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민들이 먹던 국민 생선…지금은 미식가들이 찾는 별미
2025-02-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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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 음식으로 소문 나 1kg에 수만원 호가
한때는 싸고 흔해서 가난한 집에서나 먹던 생선이 있었다.

맛이 밍밍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었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시장에서도 외면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1kg에 수만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생선으로 변하며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민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민어는 한국의 수산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크기가 크고 손질이 번거로우며 지방 함량이 낮아 기름진 생선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횟감’ 하면 광어나 우럭이 먼저 떠오르던 시절, 민어는 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민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주로 남도 지역에서 많이 잡혔고, 전라도에서 민어탕이나 민어찜, 민어전으로 즐겨 먹었을 뿐, 다른 지역에서는 생소한 생선이었다. 수산시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고급 어종으로 취급받지 못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됐다.
민어가 서민들의 생선으로 여겨졌던 이유는 또 있다.
1934년 당시 한국의 민어 어획량은 7만 4,000톤에 달했지만 1990년대 이후 1,200톤으로 급감했다. 이렇게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시장에서도 흔한 생선이었고, 값도 저렴해 식탁에 자주 올랐다.
그러나 어획량 감소와 함께 민어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지금은 ‘귀한 몸’… 미식가들이 찾는 최고급 별미

최근 몇 년 사이, 민어는 그야말로 ‘귀한 몸’이 되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주목받으면서 수요가 급증했고, 자연산 민어는 한 마리에 수십만 원을 호가할 정도다. 수산시장에서 자연산 민어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만, 공급이 적어 가격이 올랐다.
민어가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숙성회 트렌드다.
예전에는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부드러우면서도 감칠맛이 깊은 숙성 회가 주목받고 있다. 민어는 숙성할수록 감칠맛이 강해지는 생선이라, 미식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왜 이렇게 가격이 올랐을까
민어가 귀해진 가장 큰 이유는 어획량 감소다.
한때 남해와 서해에서 많이 잡혔던 민어는 남획과 환경 변화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자연산 민어는 점점 희귀해졌고, 양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가격이 급등했다.
현재 민어의 주요 산지는 전남 신안, 목포, 완도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자연산 민어는 잡히는 즉시 고급 식당으로 직송될 정도로 수요가 높다.
또한, 미식 문화의 변화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광어나 우럭 같은 쫄깃한 횟감이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뛰어난 생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 민어는 숙성하면 감칠맛이 더욱 깊어지기 때문에 숙성회 트렌드에 딱 맞아떨어진 생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