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흔하게 즐겼는데… 이젠 이름에 '금'이 붙을 정도로 비싸진 국민 해산물
2025-03-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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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는 마리당 1만 원을 훌쩍 넘긴 '국민 해산물'
1980~1990년대만 해도 흔하게 소비되던 해산물
한때 흔하게 즐기던 국민 해산물이 이제는 '금(金)'이 붙을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담 없이 사 먹던 이 해산물은 마리당 가격이 1만 원을 훌쩍 넘겼다.

해산물의 정체는 '오징어'다. 지난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연근해산 냉장 물오징어 가격은 마리당 9417원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21.2%, 평년 대비 27.2% 오른 수준이다. 서울 지역의 오징어는 마리당 1만 1430원으로, 전월 대비 49.4% 상승했다. 평년과 비교하면 54.42% 올라 '금징어'로 불릴 정도다.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바닷물 온도 상승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살오징어 생산량은 지난해 1만 4000톤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42% 줄어든 수치다. 2019년과 비교하면 74% 감소했다. 해양수산부는 수급·가격 변동성 예측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지만, 가격 급등을 막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해산물 중 하나다. 두족류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문어 또는 갑오징어와 같은 계통이지만 생김새와 생활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몸은 유선형이고, 길쭉한 형태를 띠고 있다. 머리 부분에서는 열 개의 촉수가 뻗어 나오며, 그중 두 개는 유난히 길어 사냥에 유용하게 쓰인다. 눈이 발달해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물을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 방식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때는 먹물을 분사해 시야를 차단한다.

조선시대 문헌에 따르면, 어부들이 오징어를 어획한 뒤 말려서 보관하거나 젓갈을 만들어 보관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오징어잡이가 중요한 생계 수단이었고, 겨울철에는 특히 많이 잡혀 각 가정에서 꾸준히 소비됐다. 오징어는 지역별로 다양한 이름이 있다. 보통 한국에서는 ‘오징어’라고 부르지만, 크기와 종류에 따라 ‘한치’나 ‘화살오징어’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한치’는 크기가 작고, 살이 부드러운 오징어를 가리킨다. 주로 여름철에 많이 잡힌다. ‘화살오징어’는 몸이 길고 유선형으로, 일반 오징어보다 빠르게 헤엄치는 특징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카(イカ)’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식재료로서 인기가 많다. 영어권에서는 ‘스퀴드(Squid)’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문어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촉수 개수나 몸의 형태에서 차이를 보인다.
오징어는 생물학적으로 신기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색소세포다. 오징어는 피부에 색소세포가 있어 주변 환경에 맞게 피부색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거나 사냥할 때 주로 활용된다.
과거 오징어의 가격은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했다. 1980~1990년대만 해도 오징어는 흔한 해산물이었고, 보통 대량으로 잡히기 때문에 저렴하게 유통됐다.

특히 말린 오징어나 오징어채 등 건어물로 많이 소비됐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기후 변화와 남획으로 인해 오징어 개체 수가 줄었고, 그 결과 1kg당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오징어의 가격이 오르면서 건오징어나 오징어포 같은 가공 제품 가격도 함께 올랐다.
오징어는 건어물, 가공 제품 외에도 음식으로 많이 소비된다. 회, 튀김, 볶음, 조림 등 여러 방식으로 조리된다. 한국에서는 오징어볶음, 오징어순대, 오징어튀김 등으로 많이 쓰인다. 일본에서는 오징어를 이용한 스시와 사시미가 흔히 소비된다. 지중해 지역에서는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요리가 많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먹물 파스타와 먹물 리소토가 유명하다.
오징어는 의학 및 산업 분야에서도 활약하는 해산물이다. 오징어 먹물은 식용뿐만 아니라 염료로도 활용된다. 또한 수산업에서도 경제적 가치가 있다. 동해안에서는 매년 오징어를 잡아 수출하는데, 주요 수출국으로는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어획량 감소로 인해 국내 소비가 우선시되면서 수출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오징어잡이는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름철보다는 가을과 겨울에 더 많은 어획량을 기록한다. 흔한 해산물이었던 오징어는 과거와 달리 점점 귀한 자원이 되고 있다.
