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맹희-이건희 재산소송에 개입했나

2012-02-2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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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23일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CJ 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며 언론에 공개한 사진

[CJ그룹이 23일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CJ 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며 언론에 공개한 사진. CJ측은 삼성물산 소속 김모씨의 오피러스 승용차가 지난 17일과 20일 오전 이재현 CJ그룹 회장 집주변을 배회(사진 왼쪽 상단과 오른쪽)한 뒤 21일(하단 오른쪽) 오후 7시 22분께 바꿔탄 그랜저 승용차로 대기한 뒤 40여분뒤 접촉사고를 내 경찰관에 조사받고 있다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을 상대로 낸 7천100억원대의 상속재산 청구 소송에 그의 아들 이재현 씨가 회장으로 있는 CJ그룹이 관여했을까.

최근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 등을 포함해 '구원 관계'인 삼성과 CJ 간에 그동안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생각하면 정황상 CJ[001040]가 이번 소송에 발을 깊게 담갔을 것이라는 시각이 재계 일각에서 막연하게만 제기됐다.

그러나 CJ가 이번 소송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일이 드러나면서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후계자로 낙점받지 못한 장남 이맹희와 장손 이재현의 '의기투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26일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CJ 법무 담당 직원은 소송을 내기 직전 이맹희 씨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와 같은 비행기의 좌석에 나란히 앉아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베이징은 이맹희 씨가 거주하는 곳이다.

이들은 지난 11일 국내 항공기를 이용해 베이징을 방문한 뒤 다음날인 12일 역시 같은 비행기로 귀국했다. 소송장은 같은날 서울중앙지법에 제출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 직원과 이맹희 씨의 법무대리인이 베이징을 함께 방문했다면 목적은 이 씨를 만나 소장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맹희 씨와 CJ측이 실제로 소송 문제를 최종 조율했다면 결국 CJ와 CJ의 이재현 회장이 이번 사건에 적극 관여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CJ측은 "그룹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고, 법무 담당 직원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소송 외에도 삼성과 CJ의 감정싸움은 최근 미행사건을 포함해 1995년 폐쇄회로TV(CCTV) 감시 사건과 작년 대한통운[000120] 인수를 둘러싼 신경전 등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맹희 씨는 선친이 남긴 삼성생명[032830] 차명재산에 대한 존재를 작년 6월 처음 알고 난 뒤 상속분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청구 소송이 가능한지를 세밀하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가 그때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면 반년이 넘는 시간을 소송을 위해 투자한 셈이다.

세간의 추측대로 이맹희·재현 부자(父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몫을 삼성으로부터 돌려받으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맹희 씨측은 22억여원에 달하는 소송 인지대를 모두 납부했다. 일각에서는 거액의 인지대를 거뜬하게 해결한 것도 주변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맹희 씨의 소송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이병철 창업주의 자녀 사이에서는 미묘한 기류가 교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선친으로부터 관계사 등 물려받은 사업체가 있는 자녀는 이번 사건이 원만하게 잘 되기를 바라면서 이건희 회장이 그간 이뤄놓은 업적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별다른 몫을 챙기지 못한 쪽은 '장자에게 나눠준 것이 뭐가 있느냐'면서 법정 상속분은 균등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장남인 이맹희 씨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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