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쩌란 거...?” 부산 핫플 '해리단길'서 참으로 기막힌 일 벌어졌다

2019-10-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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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고소하라'라며 강한 태도 보여
부산 한 거리에 설치된 가림막 논란

조그마한 땅을 두고 갈등이 벌어졌다.

부산 명소 '해리단길'의 가게 3곳 모루과자점, 호키츠네, 하라네코가 겪고 있는 일이다.

최근 이 가게들 앞에 대형 가림막이 설치됐다. 이 가림막은 부동산개발업체가 경매를 거쳐 모루과자점 앞의 토지를 매입하고 재산권을 행사해 설치한 것이다. 이 땅 면적은 약 9평 정도다.

이하 더쿠 캡처
이하 더쿠 캡처

문제는 이 가림막이 인근 가게 3곳 입구를 거의 막아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가림막은 가게 높이만 할 정도로 크다. 근처에서 가게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출입문도 간신히 열릴 정도라고 한다. 가림막에는 '이곳은 사유지이니 통행을 금지한다. 곧 건물을 짓겠다'라는 말도 쓰여 있다.

'모루과자점'은 지난 24일 이런 정황을 담은 글을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이어 "주변에 많이 알려달라"라는 간절한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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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루과자점입니다. 조금 서글픈 이야기를 하려고해요. 이미 보셨거나 혹은 들으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만 현재 호키츠네, 모루과자점, 하라네코 이렇게 나란히 있는 매장 앞으로 가게 높이만한 팬스가 크게 쳐져있어요. 길가에서는 매장들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매장 출입문은 간신히 열릴정도입니다. 이 세 매장 앞은 작은 아스팔트 공간이 있고 그 다음 인도, 차도가 있어요. 이 아스팔트 공간은 몇십년동안 주민분들도 인도로 알고 있던 길이었습니다. (심지어 공무원분들도 여기가 사유지라는 사실에 놀라시더군요) 그러다 몇 일 전 이곳에 대해(한 달 전쯤 경매로 구매) 권리행사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이 왔고 바로 어제, 예고도 없이 찾아와 땅에 구멍을 내고, 철근을 박고, 팬스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길가에서는 매장이 보이지 않고 세 매장 앞으로는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공간만 있어요. 더해서 큰 팬스 전면에 이 곳은 사유지이니 통행을 금지하며 원상복구 후 건물을 짓겠다는 내용의 큰 현수막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한 주 사이에 일어난, 황망한 상황이었습니다. - 이 작은 땅에 대체 무엇을 하실거냐 물어보았습니다. 이 자그마한 땅에 이층 건물을 짓기 위함이랍니다. 세 개의 매장의 입구와 주민들이 사는 우일맨션 통로 하나가 모두 막혀도 어떠한 이해 안가는 법으로 인해 건축허가가 날 수가 있어서 차 한대 댈 수 없는 이 땅에 건물을 지으실거랍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법규상 문제없다” 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세 가게와 아파트의 입구를 모두 막아버렸어요. 오히려 “원래는 팬스를 더 가게쪽으로 쳐야하지만 출입문은 열어야하실테니 배려해준거다.” 하시네요. 설사 정말, 본인 땅의 권리를 주장하고 싶은거였다면 이렇게 가게들을 다 가리지 않아도, 위화감이 조성되는 글귀를 써넣지 않아도, 적어도 무릎높이 정도의 팬스만 쳐도 되는 문제인데, 그런데 이렇게까지 한다구요? 이런식으로 상인들이 영업을 할 수 없게요? 사정도 해봤습니다. “사유지인거 알겠고, 우리도 이 땅 밟고 다닐 생각없어요. 그러나 적어도 가게는 보이게 해주셔야죠. 건물올린다 하더라도 그 허가 받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텐데 지금부터 이렇게까지 하실필요 없잖아요”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 봐주면 또 봐주길 원하고 나중엔 그걸 자기들의 권리로 알더라” 였습니다. 화도 내보았어요. 화를 내면 돌아오는 대답은 “고소해”더군요. 이건 그냥 “내 땅 밟지마” 차원의 문제가 아닌 악의가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까지 과하게 밀고 들어오는건 말로만 듣던, 전형적인 “알박기” 행태라고해요. 현재 이 거리에 이런 작은 작은 땅들을 한 번에 구입을 했고 이번일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에 터무니없는 권리행사를 시작하겠지요. - 3년 전, 아무것도 없는 이 거리에 언니들과 함께 작은 과자점을 열었습니다. 큰 욕심 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 곳에서 잘해보자 하며 시작한 일이었어요. 공사를 하고 있으면 동네 어르신께서 나와 ‘이 젊은 친구들이 여기서 대체 뭘 한다는거야’ 하며 신기하셨습니다. 1년 뒤 개성있는 가게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고 “해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많은 곳에 소개되기도 했어요. 많은 상인들이 꿈을 안고 들어와 공간을 만들고 전국에서 찾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렇게되니 거리를 이런식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자연스레 생긴것 같네요. 이미 거리 분위기는 흉흉해졌고 모든 상인들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혀끝을 차며 이게 무슨 일이누.. 하며 걱정해주실땐 울컥합니다. 가게 출입문 바로 앞에 요란스레 구멍이 뚫리고 쇳기둥이 박히는걸 보는 순간엔 눈물이 나더라구요. 저는 꽤 담담한 성격인데도 말입니다. - 오늘 출근을 해서, 이 현실을, 이 상황을 다시 직면하게 되더라도 강하게 견뎌보자 다짐했습니다. 늘 그랬듯 과자점을 믿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셨고 그러니 저는 오늘도 매장에 나가 열심히 파운드를 구울거에요. 매장을 미처 보지 못해 그냥 지나가는 분이 계시거나 이 흉물스러운 팬스로인해 발걸음을 돌리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그래도 견뎌보겠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가게 높이 만한 팬스를 쳐 가게를 모두 막아버리고 주민과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건 뭘까, 생각해 보겠습니다. - 건물주분들과 저희 모두 방안을 찾고 있어요. 주변에 많이 알려주세요. 애써주시는 모든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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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과자점에 따르면 가림막이 설치된 땅은 해리단길 주민들이 몇십 년간 인도로 알고 지나가던 길이다. 공무원들도 이 땅이 사유지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모루과자점은 "며칠 전 갑자기 이 땅에 대해 권리행사를 하겠다며 내용증명이 왔다. 이후 23일 예고도 없이 찾아와 땅에 구멍을 내고, 철근을 박고, 펜스를 치더라"라고 전했다.

모루과자점은 "땅 주인은 이 작은 땅에 2층짜리 건물을 짓겠단다. 주민들이 사는 우일맨션 통로가 막혀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라고 답답해했다.

모루과자점은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싶은 거라면 굳이 가게를 다 가리지 않아도 될 텐데"라며 "차분하게 항의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고소해'였다"라고 말했다.

모루과자점은 "3년 전 아무것도 없는 이 거리에서 의지를 갖고 장사를 시작했다"라며 "개성 있는 가게들이 하나둘 들어오며 '해리단길'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많은 상인의 꿈과 찾아주시는 분들로 하나의 문화가 됐는데 이제 이 거리는 흉흉해졌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모루과자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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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