'를 시작으로 2005년에는 'AIR', '풀 메탈 패닉! 더 세컨드 레이드' 등을 내놓는다. 하청 업체로서 쌓아온 실력이 뒷받침하는 뛰어난 연출과 작화 품질로 애니메이션 팬들 눈길을 끌었다.

2006년에 내놓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쿄애니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으로 꼽힌다. 이후 2007년 '러키☆스타'를 연이어 흥행시킨 쿄애니는 잠시 주춤하나 싶더니 2010년에는 '케이온!'으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뛰어넘는 흥행에 성공한다.

2011년 이후부터는 여러 스폰서 투자를 받아 작품을 제작하던 기존 제작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변화를 시도한다. 직접 스폰서가 되어 작품에 투자하면서 자생력을 키웠다.

출판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0년에 '교토 애니메이션 대상'이란 이름으로 소설, 만화,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었다. 1회 소설 부문 수상작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는 2012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직접 만들었다. 이후 쿄애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대부분은 공모전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다. 현재 쿄애니 대표작으로 자리잡은 '프리!'도 2회 공모전 장려상 수상작인 '하이☆스피드!'가 원작이다.

5회 공모전 소설 부문에서 그동안 수상작이 없던 대상 부문을 최초로 수상한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넷플릭스 투자를 받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지난 2018년 TV애니메이션으로 방영했다. 오는 2020년에는 극장판이 공개 예정이었다.

그동안 쿄애니가 만든 대표작들을 모아봤다.

1. 풀 메탈 패닉? 후못후(2003)

이하 교토애니메이션
이하 교토애니메이션

가토 쇼우지의 라이트노벨 '풀 메탈 패닉!'을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풀 메탈 패닉? 후못후'는 밀리터리 SF 장르인 원작에서 일상적이고 코믹한 에피소드만 따로 떼내 만든 일종의 외전작이다. 쿄애니가 처음으로 원청 제작한 TV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2005년에는 원작 본편 주요 내용을 다룬 후속작 '풀 메탈 패닉! The Second Raid'도 제작했다.

2. AIR(2005)

일본 게임 개발사 'KEY'에서 만든 게임 'AIR'를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눈 크기가 과장된 그림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작화 품질 자체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쿄애니가 뛰어난 완성도로 주목받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3.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2006)

타니가와 나가루의 동명 라이트노벨이 원작이다. 별난 성격을 지닌 고등학생 '스즈미야 하루히'를 중심으로 초능력자, 미래인, 외계인이 모이며 벌어지는 비일상적인 얘기를 그렸다. 방영 당시 애니메이션 팬들을 떠들석하게 만든 작품이다. 엔딩에서 나온 댄스 장면도 여러 커버 영상이 쏟아질 정도로 주목 받았다.

2010년에는 원작 4권 내용을 애니메이션화한 극장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을 개봉했다.

4. 러키☆스타(2007)

오타쿠 소녀를 중심으로 소소한 일상을 그리는 애니메이션이다. '하루히' 엔딩 댄스처럼 오프닝 댄스 장면이 큰 인기를 끌었다. 요시미즈 카가미의 만화가 원작이다.

5. 케이온!(2009)

여고생들이 학교에서 경음부를 만들며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다룬 애니메이션. 만화가 '카키후라이'의 만화가 원작이다. '모에' 열풍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2010년에는 2기인 '케이온!!'가 방영됐고, 이듬해에는 극장판이 개봉했다.

6. 일상(2011)

아라이 케이이치의 개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방영 당시에는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심야 애니메이션 흥행 척도인 광매체 판매량도 5000장을 못 넘기며 쿄애니 작품 중 이례적으로 흥행 실패작으로 남았다. 그러나 유튜브 등 SNS에서 이후 재평가되며 컬트적 인기를 끌었다.

7. 빙과(2012)

요네자와 호네부의 추리 소설 '고전부 시리즈'를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원작 1권 제목에서 이름을 따왔다. 고등학생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추리물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원작 인지도가 국내에서 높아진 이후 원작이 문학동네 산하 브랜드 엘릭시르에서 정식 출간되기도 했다.

7.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2012)

쿄애니 라이트노벨 레이블인 'KA에스마 문고' 작품을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망상에 빠져사는 '중2병' 소녀와 과거 '중2병'에 빠져 살았던 자신을 부정하려는 소년이 만나고 얽히면서 벌어지는 학원 연애물이다.

8. 타마코마켓(2012)

원작이 있는 작품이 대부분인 쿄애니 작품 중에서 흔치 않은 오리지널 작품이다. 한 상점가를 배경으로 떡집 딸인 타마코가 어딘가에서 날아온 말하는 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렸다. 2014년에는 극장판 '타마코 러브스토리'가 개봉했다.

9. 프리!

고등학교 남자 수영부 얘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쿄애니에서 처음으로 여성 팬들을 겨냥해 만든 작품이다. 케이온 이후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잡으며 쿄애니 대표작이 됐다. 인기에 힘입어 2014년에는 2기인 '프리! 이터널 섬머'가 방영됐고, 극장판도 여러 편 만들어졌다.

10. 울려라! 유포니엄(2015)

고등학교 취주악부 얘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타케다 아야노 소설이 원작이다. 크게 흥행하지는 않았지만 '프리!'처럼 쿄애니가 최근 주력으로 밀던 작품이었다. 지난 2016년에는 2기가 방영됐고, 극장판도 여러 편 제작됐다. 최근에도 신작이 발표됐었다.

11. 목소리의 형태(2016)

제 20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청각장애인 여자주인공을 괴롭히던 남자 주인공이 그럼에도 자신에게 친절한 여자주인공 태도에 죄책감을 느끼다 감화되는 얘기를 그렸다. 국내에도 지난 2017년 개봉해 27만 관객을 모았다.

12. 바이올렛 에버가든(2018)

제 5회 교토 애니메이션 대상에서 처음으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원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넷플릭스가 투자한 사실도 화제가 됐다. 전쟁 병기로 쓰이던 감정없는 소녀가 부상을 입고 귀국 후 사람들 편지를 대필해주는 '자동 수기 인형'으로 일하며 감정을 깨치는 얘기를 그렸다.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